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맨땅에 헤딩하기>를 통해 느낀 세 가지 [도서]

잔잔하지만 깊이있는 <맨땅에 헤딩하기>
글 입력 2018.11.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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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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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벼가 누렇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이 계절이 되면 고등골에도 집집마다 한 번쯤은 추어탕 냄새가 풍겨 나오고 사람들은 빨갛게 익어가는 산초 열매를 골라 따기 시작합니다.



<맨땅에 헤딩하기>를 읽으며 나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살고 있는 푸르른 농촌 이야기,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구절, 오고가는 정겨운 사투리들은 고요한 분위기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나는 이와 같은 느낌을 좋아한다. 이 책의 농촌 배경과 비슷한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세 번 정도 본적이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자연의 풍경과 자연이 주는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며 행복감이 든다. <맨땅에 헤딩하기>도 마찬가지였다. 잔잔한 그곳의 정취들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행복해졌다.


무언가를 억지로 떠먹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냥 소소하고 담백하게 작가의 인생을 풀어냈다. 이 과정을 차분히 읽으면 저절로 자연스레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이런 구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읽고 배우고 느낀 점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하지 않았기에 편안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자기 전 마다 조금씩 읽었는데, 정말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2.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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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숨을 유지시켜주는 근본은 햇빛과 물입니다. 사람은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없으니 식물이 만든 유기물을 얻어먹으며 살아가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서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식물이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작가는 고등골 마을의 소나무가 죽어나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누군가가 고의로 소나무에 약을 발라 죽게끔 만든 것이었다. 자신의 할머니가 생전에 추위를 많이 타셔서 무덤이 소나무 그늘에 가려지게 되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죽어나가는 소나무들이 안타까웠다. 아마 작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가끔 위와 같은 글을 읽고 경각심을 느낄 때면 당연히 곁에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부끄러워진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너무나 당연시여기는 것 같다. 그녀의 일상 속에 일어나는 이야기 중 자연에 대한 이야기에 몰입이 높았다. 자연의 중요성을 학문적으로 딱딱하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에 마치 그 공간과 상황에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자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게 된 단락이었다.




3.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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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물건이나 조금 '빈 구석'이 있어야 다른 것이 담길 여지가 있는데, 나는 아직도 빈 곳을 채우려고 이렇게 안달을 부리고 있구나.



이 구절을 읽고 항상 무언가 부족하지 않을까, 빈틈 많은 사람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더 많은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등 나의 무수한 고민이 떠올랐다. 사회가, 타인이 인정하는 ‘완벽’을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잠재워 주었다. 이 정도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다 보니, 조금만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좌절감에 사로잡혔다. 완벽히 해낸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를 부러워했고 이루어 내지 못한 내겐 비판의 말을 건넸다. 이랬던 나의 마음을 진정 시켜 주었다. 무언가를 내려놓고 차분히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과한 욕심을 내려놓아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무엇이 그렇게 초조하고 급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여백의 미만 찬양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여백의 미를 사랑해줄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은 작가의 전반적인 인생이야기다.


그저 한 사람의 인생이야기를 왜 이렇게 재밌게 읽었을까 생각했다.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를지라도 모두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마음을 같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사소한 것에 정을 붙이는 것, 자신의 삶에 대한 끝없는 성찰 등이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에 더욱 몰입되는 것이다. 작가님의 삶에 나의 삶을 비추어 보며 느끼고 배웠던 시간이었다.






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



지은이 : 고금란


출판사 : 호밀밭


분야 : 에세이 / 쪽 수 : 256쪽


발행일 : 2018년 8월 19일


정가 : 13,800원


ISBN 978-89-98937-88-1 (03810)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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