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언제나 내가 중심이 되길 [도서]

있잖아 나, 감정에 솔직해질래. 이젠 그러고 싶어.
글 입력 2018.11.2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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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공 교수와 상담을 했을 때의 일이다. 입학 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무서워서 일부러 그 교수를 피했는데 졸업을 코앞에 두고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억지로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 교수가 내게 나쁘게 구는 것도 아닌데 괜히 그 앞에 서기만 하면 자꾸 주눅 들고 작아졌다. 그 날은 진행 중인 작업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뒷말을 흐리게 되고, 눈치를 보고, 내 작업임에도 무언가 허락받듯이 굴었다. 평소 나의 대단한 자존심은 그 교수 앞에선 언제나 존재감을 잃었다. 농담처럼 “저는 교수님 아바타잖아요.”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어느 순간엔 정말 아바타가 된 것 같았다. 오죽하면 그 교수가 내게 “네 의견을 피력하고 해봐 좀.”이라고 했을까. 졸업반이 되어서도 내 의견 하나 피력 못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 자괴감이 들었다. 교수의 눈치를 보며 자기 확신도 없는 학생이 그는 얼마나 우스웠을까, 나는 이 순간에도 교수의 눈치를 본다.


내 인생에서 남의 눈치를 보고 작아지는 일은 빈번했다. 주로 그 교수같이 ‘기운이 센’ 사람에게 멕을 못 추리는 편이다. 다시 말해 ‘자기주장이 강하고 확고한’ 사람에게 주눅이 들곤 한다. 그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는 똑 부러졌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기분을 파악하는데 신경 썼던 것은 같았다. 흔히 말하는 ‘강약 약약’(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하다)이다. 누구에게도 내 의견을 끝까지 고집한 적이 드물고 사소한 일로 내 평판이 깎일까 지레 걱정한다.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를 했던 날이면 이불을 덮고 자기 전까지 곱씹으며 자책했다. 나의 기분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생각해 지적하지 못했던 일들은 이불을 덮은 밤에서야 떠오르며 나를 괴롭혔다.


그래, 나의 세상은 남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증상은 더 심해져서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있는 게 두려워졌다. 머릿속으로는 누구도 내게 관심 없다는 걸 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 일이었다. 내 몸은 상상 속의 시선에 완전히 긴장해서는 제멋대로 다리에 힘을 풀어 버리고, 손을 떨리게 했다. 그날 밤엔 이불을 덮고 자책하는 대신 ‘공황장애 증상’을 알아보았다.

   

중심을 나에게 두려고 노력하지 않은 적은 없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심리학책들, 인간관계 처세술책,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 자기 계발서 등등 유명한 책들은 한 번쯤 읽어 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뜬구름 잡기 혹은 당연한 이야기 늘어놓기. 명상하라든가,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취미생활로 신경을 분산시켜라.’와 같은 무척이나 비밀스러운 법칙들 말이다. 이런 방안은 그래도 정성이라도 있지, ‘너를 위해 살아라!’ 혹은 ‘상처받는 것을 받아들여라!’와 같은 당연한 말들은 굳이 이렇게 종이를 써가며 두껍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가 싶다. 나는 이런 부류의 책들을 '감정 지침서'라고 지칭하는데 그중 가장 황당했던 감정 지침서는 줄곧 이런 식이었다.


소제목: 회사를 사랑하지 않을 것

내용: 당신은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이런 직접적인 교훈, 설교 같은 지침서들은 참 뻔하고 식상하다.



오늘도중심은나에게둔다_표지.jpg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의 프리뷰에 앞서 글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동안 읽은 ‘심리 책’들의 경험으로,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도와주겠다 했던 책 대부분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안고 이 책을 기대한다는 글을 쓰는 건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책 소개를 보게 되었다.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는 마음의 중심이 자기 자신에게 있지 않아 삶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언제나 남의 기분을 우선으로 생각하느라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다 내 잘못이지’라며 애써 자신을 달래는 이들.”



누가 내 이야기를 쓴 거지? 마음의 중심이라. 남을 배려하고만 살다가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주변에는 귀 얇고 줏대 없는 사람이 된 나를 저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목차를 보자 이 책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다. 실제로 심리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다면 하고 싶던 말들이 [차례]라는 제목을 달고 나열되어 있었으니까.

 


[차례]


머리말_중심이 내가 아니라 남에게 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 6

 

1. 언제나 나보다 남부터 생각해요 · 11

 

2. 늘 예민하고 긴장된 상태로 생활해요 · 31

 

3. 열등감이 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어요 · 61

 

4. 불편한 사람이 주변에 많은 것 같아요 · 111

 

5. 마음이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 139


   

특히 열등감이 늘 마음속에 있다는 부분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가는 나에게 눈치 보지 않고 감정에 솔직한, 의사표현이 확실한 사람은 늘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대변해 줄 것만 같아 소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언젠가부터 쓰인 ‘OO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유행어는 내게 허락되지 않은 말이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는 말인지, 내 의견 하나 또박또박 내뱉지 못하는데. 여전히 남 눈치를 보고 싫은 소리를 할 상황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내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라는 말은 영원히 해당 사항이 없을 줄 알았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아닌 일에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듬지 않고 말하고 싶다. 이제 더는 남의 눈치만 보다 나를 상처 내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이미 너무 많은 날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 위해, 그러기 위해 내가 나를 달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리뷰글을 쓸 때쯤엔 수많은 후기글처럼 "이제 중심을 나한테 두게 되었어요!"라고 할 수 있기를.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


지은이 : 오시마 노부요리

옮긴이 : 황국영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심리에세이
인간관계

규격
121 * 188

쪽 수 : 176쪽

발행일
2018년 11월 20일

정가 : 10,800원

ISBN
979-11-5581-191-7 (03180)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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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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