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동행, 기묘여행 [공연]

남겨진 이들의 고통은?
글 입력 2018.11.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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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가해자의 부모와 살인 피해자의 부모의 1박 2일의 동행, 『기묘여행』

살인을 저지른 '아쯔시'에게 면회를 가는 두 부모님. '아쯔시'에게 살해당한 딸 '카오루'의 복수를 직접 하고자, 살인도구를 챙겨서 아쯔시에게 면회를 가는 카오루의 아버지. 그리고 항소가 성공해 아들 '아쯔시'가 사형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아쯔시의 부모님.

가벼운 주제가 아니라서 가볍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다. 극에서는 가해자가 어떤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나오지 않으며, 그 살인으로 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사형이
살인을 저지른 인간에게 주는
위대한 처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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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란 것은 한 국가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사회적인 규범이다. 법을 언제 처음 배웠는지 생각해보면 역사, 한국사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고조선의 8조 법에 대해서 배웠는데, 그중 3개의 내용만이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 대개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
-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 그 죄를 갚는다.
- 도둑질을 한 자는 노비로 삼는다.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자 하는 사람은 한 사람마다 50만 전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고조선의 법률이 사실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잘 살게, 갈등 없이 살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권력층의 사회질서 유지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 법은 국민이 전체가 조화롭게, 화합하여 사이좋게 살기 위해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윗사람 몇몇이 만들어놓은 것이며, 나라의 유지 기반이 되는 것이다. 국민을 안정화하고, 나라를 계속해서 존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약이다.

사람을 죽인 자를 사형에 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나라의 존속 기반인 국민을 위협에 처하게 하고, 실제로 그 숫자를 줄였으며 다른 사람들까지 불안에 떨게 한다. 그래서 그 사람 자체를 없애서 국민의 정서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제 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후 대처에 불과하다.

사실 국민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아들이며,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살인에는 피해자가 생기며, 피해자의 부모님, 피해자의 자식, 가해자 자신의 부모님, 가해자의 자식들.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친구들. 등 수많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런 사회적인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개별적인 위험인자로 정하고 바로 없애버리는 제도가 과연 좋은 것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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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이 아니라면 어떤 처벌이 필요한데? 라고 묻는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부모가 대신 처벌을 내리는 것은 왜 안 되는데? 라고 물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다면, 피해자의 친구는 왜 처벌을 내릴 수 없겠는가. 피해자에게 소중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가해자를 처벌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 그렇게 복수와 복수로 난립하는 세상을 방지하고자, 처벌의 항목으로 사형을 만든 것이고, 개인이 복수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는 있지만, 왜 국가의 처벌은 가능하고 개인의 처벌은 불가능한가.

인간의 생명을 가볍게 여겼기에, 자기 생명도 가벼워져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는 다른 인간의 생명을 가볍게 없애버렸지만, 자신의 생명은 보존 당하고 아껴야 한다는 고귀한 권리가 있는 것일까.

남의 딸을 자기 아들이 죽였지만, 자기 아들은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 부모들은 낯짝도 없는 것인가. 그리고 만약, 아쯔시가 사형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축복인가, 괴로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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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대학교 1학년 때쯤이었던가. 나는 페이스북의 'XX대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지의 한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의 관리자가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면 필터링해서 글을 대신 올려주는 것이었다. 그런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흥미를 갖고 하던 즈음, 사건이 터졌다.

얼굴이 아주 예뻤지만, 그 때문에 다른 동기들로부터 시기를 많이 당한 학생이 결국은 자살한 이야기였다. 'XX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관리자 오빠는 그 학생과 친분이 있어, 단순 자살사고가 아니라는 억울함을 알려야겠다며 자살 사고의 경위를 페이지에 올렸다. 아주 많은 사람이 그 페이지의 기사를 보았고, 공유를 해서 욕을 했다. 결국, 명예훼손으로 관리자 오빠는 경찰에 신고를 당했고, 오빠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모아놓은 과외비 몇천만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빨간 줄이 그어졌다.

나를 포함해 3명의 관리자는 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소환되었다. 우리의 카톡을 다 긁어가서 프린트해서 보여주면서 이게 무슨 대화냐고, 같이 공모한 일 아니냐고 그렇게 따져 묻는 경찰 아저씨의 목소리도, 말투도, 표정도 여전히 생생하다. 나는 그때 알코올 중독자였기 때문에, 관리자 오빠가 페이지에 올리라고 한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 프린트물에 "제가 너무 취해서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적혀있던 것도 아직도 기억이 난다. 경찰 아저씨는 그 글을 올리지 않은 거 잘한 거라고, 잘못했으면 너도 처벌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이 페이지를 관리하던 여자애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글을 다 같이 공유하는데 우리한테만 왜 그러냐고. 우리가 우리 각자 개인 페이지에 그 글을 공유한 게 무슨 죄냐고, 그럼 다른 사람들도 잘못이 있는 거 아니냐고. 우리를 심문하던 경찰 아저씨들은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더니 나무랐다. 너희가 무고한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너무 철도 없고 남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혼을 냈다.

그 날 안성에서 돌아오던 길은 너무나 길었다. 경찰 아저씨들이 차를 실어주긴 했지만, 우리는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끝도 없는 길을 걸었다. 아저씨가 분명 차를 태워다줬는데 왜 걸어야 했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카드내역에 안성 버스터미널이 찍힌 것을 보고, 언제 갔느냐고 왜 갔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답사를 간 거라고 말했다. 차마 이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곧 SNS를 아예 삭제했고 다시는 시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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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광기에 가려져 있던
남겨진 이들의 고통과 아픔

누군가는 자기 스스로 자살할 권리도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자신의 목숨을 그냥 자연사, 돌연사할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일까. 자살할 권리도 없는 우리에게 타인을 죽일 권리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타인을 죽게 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나 기묘여행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닌, 남겨진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 잘못도 없는, 가해자와 피해자와 관계를 갖는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는 분노와 아픔과 공감이지만,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감정을 담고 있을 것인가.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절대 어둡지만은 않은 기묘여행.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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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여행
- 극단 산수유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


일자 : 2018.12.06(목) ~ 12.30(일)

시간
화-금 오후 8시
주말, 공휴일 오후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동양예술극장 3관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극단 산수유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문의
극단 산수유
010-3309-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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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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