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맨땅은 아프지만, 물은 아프지 않잖아 [도서]

고금란 씨가 맨땅에 헤딩하는 이야기
글 입력 2018.11.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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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고금란 씨가 소설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맨 땅에 헤딩하기>

책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다이빙하는 자세로 수직낙하하는 어떤 사람. 그는 상의도 입지 않고, 물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는 듯 속옷 하나만 걸치고 있다. 어디로 떨어질 지 모르지만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 공기와의 마찰을 최소화한 몸놀림으로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가 향하는 곳은 맨 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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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그는 물로 다이빙하는 중이었다. 맨 땅에 다이빙하는 사람은 없어도 물로 다이빙하는 사람들은 많다. 맨땅에 수직 낙하하면 목숨에 위협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다. 하지만 물에 뛰어들면 죽을 일은 거의 없다. 사실 살아가면서, 죽을 위협에 처한다는 일이 얼마만큼 되겠는가. 맨땅에 헤딩한다는 것은 매사에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울지라도, 실제로 죽을 만큼 위험하고 험난한 일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새 책이지만 지난 열흘간 나의 가방 속에서 늘 함께 하다 보니 때가 묻고, 고구마의 흔적이 묻어버렸다. 수필집 특징답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쉽고 빠르게 읽힐 거라 생각했는데 review의 기간을 훌쩍 넘어버릴 만큼 오랫동안 읽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동안은 도서 문화초대를 받으면, 기간에 맞춰서 빨리 읽어버릴 때도 잦았는데 <맨땅에 헤딩하기>만큼은 그렇게 빠르게 소비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약속된 기간을 훨씬 넘어버린 것은 정말 사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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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어보면 이번에는 'ㅁㅗㄱㅊㅏ'라는 글자를 향해 다이빙하는 사람이 표지에서 옮겨와 있다. 하나하나 너무 귀여운 일러스트였다. 이 다이빙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즐거운 재미였다. 책 내에 일러스트에도 여러 번 이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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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다루기


"인간은 무한한 종류의 고통을 겪는 것 같지만 사실 비슷한 고통을 반복해서 겪고 있으며 몇 개 되지 않는 고통이 수백 수천 가지의 상황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작가는 인간의 수많은 고통이 사실은 몇 가지로 귀결되며, 신체적 고통, 심리적 고통, 영적인 고통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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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고통은 건강한 몸과 음식과 옷과 잠자리가 충족되면 해결되는 고통이다.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것이다. 심리적 고통이란 사랑과 관련된 고통이다. 사랑이 결핍되면 생기는 고통으로, 사랑이 채워지면 사라지는 고통이다. 인간은 무언가 불확실할 때 고통을 받고, 그 고통에 직면하기보다는 도망갈 궁리부터 한다. 도망가는 경로는 술, 장소, 음식, 쇼핑 등의 육체적인 경로가 있고 비난, 증명, 자책, 불평 등의 심리적인 경로가 있다.

이 글을 보고 정말 뜨끔했다. 누군가 나의 비겁함을 지적한 듯 부끄러워졌다. 사실 도망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방어기제 중에 하나다. 그 고통을 완전히 마주치면 자신이 무너질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작가는,


"내가 어떤 식으로 도망을 다니고 있는지 경로들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지 않는 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 배웠고 피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어떠한 고통이든 완전히 경험하면 사라지게 되어있다."



라고 말한다.

자신의 고통의 실체를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정말 쉽지 않다. 나 역시 상처에 취약한 사람이었고, 피하는 것이 습관이었던 사람이었다. 내가 도망갔던 경로는 어렸을 때는 술과 변명이었다. 저녁에 술을 마셔야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그 시절에 나는 나에게서 도망가고 싶었다. 한심하고 능력 없는 자신으로부터, 과제가 많은 현실로부터, 그리고 그 현실을 선택한 나로부터.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능력도 없는 스스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늘 술에 취하는 선택을 했다. 그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고, 사회생활도 되지 않았으며 인간관계도 무너져갈 때야 비로소 그만둘 수 있었다. 나는 나를 중독시킨 술을 공부함으로써 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술에서 벗어났다는 것뿐이지, 여전히 나에게서는 불만족한 상태여서 방어기제는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나타났다. 늘 집에 틀어박혀서 불도 켜지지 않은 고시원 방의 침대에서 울었다. 벽을 보고 울다가 지치면 휴대전화를 보고, 휴대전화 속에서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 시절에 나는 불 꺼진 방 안에서 '사회성 장애', '알코올 중독' 따위의 정신적 질병에 대해 검색했다. 더는 술로 도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늘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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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섭식장애로 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상담선생님께, 쇼핑중독 증세도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섭식장애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댔다. 내가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계속 사들이는 거라고 하셨다. 외부의 어떤 것을 나에게 가져옴으로써 만족하고 싶어한다고. 하지만 그건 내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만족할 수가 없다.

나도 사실은 알고 있다.

예전에 대학교 2학년 때 H라인의 스커트를 사고 싶었다. 그래서 홈쇼핑을 하다가 보이는 H라인 스커트를 입은 모델의 사진을 모조리 캡처를 해놓았었다. 당시에는 내가 옷 입는 것을 좋아하고 나에게 없는 스타일의 옷이기 때문에 갖고 싶은 거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
 
"나 사실은 이런 얇은 다리를 갖고 싶은 거 아냐?"

허리는 얇고, 골반은 넓어서 마치 호리병 같은 그런 몸매. 그리고 그런 S자 몸매의 골반과 반대로 얇아서 허벅지 두 개가 붙지 않는 그런 다리 라인. 내가 캡처 해놓은 사진은 전부 그런 거였다. 그 사진들에는 사람의 상체도 얼굴도, 발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허리부터 이어지는 무릎까지의 아름다운 곡선만이 남아있었다. 내가 그 몸매가 갖고 싶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거짓말처럼 더는 H라인 스커트에 집착을 하지 않게 되었고 더는 쇼핑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요가를 시작했다. 매일 저녁 자기 전에 요가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에는 레깅스를 사는 쇼핑 중독에 걸렸었다. 1학기 때는 브랜드 레깅스 하나만 입고 잘 살았는데 한두달 전부터 온갖 종류의 레깅스를 다 사기 시작했다. 음식과 운동용품을 사는데 두 달간 150만 원을 다 써버리고도, 나는 엄마에게 일주일에 10만 원씩 받으면서도 음식과 레깅스를 살 계획을 세운다. 레깅스를 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상태에 이르러, 수업시간에도 중간중간 레깅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후기를 읽어보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했다가 다시 취소하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최근 들어 잠잘 시간도 없이 바빠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것과 더불어 몸매에 대한 강박증이 생겨 레깅스를 자꾸만 사려고 했던 것 같다. 레깅스가 있으면 운동을 할 시간이 생겨 그렇게 군살 없는 몸매를 갖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고 싶어서 레깅스를 사고 싶구나'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은, 실제로 운동을 하고 나서다. 운동을 하고 나면 피곤하고 지치고 근손실을 막기 위해 단백질 파우더를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날은 평소처럼 레깅스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레깅스를 사야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수많은 레깅스 중 가장 편한 것을 하나 입고 운동을 무사히 마쳤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대해서 평소와 다른 반응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반응이 너무나 강렬해서 거부할 수 없는 집착이 있다면 마음 속 어딘가에 정말로 원하는 소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알아차려야 집착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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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풀기

고금란 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일을 회상한다. 어머니가 이가 아파서 병원비를 달라고 했을 때 불평을 했던 일이다. 고금란씨는 그때의 미안함에 눈물을 흘린다. 나도 이 대목에서 울컥했다. 그 울컥함의 의미가 궁금했다. 나는 고금란 씨 어머니의 상처에 공감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고금란 씨의 미안한 마음에 공감했던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준 사람의 후회, 그리고 상처를 받고도 받지 않은 척해야 하는 마음에 대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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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휴대폰

고금란 씨가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안양의 능산 반점의 주인장이 핸드폰을 찾아주었다는 이야기다. 타인의 물건을 주우면 자기가 갖지 않고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당연하지만, 고금란 씨는 물건을 찾아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의무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내가 달랑 물건만 가져오고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때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열 번 쯤 그런 경험을 계속한 뒤에도 남의 물건을 바로 돌려줄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지급할 책임과 의무가 있었던 것입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단순히 예의라고만 생각했고, 나의 마음을 전달하는 행위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예의를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가 그 열 번째 사람이 되어 나의 물건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거였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단순히 선함에 의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 그런 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

우리 학교의 설계실은 학교 자체에서 지원이 잘되지 않아 무척 좁다. 강의실 하나 정도를 합친 크기에서 10명에서 20명 정도가 자기 개인 책상을 놓고 작업을 해야 한다. 책상 위에 데스크탑을 얹어놓으면 너무 좁아서 모형을 만들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남의 책상을 쓰기 일쑤고, 실수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가면 싸움이 나곤 한다. 그것 때문에 학기 초에는 늘 설계실 자리 확보로 신경전이 벌어진다.

우리 학교 건축학과는 한 학년당 30명에서 40명 정도로 구성되고, 한 반은 10명에서 15명 정도의 학생들로 구성된다. 작년의 일인데, 설계실 자리를 정할 때 우리 반이 특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른 반 사람들이 우리 반에 와서 조금 양보를 해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내 친구가 "양보는 자기가 원해서 하는 것이지, 그걸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아주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그 대답을 듣고 바로 대꾸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아마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나는 설계실은 불편하고 추워서 집에서 작업하는 편이라 책상 배치가 어찌 되든 별 상관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맨 마지막에 자리를 뽑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친구는 그 날 술자리에서 우리에게 왜 편을 들어주지 않았느냐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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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

"만날 사람은 만나고 비껴갈 사람은 비껴가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충분히 안도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그렇게 좋게 말할 수가 있는 걸까. 괴로웠던 시절에는 이런 비슷한 부류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을뿐더러, 그 시절에는 나에게 일어난 고통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책을 찾아 읽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드라마 주인공처럼 '남들은 잘사는데,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또 원망하고 내 상처에 더욱 몰입할 뿐이었다.

하지만 살면서 알게 된 것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아무도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요가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이 나에게 고백을 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인데 그동안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수업 끝나고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고마웠지만 남자친구가 있어 죄송하다고 거절했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남자친구가 없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약간은 떨면서 말을 하는 그 사람의 모습에 나는 어쩐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사람들은 얼마나, 타인의 평범함에 이끌리는가. 그 사람은 내가 겪어온 일들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수업시간에 요가를 하며 웃고 있는 나의 모습 뒤에, 그 몸매를 가지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먹고 토하고 고통스러워했는지는 눈치도 채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한 번에 탕수육 한 판과 고구마 열 개를 먹어치울 수 있는 폭식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치킨을 한 마리 먹고도 델리만쥬를 열 몇 개를 그대로 먹어치울 수 있다는 사실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그렇다고 그 사람을 증오하지는 않았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낄 수는 있으니까.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런 것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함으로 비친다면, 그리고 나도 그런 수많은 사람의 한 면만을 바라보고 평범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의 삶 역시 평범한 것일 것이다. 나의 삶 역시 누군가 타인의 삶처럼 고뇌하고 탈출하고 싶어 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런 평범한 삶.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많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고통스러웠고 힘들었지만, 그리고 그런 삶을 지금도 살아가고 있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런 삶을 사는 나라는 것. 앞으로 이보다 더 심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고 헛웃음이 나올 만큼 무기력해질 때도 있지만 그런 게 그저 삶이라는 것. 그저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이기. 평범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다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트레이너쌤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 일을 겪은 건 "경멸받을 일도, 비난받을 일도 아니지만, 계속 그렇게 살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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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

단식에 대한 글이다. 필요한 영양분이 삼일 정도만 공급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몸이 비상상태에 돌입해, 자기 분해나 소화를 시작하면서 가장 쓸모없는 곳에 있는 조직과 세포를 분해하고 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올바른 단식은 평소 저장된 영양을 이용하여 몸이 스스로 치유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과정이다.

이 글을 보고 나도 한 번쯤 지친 소화기관을 달래고 싶어서 오늘은 단식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10시쯤에 일어난 나는 지금이 오후 3시인데 벌써 세 번이나 음식을 섭취했다. 체했을 때도 음식을 먹는 나라서 굶는 게 가장 힘들다.

예전에,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던 시절에는 굶는 게 가장 쉬웠다. 먹는 것에서 행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친구와 저녁 6시에 식사를 하고 나서 다음 날 저녁을 같이 먹을 때 24시간 만에 먹는다고 하면 다들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른다. 그때도 단식과 금식에 대한 글을 보고, 하루쯤 굶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해봤는데 20시간 정도가 되어가니 쓴 물이 올라오고 구토가 올라와서 결국 그냥 밥을 먹었다. 친구들이 너처럼 잘 안 먹는 애는 그렇게 속을 비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 보통 8시간 정도로 먹지 않으면 몸에 탄수화물이 없는 공복 상태라고 하는데 그때 나는 도대체 어떤 힘으로 서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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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란 씨의 세대가 나와는 상당히 차이 나기 때문에 공감 가지 않는 구절들도 많았다. 굳이 우물을 고집한다는 점이라던가, 이웃들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점,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느낀다는 부분 등. 하지만 그것은 내가 그런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면 그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는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느낄 수가 있었다.

고금란 씨의 삶은 제목 그대로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삶이었다. 때로는 연극배우가 지인들에게 선물로 몇 박 며칠의 해외여행을 선물해주었다는 것을 흉내 내, 지인들에게 국내 여행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주식을 사서 큰돈을 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러고는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며 금방 써야 한다는, 우리 엄마가 떠오르는 말을 한다. 무엇이든 마음이 끌리는 대로 무작정 도전해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고금란 씨의 삶이 그대로 묵직하게 담긴 <맨땅에 헤딩하기>, 두고두고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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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


지은이 : 고금란

출판사 : 호밀밭

분야
에세이

규격
133*199mm

쪽 수 : 256쪽

발행일
2018년 8월 19일

정가 : 13,800원

ISBN
978-89-98937-88-1 (03810)



문의
호밀밭
070-7701-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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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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