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F 소설의 매력에 빠지다 <엔더의 게임> [도서]

글 입력 2018.11.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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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억하라.” 엔더는 말했다. “적의 문은 아래쪽이다.”

 

엔더가 사는 세계는 두 번의 외계 침략을 받은 후 긴장 속에 시간이 흘러간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는 과거 외계의 침략을 이겨냈던 전설 메이저 레컴과 같은 사령관을 배출할 목적으로 천재적인 아이들을 군인으로 양성한다. 엔더는 그중에서도 수령부의 기대를 받는 가장 특출난 천재로, 온갖 고된 훈련을 이겨내며 유일무이한 전쟁 사령관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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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의 매력



SF소설이 다른 소설과 같이 인문학 범위에 들어가면서도 독자적으로 갖는 개성은 말 그대로 SF적 요소에서 드러난다. <엔더의 게임>은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전쟁, 외계생명체, 우주선 등 보통 소설에서 잘 쓰이지 않는 소재가 이용된다. 독자는  환상적인 세계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SF 소설 속 은유


사이언스 피션은 환상적인 소재로 즐거움을 주면서 동시에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엔더의 게임에서는 러시아와 미국의 보이지 않는 대립이 전제에 깔려 있다.


"버거의 위협. 세상을 구원하는 것. 잘 들어라, 엔더. 버거들이 우리를 해치우러 돌아올 작정이었다면 벌써 왔어야 한다. 그들은 다시 오지 않아. 그들은 패했고 아주 가버렸다. 사람들이 버거들을 두러워하는 한 I.F.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고, I.F.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특정 국가들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엔더야, 비디오를 잘 보거라. 사람들은 조만간 이 계략을 알아챌 거고,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내전이 일어날 거다. 진정한 위협은 바로 그거다. 버거가 아니고, 그 전쟁이 일어나면, 너와 나는 친구로 남을 수는 없을 거다. 여기 교관들과 마찬가지로 너는 미국인이고 나는 아니기 때문이다."


엔더의 부대 소대장 딩크는 더 이상 버거의 침략은 없고 모든 상황이 국가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한 명분이라고 생각한다. 엔더는 딩크의 말 자체를 믿지는 않았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고 머리 한 구석에 의심의 씨앗을 남겨놓는다. 그리고 실제로 딩크의 말이 반은 맞는다.


"곧 전쟁이 시작될 거다. 미국은 바르샤바 조약국들이 공격하러 한다고 하고 러시아는 연맹이 공격하려 한다고 해. 버거 전쟁이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나려 하는 상황이야."


결국 엔더가 전쟁을 승리로 장식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안 미국과 바르샤바 동맹국 간의 전쟁이 일어났고 엔더가 깼을 때 미국 – 표면적으로 엔더의 편 – 이 이미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러시아 – 소련 –와 미국의 냉전 시대를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구에 외계인의 침략이라는 공통적인 두려움이 없어졌을 때, 세계정부는 무너졌다. 이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끊이지 않는 국가 간의 대립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 SF 소설 속 상상력


전투실은 작가의 미래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요소다. 책의 1/3은 전투실에서 훈련하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는 전투실이라는 자신의 상상력의 산물을 보여주기 위해 이 소설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진지하게 미래의 군인의 훈련 방식을 고민했다. 이미 전투 장소를 우주공간으로 예상하고 그곳에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엔더의 게임>에서 엔더를 비롯한 군인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훈련하는 부분이 자세히 서술되는 것은 작가가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우주의 특징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닫힌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투 훈련을 생각해냈다. 현재 과학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의 삶도 새롭게 변하고 있다. 전투실은 작가가 나름 미래를 예측하고 만든 개념으로 앞으로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하는 질문에 답을 제시해온 사이언스 픽션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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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의 게임>의 매력




- 심리 묘사의 일면


이 소설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스토리가 주인공 엔더의 심리 묘사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우주전쟁 이야기지만 사실 소설의의 2/3은 엔더의 성장과정에 대해서 다룬다. 그렇기에 독자는 엔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난 형이 아니야. 난 살인자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어. ‘ 더 지독한 두려움이 그에게 몰려왔다. 그것은 자신이 살인자일 뿐 아니라 피터보다도 더한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196쪽)


엔더는 자신의 악마같은 형 피터처럼 되기를 기피해왔다. 그러나 군대의 간부들은 전투를 위해 폭력적 성향을 자극시킬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엔더.


그리고 앤더는 깨달았다. 그들의 웃음과 그들의 우정에는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결국 그들에게 나는 교관이자 전설적인 군인일 뿐이지 친구는 아닌 것이다. 이제 그는 최고의 군인이었다. 그리고 완전히, 또한 철저히 혼자였다. (227쪽)


엔더는 진실된 우정을 원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사령관이었다. 엔더의 고독은 계속된다.


엔더는 그들이 다시금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학생들의 미움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만날 기회를 주지 않는 방식이었다. 다른 학생들과 친해질 방법은 전혀 없었고, 그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394쪽)


간부들은 엔더를 고립시키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엔터는 여전히 외톨이었다. 모든 것은 전투를 이끌어갈 사령관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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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엔더의 게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 이 스토리가 SF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였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인공 엔더를 긴장 속에 머물게 했던 ‘버거’와의 전쟁은 고작 몇 페이지 분량을 차지한다. 사실상 책의 대부분은 엔더의 성장 및 심리 묘사로 채워져 있다. SF소설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오해는 공상 과학 소설이 과학적 지식을 위해 읽는다는 것이다.  사이언스 픽션도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기이한 환경 속에서 ‘성격’을 창조한다. 즉 과학 소설을 읽으며 새로운 삶을 보는 방식을 깨닫고,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며 인물을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어린 만큼, 똑똑한 어린이 독자에게 통했다고 한다. 작가가 덧붙인 이야기를 보면, 스스로를 오늘날의 엔더라고 칭하는 아이가 편지를 보내왔다. 그 아이는 선생님이 누군가를 계속 칭찬한다면 그 사람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냐며 책에서 엔더가 간부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고립됬던 상황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또한 엔더가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시당하지 않도록 제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처럼 그 아이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 소설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엔더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며 그 안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혹은 같은 이야기를 읽었는데도 전혀 다른 부분에 주목하는 사람의 경우도 있다. 이 사람은 육군 조종사로 군인으로써 느꼈던 엔더의 피로감과 고통에 자신의 경험을 대입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진 부분이 없다고 말하며 작가가 그러한 부분을 소재로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왔다.


앞의 천재 학생은 엔더의 게임을 자기의 스토리로 받아들인 반면 이 군인은 자신의 공동체를 정의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소설은 개개인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리더십 교재로 받아들이고, 정치 이념 연구 목적을 위해 활용하고, 혹은 종교 소설로 규정한다. 즉 소설이란 독자의 경험과 사고에 의해 재탄생되는 이야기다. 이것은 모든 문학 자품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며 SF소설에도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엔더의 게임은 SF 소설의 가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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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영화화되었으나 원작의 묘미인 치밀한 심리 묘사를 놓쳤다는 아쉬운 평을 받는다. 빠르게 줄거리를 보고 싶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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