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너는 눈치가 너무 없어

글 입력 2018.11.1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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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눈치가 너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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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노라면, 나는 정말 눈치가 없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치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 내가 또 눈치 없게 행동 했나?’ 하며 뜨끔할 때가 있다. 눈치 0단으로 살아오다보니 눈치가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 여러모로 많다는 것을 느낀다. 나 같은 경우는 눈치가 없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고, 답답함을 하소연하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뿐이면 다행이겠지만 눈치가 없는 덕분에 인간관계에서 큰 문제가 생긴 적도 있었고,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선고 받기도 했다.


눈치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좋은 점들이 많다고 느낀다. 눈치가 있는 사람들은 눈치 있게 행동함으로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같은 상황을 만들지도 않을뿐더러,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을 일도, 답답해 할 일도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눈치가 있는 사람들은 대게 센스도 좋은 편이라 분위기 메이커 중에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 드물다. 특히 직장에서나 단체 활동을 할 때 눈치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장점을 더 발휘하게 되어 완만한 인간간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눈치’라는 재능이 없었다. 얼마나 눈치가 없었나 하면 내가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눈치가 없었다. 결국 주위 사람들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내게 고백을 하게 되면서 눈치가 조금은 없는 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정도니 내가 얼마나 눈치가 없는 사람인지 대충은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눈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또 눈치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게 되면서부터 나는 타인으로부터 눈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치가 없는 나 때문에 타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사교적인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즐거웠기에 눈치가 없는 내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그들의 눈치를 보기 위해 노력했고, 더 이상 사람들로부터 ‘눈치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게 되었고, 이전처럼 즐겁지가 않았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진심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기 때문에 편하고 즐겁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과의 관계에서도 가까워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나의 생각, 나의 감정들을 볼 수 없게 되었고 점점 ‘나’라는 사람을 잃어가고 있었다.


사실 “너는 눈치가 너무 없어”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하는 말에 가깝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타인이 생각하는, 타인이 원하는 ‘나’라는 사람에 중점을 두고 살았다. 내가 중심이 아니라 타인이 중심이 되어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렇게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삶의 중심은 타인이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타인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 타인이 원하는 ‘나의 삶’은 그들의 삶 속에서 바라는 나의 모습이지, 그것이 나의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내 마음이 불편하고,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것은 분명 타인에게도 전이 된다. 내가 행복하고, 내가 나를 돌보고,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면 타인도 내 본연의 모습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것이다.


나는 요즘도 종종 사람들에게 “눈치가 너무 없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면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를 안 봐요.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눈치로 주지 말고, 편하게 말해주세요”


눈치가 없어도 괜찮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이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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