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507호 [도서]

독자의 생생한 독서 이야기를 듣다.
글 입력 2018.11.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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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줬던 책들을 소개한 박웅현 광고인의 ‘책은 도끼다’와 같은 ‘책에 대한 책’ 또한 좋아한다. 누군가의 생활을 염탐하는 일상 버라이어티가 재밌는 것처럼, 누군가의 독서라이프를 염탐하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출판저널>은 독서라이프의 염탐을 넘어서서 출판세계를 염탐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그런 잡지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책 너머의 출판세계에 대해 환상을 갖고 궁금해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 출판저널을 읽는 내내 이 친구는 내게 ‘출판계는 요즘 이런 일들이 있고 이런 일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 있어.’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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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아닌 타인을 위해 부탁했기에 거절할 수 없다.


출판저널 507호의 시작을 알리는 에세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동명 소설 원작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독일의 점령지였던 건지섬에는 책으로 소통하는 한 북클럽이 있었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 함께 모여 읽고 토론하며 연대감을 느끼고, 희망을 얻는다. 언뜻 보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삶이다. 전쟁으로 굶주려 있는 와중에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니.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그런 허황된 이야기가 가슴 따스한 해피엔딩으로 끝맺길 바라면서 어느새 나는 에세이에 빠져들었다.

 

북클럽에 마음을 빼앗겨 건지섬을 찾은 작가 줄리엣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한 아이를 키우는 도시와 교류한다. 자연히 그녀의 호기심은 아이의 친엄마이자 북클럽의 옛 멤버였던 엘리자베스에 대해 탐구를 하게 만드는데, 그녀는 끈질긴 노력 끝에 엘리자베스의 삶을 추적하는 데에 성공한다. 엘리자베스는 독일군 수용소에서 탈출한 소년을 구하다 독일군에 끌려갔다. 그녀는 감옥에서도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돕다가 총살 당하고 만다. 도시는 말한다. ‘자신 아닌 타인을 위해 부탁했기에 거절할 수 없다.’ 그가 아이를 키우게 된 이유였다. 줄리엣은 엘리자베스를 대신해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한다. 그녀를 그렇게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이에 대한 연민, 도시에 대한 애정. 다 맞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자신 아닌 타인을 위한 삶’에 대한 강한 이끌림이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에>



“엘리자베스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도시와 줄리엣 그리고 딸아이로 존재는 존재로 탄생하며 이어진다. 책은 그리고 책을 통한 사람들의 교류와 토론은 존재를 깊게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 타인과 교류하고, 타인과 자신의 삶을 나누며, 때로는 타인을 위해 희생한다. 어쩌면 타인을 위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그들을 향한 희생을 불러일으킨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존재해 온 삶은 자신의 자리를 비운 후에도 깊은 존재감을 남긴다. ‘존재하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출판저널 특집좌담 - 책문화생태계의 모색과 대안



독자는 책문화 생태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책을 만들고, 판매하고, 2차 콘텐츠로 만드는 모든 작업들은 오로지 그 책이 읽혔을 때에 효력이 발휘된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독자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특집 좌담을 위해 모인 다섯 명의 독서 전문가이자, 다섯 명의 독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책문화 생태계에서 독자는 능동적인 주체로 인정을 받아 왔는가.


 

<독서에 대하여 독자가 말하고 싶습니다!>



정부가 책행사를 할 때 유명한 저자보다는 현장에서 독서를 하고 계시는 독자를 중심으로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 에디터님의 이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왜 꼭 책과 관련된 행사에서는 유명한 저자들의 어디서 들어 본 듯한 강연만 들어야 하는가. 물론 그들의 말은 전문성도 뛰어나고, 깨달음도 주지만 그런 것들은 저자들의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책행사에서 독자들은 본의 아니게 수동적인 역할만을 해왔다. 독자는 책을 사고, 강연을 듣고,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뿐 발언권이 없다. 앞으로의 책행사는 독자와 저자, 출판 관계자들이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특히나 독자와 독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정말 독자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본다.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따끈따끈한 신간들을, 그것도 담당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후일담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코너이다.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내겐 가장 흥미로운 코너였다. 그저 읽기만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내 다이어리의 한구석을 선점한 책 제목들. 그중에서도 흥미로웠던 세 권의 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오빠 페미니스트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 여성을 향한 성폭력이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게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지.' '처신 좀 잘 하지.' '여자가 왜 그 시간까지 밖에 있었나.' 한순간 옷을 마음대로 입을 권리도, 밤에 활발하게 활동할 권리도 있는 여성들이 범죄의 원인을 제공한 꼴이 되어버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더욱이 이런 생각이 은연중에 퍼져있는 여성들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소리친다.


<산책을 듣는 시간>

제 16회 사계절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소설이다. 줄거리가 매우 흥미롭다. 청각장애가 있던 소녀 수지가 원치 않는 수술을 통해 소리를 듣게 되어서 고요한 세계를 빼앗겼다는 슬픔에 잠긴다. 수지는 자신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는 시각장애 소년과 그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듣는 시간'이라는 사업을 준비한다. 이 짧은 줄거리만으로도 이 책이 내가 힘들 때 엄청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 더 고백하자면, 줄거리를 읽자마자 책을 주문했다. 나에게도 수지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나 책이야>

'나 책이야, 넌 사람이지?'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의인화된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는 (혹은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를 하기도 하고, 자학을 하기도 하면서 내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수많은 매체 속에서 책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희화시켜 나타낸다. 책이 직접 말해주는 책으로 사는 삶의 어려움은 마치 이 시대의 책이 직면한 어려움을 말해주는 자기소개서와도 같다.






더불어, 앞서 잠깐 소개했던 출판저널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의 모색과 대안'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1월 11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독자와 출판계, 도서관과 서점 등 책문화의 미래를 위한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책문화생태계의 구성원인 독자로서 출판에 관련한 잡지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건강한 책문화생태계를 위한 소중한 한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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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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