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유쾌한 고전, <돈키호테>

글 입력 2018.11.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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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3).jpg
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지난 11월 18일, 고전 발레 <돈키호테>를 보러 갔다. 사실 고전 발레라고 한다면 편견이 있었다. 고전 발레는 나에게 있어 대체 어떤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규칙이 매우 엄격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본 후 내가 발레에 무지해서 생겨난 편견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프리뷰를 쓰기 위해 발레 용어에 대해 알아보았고 어떤 포인트 위주로 봐야 하는지 조사했다. 같은 이야기더라도 안무가가 어디에 포인트를 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소재라도 공연마다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전 발레는 다른 무용에 비해 그 규칙이 엄격하지만 그것이 지루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캐릭터 댄스 등 특색이 있는 댄스를 고전 발레 양식화한다는 것도 흥미로웠으며 그 규칙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게 되자 정말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다.



 

1막, 흥겨운 스페인 광장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5).JPG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돈키호테가 산초판자와 함께 모험을 떠나면서 1막이 시작한다. 돈키호테가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광장에서 추는 군무는 정말 흥겨웠으며 스페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키트리와 바질의 연기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서로 ‘밀당’을 하는 모습과 그 모습에서 각자 질투를 느끼는 것이 귀여웠다. 특히 무용수들의 표정 연기와 행동 연기에서 사랑에 빠진 커플의 발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용수들의 테크닉은 대단했다. 두 주인공 무용수의 테크닉도 뛰어났지만 다른 인물들 또한 대단했다. 극 중 광장에서 사람들이 산초 판자를 놀리는 장면이 있다. 그때 산초 판자를 아주 높게 위로 던진다. 장치도 없이 어떻게 저기까지 높이 올라갈 수 있지?




2막, 꿈 속 요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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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na Yevseyeva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돈키호테는 풍차가 둘시네아를 공격하기 위한 적군으로 착각하여 맞서다가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꿈을 꾸면서 2막은 그 전과는 다르게 극이 진행된다. 2막의 백색 발레, 즉 주로 여성 무용수가 요정 등 신비로운 존재로 나와 우아함을 표현하는 요소의 발레가 나온다.

 

요정들은 이슬 위를 걸어 다니는 듯 부드럽게 춤을 추었다. 내적 열정과 흥분이 높았던 1막과 달리 차분한 2막은 관객에게 하여금 감정의 변화를 천천히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3막을 보기 위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 같았다.



 

3막, 성공적인 결혼



Philipp Stepin & Elena Yevseyeva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1).jpg
Philipp Stepin & Elena Yevseyeva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키트리와 바질은 결혼을 위해 자살극을 펼친다. 자살극을 펼치는 장면은 정말 유쾌했고 귀여웠다. 바질이 스스로 자신을 찌를 때 광장의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뒤로 돌린다. 그 순간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바질은 주위를 둘러본 후 익살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죽은 척을 한다.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자신의 연인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하는 키트리에게 바질은 그에게 볼에 입을 맞춘다. 진실을 알게 된 키트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바질과 함께 슬픈 척 연기한다.

 

이 부분이 정말 사랑스러웠고 인상 깊었다. 무용수들의 표정 연기를 통해 그 감정을 모두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모두 결혼을 축하하면서 자신들의 춤을 보여준다. 각 무용수마다 테크닉을 보여주고 감정을 보여줄 때마다 발레가 얼마나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장르인지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두 주인공의 그랑 파드되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감정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발레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4).JPG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어렸을 때 종종 발레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발레는 나에게 언제나 난해했다. 스토리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레는 사전 정보가 있다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적의 나는 그저 발레를 어떻게 즐기는지 잘 몰랐던 거였다.

 

발레를 ‘스토리 진행’으로만 재미를 느끼려고 분명 그 한계가 있을 것이다. 왜냐면 발레는 스토리만이 주요 포인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토리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함축적으로 표현했는지, 그 감정을 어떤 몸짓으로 표현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돈키호테>를 본 후 다른 발레 공연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리고 어렸을 적 내가 어렵다고 느꼈던 그 공연 또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다. 아마 그때와는 다른 관점에서 볼 것이며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는 발레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려준 공연이었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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