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세 노세 지금 노세, 책 <맨땅에 헤딩하기>

글 입력 2018.11.2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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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노세 노세 지금 노세
맨땅에 헤딩하기



"봄이 오고 있습니다.
...
늦게라도 이런 원리를 알았으니 그게 어디냐고.
지금부터는 여한 없이 놀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도서는
<맨땅의 헤딩하기>입니다.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 사는 이야기란 부제가
잘 어울리는 산문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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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삶, 살아간 기록들

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는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 사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그 말처럼 위 에세이는 흘러가는 삶의 순간 순간들이 녹여져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집, 가족, 마을과 그리고 키우던 닭과 같이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과 관계맺음을 보여주고, 그 관계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줍니다.

화자는 무엇인가, 큰 것을 깨달아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하지 않으며, 우리 모두는 그래, 그러니 괜찮아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삶을 보여줍니다. 그 짧은 기록들은 쌓여서 그 삶 자체가 어떠한 가치가 되는 것으로 만듭니다. 그 삶 속에는 항상 행복한 것만 있지 않고, 또 항상 슬픈 것만 있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인가의 메세지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 산문집의 리뷰를 적으려고 준비하던 중에 TV프로그램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슬라임을 재밌어하는 아이에게 그것이 무엇이 되는가라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슬라임은 어떠한 것으로 완성되는, 또 어떠한 새로운 창조물이 되지 않고 그저 슬라임일 뿐입니다. 굳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그렇기에 계속 색을 첨가하고 다양한 토핑들을 섞을 수 있는 것이겠죠. 어느 이의 시선에서는 어떤 결과로 굳어지지 않는 슬라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꼭 어떠한 것들이 구체적인 메세지를 담고, 어떠한 큰 뜻을 가져야 하며, 결과물을 창조해내야 하는 것일까를 고민했습니다.

굳지 않고 계속 형태를 변하는, 그리고 그런 과정 자체가 어쩌면 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물론 요즘 세대들이 결과에 대해 체념하고 있는 현실은 조금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무민세대', 어떠한 의미를 찾지 않으려 하는 세대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반대로 개성을 추구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 우리 개개인의 이야기 모두가 어떠한 가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삶,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다시 시골로, 한 마을의 구성원이 되어 가고, 새롭게 즐거워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좋아했던 것들을 살피고,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그러한 것들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행동들이라기보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겪게 된 과정일 것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가치있는 기록이 되고, 또 그 기록들을 우리들은 적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되돌아보면 모두 좋든 싫든 내 삶이고, 내 기억이고, 내 추억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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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늦가을입니다. 거리엔 롱패딩을 입고, 잔뜩 움츠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각종 방한 용품이 등장하는 지금은 겨울로 가는 시기입니다. 유독 더웠던 여름만큼 유독 추운 겨울이 될까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온몸이 으슬거리게 추울 것이라 예상되는 이번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겠죠. 이렇게 계절은 하나의 궤도와 같아서 계속 봄은 오고 또 갑니다.

본 산문집의 마지막 소제목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노세 노세 지금 노세'를 외쳐야겠습니다. 사실, 어렵습니다. 요즘 새로이 일을 시작했는데, 공연 쪽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주 6일 출근을 합니다. 월요일은 공연이 쉬는 날이니까요. 매일 출근하고, 공연이 끝나고 오면 밤입니다. 새벽, 낮에 미뤄둔 일을 하고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납니다. 또 그러면 출근 시간입니다. 그러한 패턴 속에 갇힌 느낌이 들 때마다 조금 슬픕니다. 조금 더 부지런히 행동한다면 그러한 패턴을 깰 수도 있겠지만서도 의지가 생기지 않는 요즘입니다. 곧 다가올 겨울 때문에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핑계를 대봅니다.

책 속에서 말하듯  다른 사람과 조화를 하고, 초대하고, 같이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정말 심리학 연구에서도 현재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입니다. 인간이 가장 행복해지기 쉬운 방법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같이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노세 노세 지금 노세'는 우리가 즐거운 것만 해야 한다기보다도, 조금 버티기 힘들고 아픈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내 편이 사람들과 밥 한 끼 같이 먹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겨울이 오기 전인데도, 벌써 봄이 기다려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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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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