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큐멘터리 3일 - 우리의 삶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11.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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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역 신도림역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3일을 보고 피디가 되고 싶었던 고등학생 때가 생각난다. 사람들에게 신도림역의 공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는 3일이었다. 처음으로 그 다큐를 보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라는 걸 알았다. 나와는 조금 다르고 같은 부분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삶과 이야기는 영화와 다른 보는 재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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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큐멘터리 3일을 봤다. 555회는 춘천 핫 플레이스, 육림 고개 시장의 3일을 보여준다.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그들의 모습에서 낯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요즘, 죽은 옛 상권을 살리고 청년실업의 문제를 줄이고자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렇게 육림 고개 시장에서 가게를 시작한 청년들이 모이게 됐다. 오래된 골목에서 시장상인,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넓지 않은 가게에 자신의 손길로 성실히 채운 공간.

그 공간은 자신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자 나를 오롯이 드러내는 곳이다.

새벽 다섯 시부터 문을 열어 손님을 기다리는 미용실. 새벽부터 옥수수 전분을 끓여 올챙이 국수를 만드는 국수집. 케이크와 마카롱을 굽는 가게. 직접 농사지어 음식을 만드는 식당. 2층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소품샵.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흘러간다.



이제 걸음마를 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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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소에는 왠지 모르게 개성이 넘치고 긴장과 설렘이 깃들어 있다. 잠도 줄여가며 새벽부터 나와 마카롱을 굽는 쿠키 집. 대량생산과 기술로 많은 빵과 쿠키를 먹을 수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계량해 시간을 들여 만든 마카롱이 더 맛있는 건 당연하다. 온기와 이야기를 가진 음식은 먹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장소의 어묵집도 분주하다. 튀기는 방법과 재료를 바꿔가며 더 맛있는 어묵튀김을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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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건물의 이 층에는 또 다른 온기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잘 듣지 않는 LP판과 여러 나라에서 모아온 온갖 물건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 조금은 귀찮고 쓸모없어진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정리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다. 가게 주인은 그저 자기와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반가워하고 가치를 알아주는 것에 고마워한다.

자신이 가진 온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눠주는 가게들. 그 온기가 오래된 시장의 골목에 퍼지고 퍼져 때 묻지 않은 공간이 든든함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늘 그 자리를 지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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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며 새벽부터 미용실 문을 열고 준비를 시작한다. 커피를 끓이며 시작하는 미용실과 또 다른 새벽 시간을 여는 국수집. 가게에 나오자마자 옥수수 전분을 끓여 면을 준비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골목에서 오래된 그곳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세월을 지나왔다. 청춘을 바쳐서 해온 일. 많은 것 바라지 않고 밥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다.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맞아. 많은 거 바라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 묵묵히 할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으면 행복이지.’

소박한 꿈. 원대한 꿈도 필요하지만, 때론 소박한 꿈이 나를 이끌어 준다.

개개인의 삶에 들어가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건 뻔할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울림을 주고 처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모하지만 열정만은 남다른 초심의 힘을. 그 긍정적인 기운을.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을 하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직업이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 평생직업이 없는 삶에서 내가 앞으로 품어야 할 소박한 꿈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면서 살아가자.

우리 모두 조급해지지 않고 그저 소박한 꿈 하나 가지고 살아가자. 그것이 삶이다.


[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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