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해 마지막 뮤지컬이 될 '지킬 앤 하이드'[공연예술]

내가 피켓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글 입력 2018.11.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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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이후로 11월은 항상 나에게 가장 바쁜 달로 기억되고 있다. 밀린 과제들과 기말 시험공부도 해야 하지만 일 년 내내 미뤄왔던 사람들과의 약속을 한 해가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지켜야 하만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는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까지 더해져 가장 바쁜 11월로 기억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11월은 마냥 바쁘게만 기억되기보다는 바쁘지만 설레는 한 달로 기억될 것 같기도 하다.


반복되고 지루한 날들의 연속에도 기다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설렘과 행복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에게 올해 11월이 바쁘지만 설레게 기억될 수 있는 이유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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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앤 하이드>의 티켓을 예매한 건 올해 10월이었다. 피케팅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티켓팅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엔 사람이 하는 건데 나 앉을 자리 하나 없겠어?'란 생각으로 1차 티켓 오픈이 열리길 기다렸고, 그 결과는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 달간의 객석이 모두 회색으로 채워졌고 정말로 샤롯데 씨어터에 내가 앉을 자리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다행히도 대학교 수강신청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한 2차 티켓 오픈 때는 S석 한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4차 티켓까지 오픈된 지금  <지킬 앤 하이드>의 모든 회차 좌석 점유율은 95%에 육박하고 있다.


좌석 점유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중 하나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회차 1100회 누적관객 120만을 돌파하였고 영화배우였던 조승우를 뮤지컬 배우로서 우뚝 서게 한 작품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현재 뮤지컬계에서 엄청난 티켓파워를 가진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의 캐스팅까지 더해진 2018년의 <지킬 앤 하이드>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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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14년간 국내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고 수많은 뮤덕(뮤지컬 덕후)들이 회전(같은 극을 여러 번 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을 이전에 봤던 사람이라면 초연 재연 삼연에 비해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새로운 캐스팅들은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디테일을 연기할지 기대하며 <지킬 앤 하이드>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자세한 줄거리조차 모르는 내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이토록 기대하는 이유는 지금부터 설명할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홍광호 배우가 보여줄 두개의 캐릭터 : '지킬'과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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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킬을 예매할 때부터 나는 '홍광호 배우 아니면 보러 갈 의미가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승우 배우나 박은태 배우 모두 뛰어난 뮤지컬 배우기 때문에 정신 나간 소리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만큼 올해 6월에 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홍광호 배우가 내게 준 인상은 강렬했다. 뮤지컬 배우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제네럴 리스트에 가깝다. 다른 공연 예술 장르와는 달리 뮤지컬은 종합예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기, 노래, 안무 세 가지 모두 완벽에 가까워야만 비로소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평가받게 된다. 그렇기에 <맨 오브 라만차>에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그 자체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홍광호 배우의 모습은 처음 본 나조차도 홍광호가 왜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평가되는지 알게 해주었다.


성악 발성을 접목시켜 고음으로 올라가도 탄탄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는 다른 배우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홍광호 배우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에서 무엇보다 홍광호 배우가 기대되는 이유는 지킬과 하이드에서 나타날 그의 연기력 때문이다. 많은 뮤지컬 작품 중에서 주연배우가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은 흔치 않다. 주연배우가 어설프게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경우 자칫 관객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맨 오브 라만차>그리고 <지킬 앤 하이드> 모두 홍광호는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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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라만차>에서 홍광호는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를 연기했다. 늙은 기사와 젊은 작가라는 상반되는 캐릭터에 홍광호 배우는 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다른 캐릭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각각의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었고 세르반테스를 연기하는 홍광호와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홍광호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오로지 연기력으로 관객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8 <지킬 앤 하이드>에서 홍광호 배우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대립을 이중인격인 지킬과 하이드를 통해 보여주게 된다. 시간적으로 확연하게 두 가지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는 <맨 오브 라만차>와 달리 <지킬 앤 하이드>는 초 단위로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들게 된다. 그렇기에 섬세하게 두 캐릭터를 구분 짓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관객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지킬 앤 하이드>에서 홍광호 배우는 또 어떤 디테일을 통해서 지킬과 하이드를 다르게 표현해 낼지 그리고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홍광호의 지킬과 하이드 중 어느 인격이 설득력 있을지 무척 기대될 수밖에 없다.




2. 지킬의 대표 넘버 : '지금 이 순간'과 '컨프롱'



  


<지킬 앤 하이드>를 모르는 사람도 '지금 이 순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이 넘버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뮤지컬 넘버이다. 또한 3년 전에 무한도전 뮤지컬 특집에서 홍광호와 정준하가 부른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화제가 되기도 해 홍광호 배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넘버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작품을 떠나 무척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이다. 홍광호 배우가 부른 '지금 이 순간'을 유튜브로 몇 번이고 돌려볼 정도이니까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들을 때면 가사 번역이 참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대게 국내에서 공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넘버의 경우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의미가 조금 달라져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넘버인 'This is the Moment'를 번역한 '지금 이 순간'의 가사는 원넘버의 의미를 잘 살리면서 우리나라 정서와 알맞게 번역되어 다른 넘버에 비해 매우 매끄럽게 들린다.


결혼식 축가나 졸업식 같은 자리에서 많이 불리는 '지금 이 순간'은 사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이 내면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주사를 놓기 전 부르는 넘버로 실험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지킬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이어폰이나 화면을 통해 부분적으로 듣던 넘버가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 속에서 어떻게 녹아있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며 듣는 것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못지않게 <지킬 앤 하이드>에서 많이 알려진 넘버는 흔히 컨프롱이라고 불리는 Confrontation이다. 대립이라는 뜻을 가진 컨프롱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킬과 하이드가 대립하는 장면과 함께하는 넘버이다. 양면적인 지킬과 하이드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넘버로 이 장면에서 배우는 초 단위로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과 악의 대립을 표현하는 섬세함이 가장 필요해 보이는 컨프롱에서, 홍광호 배우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컨프롱은 개인적으로 <지킬 앤 하이드>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넘버이다.


연기와 노래도 중요하지만 컨프롱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마 분장일 것이다. 이 넘버에서 배우의 얼굴 반쪽은 지킬의 모습을 다른 반쪽은 하이드의 모습을 나타낸다. 대립되는 두 캐릭터를 하나의 얼굴에 반반씩 표현했지만 정면에서 봤을 때 부자연스러움이라곤 거의 없다. 그만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분장에 있어서도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컨프롱이라는 넘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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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공연중인 잠실 샤롯데씨어터


올해 초부터 나름 꽤 많은 뮤지컬을 본 것 같다. <레드북>, <노트르담 드 파리>, <번지점프를 하다>, <프랑켄슈타인>, <캣츠>, <오페라의 유령>,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나의 2018년을 뮤지컬을 빼놓고 설명하긴 참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12월 5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나에게 2018년 마지막 뮤지컬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티켓팅할 돈이 없다..). 올해 내가 이토록 많은 작품을 접한 이유는 뮤지컬이라는 장르 그리고 작품 속 배우가 주는 에너지 때문이다. 그 에너지는 슬럼프에 빠져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2018년 마지막 뮤지컬인 <지킬 앤 하이드>를 어떤 방식으로 무슨 에너지를 주게 될지 일주일 동안 더 기대하고 더 설레며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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