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 서로단막극장

글 입력 2018.11.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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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학교 생활로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공연을 보러 서촌으로 가야하는데 혜화로 갈뻔해서 출발부터 깜짝 놀랐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혼자 자책하기도 했지만 출발 직전에 알아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열심히 서촌으로 향했다.

작고 아담한 극장이라 무대도 잘 보였고 같이 간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공연을 기다렸다. 내가 꾸준하게 생각하는 여성 중심의 연극이었기때문에 공연을 보러가기 전부터 마음이 더 많이 가기도 했다. 공연 시작 전에는 어린아이들의 사진이 노래와 함께 계속해서 보였고 나도 모르게 중독성 있는 노래들을 따라부르기도 했다. 왜 하필 어린아이들의 사진이었을까? 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저런 아이들의 사진이 보이는거지? 공연을 보기 직전에 생각한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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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가 매트

공연은 3명의 주인공이 요가매트에서 요가를 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연극을 하기 전 준비운동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연극으로 공연을 잘못 알았던건지 헷갈릴 정도로 꽤 오랜시간동안 요가를 했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는 나에게 어려운 고난이도 동작을 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연이 시작되면서 3명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힘든 사정에 대해 드러나는데 이 작은 요가매트는 그들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눈으로봐도 작은 공간이 오직 이 3명의 주인공들이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아팠다.

남편과의 갈등, 자식과의 갈등, 엄마와의 갈등.

연극에는 수 많은 갈등이 있다. 그 속에 주체적인 '나'라는 사람이 있는지 끝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나는 이 3명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시절에 암묵적으로 많은 것을 참고 힘듬을 삼켰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같이 공연을  던 동생은 엄마와 딸이 싸우고 투닥거리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공연이 끝난 후에 물어보니 자기가 엄마랑 싸울떄 했던 이야기와 똑같다고 말했고 이 장면에 더욱 공감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2. 엄마라는 이름으로

최근에 엄마의 건강검진으로 크게 놀라는 일이 있었다. 한 번 더 검사를 해야할만큼 심각한 일이었지만 다행히 조금 더 지켜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안도할 수 있었다.

이 일을 경험하고 생각해보니 내 옆에 엄마가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최근에 내 옆에 있는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면서 그 검사 결과가 안좋았으면 정말 상상조차 되지 않을만큼 아찔하고 힘든 상황이 오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나는 엄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삼수를 할 당시에는 내 앞에 주어진 수험생활만 눈에 보였기때문에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을 하고 엄마와 대화를 하고 여성과 관련된 여러가지 책들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해왔던 행동들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숨막히고 힘든 일이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엄마를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3. 변화하는 시대

이 공연은 사실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보길 추천하는 공연이다.

일반 연극처럼 진행되지 않고 요가를 시작하면서 공연을 하고 배우들이 기계음 소리를 내면서 그 상황을 표현하는 부분도 굉장히 인상 깊었다. 공연 속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성적 즐거움을 찾아가기 위해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가게에 직접 방문하는 영상이 있다. 나는 그 당당한 영상과 남편, 자식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가 이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인 엄마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며 나 스스로도 엄마를 인정하며 더 잘 지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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