[월간 사랑] 07 : 생일

생일 케이크의 의미
글 입력 2018.11.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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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랑


07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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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케이크가 특별한 게 아니다.

매 주 케이크를 골라 먹는 나에게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겠다. 그런데 생일이 뭐라고, 케이크 앞에 '생일'자만 붙이면 죄다 특별해지는 것이다. 맛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함께 포크 드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날을 앞둘 때면, 케이크 고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마냥 신중해지곤 한다.

11월은 특별하다. 사람 넷과 고양이 하나로 이루어진 우리 가정에서 무려 사람 두 명이 11월 생이지만, 결코 한 번에 축하하는 일이 없다. 제 날은 제 주인이 누리도록 두 번의 케이크와 함께하는 것이 내 마음 속 신조다. 이미 올 11월도 한 번의 거사를 치렀고, 올 11월 케이크 1호는 초코맛이었다.

그냥 초코가 아닌, 프랜차이즈 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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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맛도 원하는 베이커리도 아니었다. 전 날부터 열심히 세워둔 계획에 있던 케이크는 막상 매장에 가보니 있지도 않았고, 그 뿐 아니라 아예 모든 케이크가 조각으로만 남아있었다.

내 생일도 아닌데 실망스러운 마음과, 실망할 당사자의 감정이 그려져 더욱 불안한 마음, 그리고 '그럼 무얼 사가야 하나' 하는 걱정까지 섞였다. 고집스런 나의 또다른 신조는 '생일날 프랜차이즈를 피하자' 였으나, 케이크 없이 돌아가는 빈 손보다는 내 신조를 깨는 편이 나았기에 망설임 없이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향했다.

몇 십개의 케잌이 줄을 서있었음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틀어진 계획이라 그런지 아무리 쳐다보아도 예뻐보이는 구석이 없는 게다. 이런 케이크를 들고갈 수는 없다며 밖으로 나서 다른 곳을 전전하다, 반 쯤 언 손으로 다시 같은 곳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에 띄는 놈이 나타난 것이다. '세 가지 매력'이라는 이름이었다. 같은 매장 같은 진열대에서 제 자리를 지키고있었는데 왜 아까는 이런 케이크가 있는 줄도 몰랐는지.

완벽은 아니겠지만, 차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나름 예뻤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일 당사자가 케잌 맛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흔해빠진 아이라고 제쳐두었던 사람은 나 뿐이었던 것이다.


역시,
어떤 케이크와 함께 해도,
케이크가 특별한 게 아니었다.
특별한 것은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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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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