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섭식장애 이야기] 그 원인을 찾아서 #1

음식, 그 강렬한 보상행위
글 입력 2018.11.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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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2시쯤 점심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빈속에 아메리카노 투 샷을 마셨더니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팀플을 하는 동안 손이 덜덜 떨렸다. 카페인에 엄청나게 민감한 몸이라서 뱃속이 든든할 때만 허용되는 게 커피였는데 커피를 마시고 싶어 먹어놓고 많이 후회했다.

커피에 포함되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서 몸속에 수분을 다 날아가게 한다. 그래서 몸에 수분이 부족한 것임에도 배가 고프다고 착각을 하게 할 때가 있다. 아드레날린 분비를 도와 몸을 흥분하게 하고, 실제로 혈관이 확장되어 심장이 크게 뛰는 등의 증상도 함께 일어난다. 배가 고팠지만,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속에 숨어서 늘 기회를 틈타고 있는 '폭식 귀신'이 음식을 먹으라고 속삭이고 있는 거로 생각하며 참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런 배고픔도 쉽게 참을 수 있다. 전에도 한번 말했듯, 나는 나의 섭식 행위를 들키는 것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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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참고 팀플이 끝나 마트에 들르니 초밥이 타임세일을 하고 있었다. 원래 한 팩에 9,900원인 초밥이 2팩에 만 원이었다. 사실 초밥 두 팩을 먹는 건 나에게 일도 아니지만, 운동하려고 했기 때문에 적당히 한 팩만 먹었다. 여전히 카페인의 기운이 심하게 남아있어서 손이 덜덜 떨렸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는 척하며 가족들과 남자친구에게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6초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었다. 걱정을 받고 싶어서였고, 관심을 받고 싶어서였다. 이유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들이 온갖 망상을 하게 한다. 내가 학교를 그만 다니고 좀 쉬라고 권유를 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역겹게도 위선적인, 모르는 척을 한다. 엄마는 그러면 과로해서,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그러는 것 아니냐며 내가 원하는 대답으로 나의 마음을 달래어준다. 남자친구는 진짜 카페인이 안 받나 보다, 하면서 걱정을 한다. 나는 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구나 생각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손이 떨리는 건 내 마음이 지어낸 환상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어제는 상체 운동을 하는 날이었기에 덤벨을 잡았지만, 과호흡에, 손까지 떨리니 운동을 한 세트도 끝내지 못했다. 몸이 조금 이상했다. 평소처럼 후식 욕구도 전혀 들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이 많으면 언제나 가짜 식욕이 몰려왔지만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나는 바보같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섭취해주면 이렇게 음식을 먹고 싶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어쩐지 기운이 없었다. 운동을 마친 남자친구네 집에 잠시 갔다가 메스꺼움과 함께 찢어질 듯한 복통 때문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갑자기 쓰러지면 어쩌지?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가 없어서 집에 두고 온 핸드폰 때문에 갑자기 쓰러져도 어쩔 수가 없을 거로 생각하며 온갖 의지를 다져서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집





할머니네




학교



 
어릴 때가 생각났다. 우리 집과 외가, 학교 이 순서로 되어있어서 학교에 마치면 할머니 집으로 먼저 가곤 했다. 그러면 할머니와 엄마가 함께 있었다. 저녁밥을 학교에서 먹지 않아 할머니네에서 먹었기도 해서 고등학교 때는 우리 집보다 할머니 집에 더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화장실이 진짜 너무 급했다. 괄약근을 비집고 뭔가가 무럭무럭 나오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고 머릿속으로 나에게 부탁했다. 10초만 참아줘, 5초만 더. 하면서 나에게 간절하게 바랐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는데 당연히 10초가 다 되어도 도착하지 못해서 억지로 남은 2초, 1초를 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세었다. 다행히도 할머니 집은 집 밖에도 화장실이 있어서 대문을 열어젖히고 화장실로 달려가 앉자마자 해결을 할 수가 있었다. 얼마나 급했던지 정말 바지를 내리고 앉자마자 나왔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오고 걸음을 빨라지는데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많이 오래 걸리는 것 같은 그 느낌.

어제도 그랬다. 배가 너무 아프고 식은땀이 나오는데 집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겨우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고 뛰어 올라갔지만 한참을 복통에 시달리고, 구토하고 조금 누워있다가 한바탕 설사를 했다. 나는 원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소화하지 못해서 연어를 먹으면 자주 체하곤 하는데 어제는 유독 심했다. 기름기가 그냥 몸속에서 다 빠져나와서 화장실 변기 속에 기름이 '와장창'이었다. 예전에 한번 저탄 고지 다이어트를 할 때 탄수화물을 하나도 먹지 않은 적이 있는데 마치 그때처럼 기름이 나왔다. 물론 속에 있는 모든 것이 나온 뒤라 그때랑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양이 많았지만.

그렇게 아픈 상태였지만 하체의 부기를 빼기 위해 나와 약속한, '잠자기 전 전신 스트레칭'을 20분간 했다. 그리고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잠이 들려고 했다. 너무 추웠다. 분명 방바닥은 뜨거운데 나는 추웠다. 후드티를 껴입고 몸을 돌돌 말아서 한참을 덜덜 떨다가,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도 했다. 그러나 잠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서 아프다는 것을 굳이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랑 외할머니도 아파서 지금 고향에 병원에 입원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았다. 참다 보니 한 번 더 화장실에 갔다 왔고 교정기 고무줄을 끼우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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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고통을 잊지 말자. 이 괴로움을 잊지 말자'고 해놓고 아침에 몰려오는 허기짐과의 싸움에서 져서 통 단팥죽을 먹어버렸다. 이걸 먹는 것보다 병원에 가서 낫고 난 뒤에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당연히 이성적인 생각은 들었지만 315칼로리에, 탄수화물이 무려 66g이나, 그중에서 당이 30g이나 들어있는 통 단팥죽을 나는 아직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설사를 하는 지금 먹고 또 설사를 해버리자, 라는 무식한 생각으로 데우지도 않은 통 단팥죽을 먹었다. 두 개, 세 개라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식이 들어가니 다시 잠이 와서 잤다. 남자친구가 병원을 가라고 독촉전화를 했지만, 힘이 없어서 가기 싫다고 하면서 30분을 더 잤다.

잠에서 깨서도 불안하다. 이쯤 되면 설사가 나와야 하는데 왜 나오지 않지? 상식적으로 이해는 가지 않겠지만 언제나 나의 폭식은 그래 왔다. 체해서 설사하는 상태가 되면,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그리고 설사를 한다. 그러면 또 먹고 싶은 것을 먹다가 정말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는다. 설사한다. 그렇게 먹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 먹다가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겠다 싶으면 병원을 간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폭식을 해서 체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체했을 때 나처럼 무식하게 더 먹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복통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황금기'라고 생각하게 되는 비뚤어진 버릇이 있다. 마치 여자들이 생리가 끝난 직후를 다이어트 황금기라고 생각하듯이, 체해서 설사하는 그 기간을 폭식해도 살이 찌지 않는 황금기로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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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장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 그 생각이 습관이 되게 한 데에 일조한 것 같다. 나는 늘 체해있었고 늘 아파했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먹었다. 체해서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 한데도 저녁밥을 꼭 먹어야 했다. 아픈 것과 먹는 것은 다른 거로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이 병원 기록을 보더니 놀라셨다. 이번 달에만 장염에 걸린 게 두 번째였다. 사실 병원을 중간에 옮긴 거라서 그 기록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계속 체하고 설사를 하자 엄마가 병원을 옮기라고 해서 옮긴 거였다. 나을 때까지는 물과 약만 먹고, 좀 괜찮아지면 흰 죽을 먹으라고 하셨다.

뜨끔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돌아오는 길에 닭강정 매운맛과 찹쌀 탕수육과 꽈배기와 단팥빵, 그리고 병원 바로 옆에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플 가게의 플레인 와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했다. 먹고 싶은 건 그렇게 많은데 이젠 엄마에게 돈을 받아 쓰는 상황이니 다 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마 다 사면 나는 그걸 제어하지 못하고 다 먹어치울 게 뻔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지 않는 음식이 내 집 안에 들어오면 나는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 심리학 용어에 백곰 효과처럼, 백곰을 떠올리지 말라고 말하면 더 떠올리게 되는 그런 현상이다.

아침에 단팥죽을 먹었지만 의사 선생님께 수액을 달라고 했다.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핑곗거리가 필요했고, 내가 최대한 아프다는 사실을 호소해서 팀플을 미룰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상태도 좋지 않았다. 온몸이 계속 덜덜 떨렸고 서 있기도 힘들었고 여전히 속이 아팠다.

수액을 다 맞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픈 나에게 떡 4팩을 사다 주었다. 배가 아픈데도 음식을 먹으려고 음식을 산다니,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2팩과 반 정도로 먹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도 무의식적으로 남은 것을 먹다가 배가 불러오고 더부룩한 감각에 제거했다. 체해있으면 제거를 할 때 폭포수와 같이 쏟아진다. 처음 먹었던 것이 나올 때까지,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되어 벌겋게 될 때까지, 배를 눌러봤을 때 더는 튀어나온 것이 없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그 과정은 아프지만, 막혔던 기도가 뚫리고 소화가 다시 시작되는 과정 같아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물론 다 뱉어냈으니 살이 찌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는 게 가장 크게 자리한다.

그렇게 제거를 하고 나면 다시 먹기 시작한다. 처음에 샀던 떡 4팩을 다 먹을 때까지. 한번 게워놓은 위는 조금 더 커져서 이제는 배부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된다. 1인분 이상을 먹어도 어쩐지 허전한 느낌에 먹고 또 먹고 또 제거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떡 4팩을 다 먹고서, 맛있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야 다 없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먹고 싶어서 먹다가, 먹다 보면 '먹고 싶지 않아서' 먹는 것이다. 다음번에도 먹으면 살이 찌니 지금 다 먹어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나는 왜 내 몸을 쓰레기통 취급하고 있나, 문득 현타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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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제거란 것은 먹은 것이 몸에 열량으로, 살로 흡수되지 않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구토해서 직접 제거하는 방법이 있고, 설사제를 복용하거나 아니면 정직하게 운동으로 열량을 다 소모하는 방법이 있다.

주로 폭식증은 제거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제거형 폭식증과 비제거형 폭식증으로 나뉜다. 제거형 폭식증과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과의 차이는, 거식증은 정말로 음식을 먹지 않는데, 제거형 폭식증은 다 먹어치우고 제거행위를 한다는 데에 있다. 비제거형 폭식증은 음식을 먹어도 제거를 하지 않는다. 개중에는 토하지 못해서, 토하는 것이 두려워서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몇 년씩 앓다 보니 자포자기한 사람들도 있고, 각자의 이유가 있다.

씹고 뱉는 방식의 제거를 하는 일도 있다. 파운드 케이크를 두 종류를 사놓고 한 번에 먹을 만큼씩 잘라서 소분해 냉동실에 얼려두고, 문득 "이걸 언제 다 먹어치우지? 이게 없어져야 다이어트를 할 텐데." 생각이 들면 버리기는 아까워 다 입에 한 번씩 씹어보고 뱉으며 맛을 다 느낀 다음에 버렸던 적도 있다.

굳이 설사제를 복용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 몸을 너무 잘 알아서 설사하는 방식의 제거를 많이 이용했다. 커피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는 것. 그리고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음식의 종류에는 달걀, 우유(저지방 우유도 포함해서), 요거트, 삼겹살 앞다릿살 등의 수육, 튀김류, 밀가루, 아보카도, 견과류 등이 포함된다. 너무 많이 먹었다 싶은 날은 우유를 3잔 정도만 마시면 바로 증상이 나타난다. 설사하게 되면 또 먹고 폭식하니, 결국은 '살찐다는 사실'이 폭식 트리거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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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1월 15일, 학교 상담센터 상담선생님으로부터 섭식장애의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정말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제거를 한 게 10월 11일이었고, 음식에 대한 강박도, 살에 대한 강박도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밥을 잘 먹게 되었고 샐러드를 전혀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었다. 밥을 먹고도 간식을 먹어도 자책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11월 18일에 하루 했던 아르바이트가 다시 섭식장애의 재발을 불러일으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단순히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나의 섭식장애를 지배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트리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난 18일부터 오늘까지 단 하루도 폭식하지 않은 날이 없다. 어떤 날에는 하루 세끼와 간식을 잘 먹고서도 탕짜면을 야식으로 시켜먹었고, 다음 날은 탕수육 소자를 시키고 고구마 10개를 먹어치웠다. 그 다음 날은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밥에 참치에 마요네즈를 비벼 먹고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고 밥에 폭식이 터져서 더는 먹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제거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소화가 안 돼도 억지로 참았다. 그런데 토요일에, 봉사활동에서 치킨을 먹고 제대로 체했다. 그날은 또 홍대에 전시회를 보러 가야 하는 날이라서 새로운 곳에 대한 먹을거리의 기회가 있었다.

마카롱 등의 과자류 7천 원치와 지하철역에서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델리만쥬 3천 원치를 샀다. 노란 슈크림이 들어있는 델리만쥬가 식어버리면 맛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길에서 마구마구 먹었다. 속이 느끼해지고 혈당이 너무 올라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팠다. 걸어오는 내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데도 몇 개 남지 않은 델리만쥬를 먹다가, 집에 다 와 가니 두려워졌다. 집에서 이걸 먹는다면 제거를 할 게 뻔했다. 하지만 길에서 다 먹어치우지 못한 만 원어치의 과자들을 집에 와서 마저 먹었고, 44일 만에 제거를 했다. 그 뒤로는 쉬웠다. 지난 나흘 동안 총 3번의 제거를 했다.

이쯤 되면 드는 생각이, 상담하는 동안에 나아가고 있던 것은 누군가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한 억제였나, 지금 재발한 것은 더는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는, 나에게 꾸준히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어서 관심을 두기를 바라는 미숙한 소망에서인가. 아니면 인제야 자유를 찾은 것인가.

어쨌든 재발한 폭식증과 폭토로 인해서 10일마다 한 번씩 쓰기로 했던 나의 글이 아직도 완성이 되지 못했다. 폭토를 시작하면 내 인생은 이렇게 굴러간다. 제때 끝내야 할 과제를 끝내지 못하고, 심지어 장염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한다. 학교에 가서도 머릿속으로는 먹을 궁리뿐이라서 집에 카드를 놓고가도, 카카오페이로 결제되는 곳은 어디인지 떠올린다. 몇 달 전만 해도 cu밖에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온갖 편의점에서 카카오페이 결제가 다 가능해져 버려서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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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나는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케이스다. 딱히 운동하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점점 햄버거를 끊게 되고, 자취하면서 집밥을 먹게 되고 친구들이 점점 사라져서 외식의 빈도가 줄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끊게 되면서부터 살이 많이 빠졌다. 2018년도 2월에 몸무게를 쟀을 때 156cm의 키에 46.5kg이라는 체중이 나왔다.

살면서 그 흔한 다이어트를 한 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다. 나는 늘 나에게 만족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성공한 친구가 있다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잘 챙겨 먹었던 적이 별로 없다. 24시간 만에 친구와 밥을 먹는 게 일상이었다. 누군가 밥을 먹자고 말하지 않으면 굳이 밥을 챙겨 먹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너무 배고파서 쓴 물이 올라오면 수업에서 잠시 나와서 김밥이라던가 기숙사 밥을 사 먹고 다시 들어가서 공부를 했다. 어디 혼자서 놀러 갈 때도 절대 뭔가를 사 먹지 않았다. 귀걸이나 예쁜 모자를 보면 1~2만 원치의 소박한 쇼핑을 하고 왔지만 절대 음식에 돈을 쓰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새로 나온 신메뉴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어떤 과자가 맛있다고, 새로운 라면이 맛있다 해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나에게 밥은 너무 배고플 때, 아사하기 직전에 넣어주는 최소한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양소에도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밥, 스팸, 김 이렇게만 먹기도 했다. 그렇게 굶다 보니 위장도 작아서 분식집에서 김치김밥 한 줄을 시켜도 반만 먹고 반은 포장해 나왔다. 노래방에서 돈은 5,000원, 만원은 써도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외식비는 김치김밥 3천 원 정도였다. 친구랑 같이 카페를 가면 디저트와 음료를 시키기는 했지만 나 혼자서는 음식에 돈을 쓰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나에게 우선순위는 절대 음식이 아니었다. 내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돈,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 용돈으로 옷과 음식, 노래방, 유흥비 등에서 써야 한다면 1순위는 당연히 옷이었고 나를 치장하는 어떤 것이었다. 전혀, 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음식에 관심이 없었다. 남들은 쉬는 시간에 먹방을 보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지도 못했다. 어디 놀러 가면 맛집부터 찾아본다는데 나는 놀러 갈 계획을 세우면 무슨 전시관 - 무슨 전시관 - 무슨 박물관의 루트만을 짜서 서울을 돌아다녔다. 그 사이에 밥을 먹는다던가 하는 계획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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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가 왜 이렇게 음식에 집착을 하게 되었을까? 고작 다이어트 한번 했다고, 짧은 한 달간의 다이어트가 8개월간의 섭식장애를 일으킨 만큼 그렇게 큰 영향을 주게 된 걸까.

학과 공부를 하는 동안, 섭식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위의 책 "과식의 종말"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인데, 음식을 보상 행위의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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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설탕, 지방,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는 보상 시스템으로 작용하는데, 쉽게 말하면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음식을 먹고 신경 완화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건 단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고 지금 당장 기분만을 좋게 한다. 결국, 해결해야 하는 일은 현실에 있는 나의 일인데도 그걸 외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적인 작용이라 중독성이 있다. 사랑에 빠지면 흔히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하는데 그것과도 유사한 반응이고, 운동할 때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음식을 먹자 말고 운동과 같은 취미생활로 해소하라고들 한다. 문제는 운동과 먹는 것을 동시에 한다는 데에 있다. 운동은 오랜 시간과 힘든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거쳐서 쾌락을 얻지만 먹기는 쉽다. 단시간에 손에서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기만 하면 값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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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습관이 된다. 다시 힘든 일이 찾아오면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게 한다. 우리에게 행복을 단시간에 주어 다시 몸 상태를 정상으로 끌어올리도록 명령한다. 그 명령을 뿌리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초콜릿, 빵, 식물성 유지, 팜유, 설탕, 당알코올, 말토덱스트린, 글루탐산나트륨 등 정체를 알기 힘든 온갖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가공식품들은 우리 몸의 보상 시스템을 강화한다.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종종 그런 보상 시스템이 찾아오는 상황이나 음식, 물질, 말과 행동 그 모든 것들을 트리거라고 부른다.

사실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의 의미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이다. 고구마와 단호박, 유기농 달걀, 화학 처리되지 않은 닭가슴살. 그래서 나는 어쩌면 식단조절을 엄격하게 하는 연예인들이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몸매를 가졌지만 어쩌면 더 건강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깨끗한 음식이 몸에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더 날씬하고 쾌적한 삶의 방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끔 좀 '나쁜' 음식을 먹고 싶을 때도 당연히 있지 않은가.

그런데 수많은 책과 건강 관련 정보에서는 배고플 때 포만감을 느낄 정도의 식사만을 건강하게 하라고 한다.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라고 한다. 누군가는 폭식증이 의지의 문제라고, 게을러서, 먹는 걸 좋아해서, 나약해서,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쾌락을 추구해서, 운동을 하기 싫어하면서 먹는 사람들의 죄책감의 표현이라고, 탄수화물 중독자라고 한다. 먹으면 죽을만큼 운동해서 빼야 할 것을 쉽게 없애려는 나태한 자들의 행위라고. 음식에 대해 욕구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돼지라고 욕을 한다.

그러면 나는, 아니라고, 이건 나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병이라고 변명한다. 나는 운동도 매일 열심히 하고 매일 열심히 살아.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고 있어. 이건 나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피곤해서, 힘들어서, 상황이 그래서 그런 거라고, 빵도 끊어보고 과자도 전혀 먹지 않아. 내가 좋아하던 음식도 다 먹지 않는데 이건 분명 내 의지가 아니야.

그렇게 나를 변명해왔지만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뭐가 됐든,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뭐가 중요한데. 중요한 건 네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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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요즘은 정말 모르겠다. 내가 음식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먹으면서 공부를 하면서도, "이제 내가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말자!" 하면서 쓰던 블로그 식단일기를 그만두면서도, '나는 정말 보통 사람이야. 보통 사람들도 가끔은 폭식을 할 때가 있어.' 하면서도 내가 정상 범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그저 보통 사람인 척. 식이장애가 다 나은 척. 온전히 내 힘으로 이겨낸 척 해보지만 결국에 나는 탕수육을 먹고도 고구마를 10덩어리나 먹어치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다이어트할 때 고구마 하루에 세 개 먹었으니 지금 살이 찌는 게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다이어트를 다시 할 거라고 외치지만 이제 더는 그럴 자신이 없다는 것도.

체해서 속이 비틀어진 채 꼬여도 떡을 네 팩이나, 8천 원 치나 먹어치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러고도 더 먹을 게 없나 고민하고 있다는 것. 오늘, 지금 체해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생각해 배달 앱을 켜고 떡볶이를 시킬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돈이 아까워서 시키지 못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제는 정말 죽고 싶었다. 정말 '죽고 싶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말이다.

밥을 먹고 나서도 간식을 먹을지 말지 한참 고민하는 내 모습 뒤에는 사실, 먹어도 된다고, 그것 하나 먹어도 된다고 조금 더 행복해지자고 속삭이는 내가 있다. 살을 제대로 빼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지도 못하는 나에게 남자친구는 학기 말까지는 과제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나는 그럼 또 완벽한 답안을 말해달라는 듯이, 내가 그렇게 완벽하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듯이 남자친구에게 살을 빼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다. 그는 내가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

누군가에게 식이장애란 무엇인지,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놓고 다시 시작된 폭식증, 폭토 증세에 마감해야 하는 글도 제시간에 써내지 못한 그런 사람이라는 것. 가야 하는 학교, 가야 했던 팀플 모두 다 아프다는 이유로 미뤄둔 채 집에서 8천 원어치의 떡이나 먹어치우고 인슐린과 도파민의 호르몬 작용에 만족하는 그런 한심한 인간이라는 것. 그런 논리적인 화학 반응을 알면서도, 폭식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을 알면서도 끊어내지 않고 최대한 지금을 즐기려고 하는 나태한 인간이라는 것.

요즘은 개인 블로그도 아닌데, 아트인사이트라는 큰 사이트에 내가 과연 이런 종류의 글을 써도 될지에 대해 자신이 없다. 나에 대한 상처 치유의 글이라고 써놓고서도 사실은 누군가의 기대에 응답하기 위한 글쓰기를 하는 것일까. 이런 글을 쓰게 되어 스스로 한없이 실망스럽고, 내 글을 읽을 수많은 이들에게 수치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글의 마지막에 '전문 필진 박지수'라는 명함을 넣는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싫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폭식을 끊어내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글을 쓰며 다시 이 나태함과 쾌락의 늪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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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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