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남겨진 사람들, 기묘여행

분노와 광기 뒤 가려져 있던 남겨진 이들의 기묘한 여행
글 입력 2018.11.2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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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10주년을 맞이한 극단 산수유가 10주년 기념 연극 <기묘 여행>을 무대에 올린다.

열다섯 살의 소녀 카오루를 살해 후 사형 선고를 받은 아쯔시. 아들의 사형만큼은 피하고 싶은 아쯔시의 부모와 딸을 죽인 살해범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카오루의 부모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채 1박 2일의 기묘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것이 연극 <기묘여행>의 줄거리다.

2010년 초연 당시에는 최근 영화 <허스토리>로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예수정이 주연을 맡았다. 이번에 공연될 <기묘여행>에는 <가벼운 스님들>,<꽃의 비밀>의 이선주, <염쟁이 유씨>,<달빛 안갯길>의 임형택, <최후만찬,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의 권지숙, <소나무 아래 잠들다>, <꽃상여>의 오일영 등이 무대에 오른다.



사형제도에 관한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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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현재 사형제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실제 집행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97년 12월 30일 김영삼 정부 당시 23명의 사형 집행 이후 20년째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기준에 따라 대한민국은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이하는 오는 12월, 인권위는 국가 차원의 사형제 중단 공식 선언(모라토리엄)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8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 결과 69%는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22%는 폐지해야 한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출처: 한국 갤럽 여론조사)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쪽은 사회 정의의 확립 및 강력 범죄의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형제도가 폐지되면 흉악범들이 복역을 마친 후 사회로 복귀하여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책 <사형제도에 반하여>를 쓴 프랑스의 변호사이자 법학교수인 로베트 바댕테르는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며 가장 중요한 논거는 두 가지라고 밝혔다. 먼저 오심의 문제다. 인간이 재판을 하는 한 오심은 피할 수 없고, 사형제도는 오심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형벌 집행 이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다. 그다음은 범죄 예방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사형제도의 존속 시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범죄가 감소 및 예방될 거라는 주장은 오랜 시간 설득력을 얻어왔다. 하지만 사형제도가 실직적인 범죄 예방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입증되었으며,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에서 범죄가 늘었다는 증거는 없다. 즉  사형을 통해 흉악범죄를 막겠다는 것은 무용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2017년 기준 전 세계 200개국 가운데 104개국이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했으며 우리나라처럼 10년 이상 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도 37개국이 있다.



용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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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기묘 여행 연습 장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제도'에 화두를 던지고 있는 이 연극 <기묘여행>은 그러니까 결국 '용서'에 관한 이야기다. 용서를 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용서할 수 있는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걷어낸 뒤 그 뒤에 가려져 있던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살인'이라는 공통된 화두를 겪은 이들이 서로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기묘여행>의 시놉시스를 읽자  책 <용서의 나라>가 떠올랐다. <용서의 나라>는 16년 전 벌어진 성폭행 사건의 생존자와 가해자가 재회하여 9일간의 여정을 보내는 실화 에세이다. 두 사람은 폭력과 증오의 기억의 퍼즐을 다시 짜 맞추고 16년간 서로에게 벌어진 감정의 변화와 시간을 공유하며 용서와 치유의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책의 화자이자 성폭력 생존자인 토르디스는 말한다. "용서가 유일한 길이야. 그가 용서를 받을 자격이 있든 없든 나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 그녀가 생각하기에 용서란 높은 도덕적 경지에 이른 사람들만 실현하는 성스러운 개념이 아니다. 희생도 아니고 당연히 영웅적이지도 않다. 그저 숫돌에서 나온 서슬 퍼런 것이고 속박을 끊기 위한 것이다. 나 자신의 안녕에 크게 이로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용서를 하는 것이다.

토르디스가 가해자인 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가 저지른 사건으로부터 자신은 물론 톰을 자유롭게 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9박의 여정, 그리고 그 이전의 8년간 이뤄진 300여 통의 이메일이 있었다. 하지만 <기묘 여행>에서 보여줄 1박 2일의 여정은 가해자와 생존자가 아닌,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다. 가해자를 용서해줄 당사자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그 상황에서 '용서'는 과연 그들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궁금하다. 삶과 죽음, 생명과 용서라는 숭고하고 무거운 가치를 둘러싼 그들의 기묘한 여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연극 개요


■ 공연명: 기묘여행
■ 기간: 2018년 12월 6일 (목)~ 2018년 12월 30일 (일)
■ 시간: 평일 오후 8시/ 주말 및 공휴일 오후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 장소: 동양예술극장 3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4길 29)
■ 주최/ 제작: 극단 산수유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 러닝타임: 90분
■ 관람료: 30,000원
■ 예매: 인터파크티켓
■ 작가: 토시노부
■ 번역: 박희찬
■ 연출: 류주연



연출자 정보


연출자: 류주연
극단 산수유 대표/ 극단 백수광부 단원

[수상]
2016년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6 공연베스트7 <12인의 성난 사람들>
2016년 공연과 이론 작품상 <12인의 성난 사람들>
2016년 제4회 이데일리문화대상 최우수상 <12인의 성난 사람들>
2010년 제47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기묘여행>

[주요 연출작]
<12인의 성난 사람들> <고비> <1945> <금지된 장난><하퍼리건><허물><괴물><청중><별무리><878미터의 봄><기묘여행><마지막 여행><바람이 분다><냉동인간><경남 창녕군 길곡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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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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