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년이 책의 해였다니, 나만 몰랐어?

출판저널 507호를 읽고
글 입력 2018.11.2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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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2018년은 책의 해였다. 충격적이게도 나만 몰랐던 사실인가 싶다. 둔기로 뒤통수를 엊어맞은 듯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나름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블로그에서 책을 추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2018년이 '책의 해'라는 걸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너무나도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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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혼자 알지 말고 나한테도 알려 달라고요!


올해는 1993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두 번째 '책의 해'로, 도서와 관련한 수많은 행사가 있었단다. 얼마 전에 다녀온 한국도서관협회 주관의 '4차 혁명 시대, 인문학에 길을 묻다'라는 포럼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행사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외에도 국제도서전, 생태계 포럼 등 책과 독서에 애정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많았다. 분명 책문화와 관련된의미 있는 논의가 오간 자리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나만 모른 건가. 억울하기 그지없다. 내가 더 관심을 갖고 찾아봤다면 2018년이 '책의 해'라는 걸 알 수 있었겠지만, 오직 개인의 노력 부재만을 그 원인으로 꼽기엔 홍보도, 여러 행사의 실적도 다소 부진했던 것 같다.

출판저널 507호에서는 특별 좌담으로 '독서에 대하여 독자가 말하고 싶습니다' 코너를 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 책 모임을 리드하는 사람들, 그리고 출판저널 관계자들이 모여 책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더 많은 이들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일까. 독서와 출판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에는 애정이 있었다. 특히 출판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말로 쓰여 있었고, 좌담의 논의에 공감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독서 활성화에 누구보다 의욕적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출판'업계



출판이라고 하면, 그동안 관계자들만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다.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인쇄하고, 마침내 서점의 매대 위에 올리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이 태어나는 데에는 수많은 업자들의 땀방울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출판 대신 색다른 구색의 출판이 빈틈을 채우기 시작했다. 1인 출판, 전자 출판, 동인 출판 등, 출판사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잠깐. 그렇다면 출판은 더 이상 필요 없는 분야가 아닐까? 만약 출판사가 단순히 책을 만들기만 하는 곳이라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게 맞지만,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아도 이 업계가 인쇄업만으로 돌아가는 동네는 아닌 듯하다.

좋은 책을 골라 세상에 빛을 보게 하고. 그러면서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매개하는 곳. 좁게는 작가와 독자를, 넓게는 작가와 독자, 독자와 세상, 세상과 독자까지 아우르는 관계망에 눈을 번뜩여야 하는 곳. 책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세상의 모두가 책을 읽기를 바라는 곳. 내가 출판저널을 읽으며 만난 출판업계자들은 모두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책을 읽는 세상이라니! 주위의 누구와도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어떨까. 아무도 책을 읽기 싫어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동영상을 들여다 보는 대신 모두가 줄글을 읽어 나가는 세상이란 말이다!

맙소사, 무척 낭만적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에게, 그곳은 그야말로 신기하고 매력적인 세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낭만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그러한 세상이 도래하는 게 불가능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능할 수도 있지만, 내가 살아있을 때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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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책을 읽는 세상은 이상(理想)일 뿐이라는 걸 알았을 때


'독서에 대해서 독자가 말하고 싶습니다' 좌담 중에 흥미로운 의견이 있었다. 독자들이 보는 '책의 해'에 대한 아쉬운 점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독서경영포럼'이라는 독서 모임을 운영 중인 안계환 패널은 우리 모두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한다.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답을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여긴다는 거예요.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보세요. 책을 누구나 다 읽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 출판저널 507호 90p


내가 출판저널을 읽기 전에 어렴풋이 떠올렸던 것과 비슷한 의견이었다. 독서는 이제 취미의 영역으로 옮겨갔으며,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는 시대에 다다른 걸지도 모른다고. 책보다 재미있는 게 수없이 많은 지금, 이전 세대가 책에서 정보를 습득해왔기 때문에 이후 세대도 그래야 한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책을 읽게 만들어야 한다면, 독서 활성화 정책은 책 그 자체의 매력을 알림으로써 책 또한 하나의 콘텐츠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것을 향유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음을 설파해야 하고, 자발적으로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책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독서 마케팅'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조금만 기회를 준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독자층에게 정책을 펴야 해요. 책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독서운동을 해야지, 책을 싫어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책을 주면서 읽으라고 강제로 권유하는 독서운동은 방법론 상으로 잘못됐다는 거예요.

- 출판저널 507호 92p


정책이란 것이 대상을 세분화하여 실행하기엔 무척 어려운 것 중 하나임이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안계환 패널의 이야기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들린 이유는 그것에 어느 정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들이밀고 읽으라 해봤자 그들은 독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미 책보다 재미있는 걸 찾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더욱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면, '책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여 독서 마케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왜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책을 읽지 않는지, 그들에게 독서란 어떤 것인지, 텍스트가 주는 매력을 알고 있는지, 인내심 있게 묻고 속내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독서는 사람이 책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에, 독서를 영업하기 위해서는 책에 애정을 가진 만큼 그걸 읽는 사람에게도 애정을 가져야 옳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꾸준히 애정을 갖고 책과 사람을 지켜본다면, 지금까지 책의 가치를 지켜왔던 것처럼 출판계는 결코 사장되지 않을 것이다.




출판저널이 말하는 책문화의 미래


종이로 만든 모든 것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끔찍한 저주는 아주 예전부터 디지털 시대의 기저에 깔려 있었다. 책은 그 중 가장 선두에서 몰매를 맞은 콘텐츠 중 하나였다. 아니, 그때는 콘텐츠라는 말이 유행하듯 떠돌기도 전이었으니, 아마 뉴미디어에 가려 사라질 전통매체라 명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글은 사라질 수 없다. 인류는 과거의 지혜와 현재에 흐르는 시류, 그리고 미래를 향한 통찰을 축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버릴 수 없다. 종이책에서 전자책, 더 나아가 오디오북으로 변화하면서 콘텐츠를 감싸는 포장지가 변화하기는 했으나, 결국 그 안의 이야기는 살아남았다.

출판저널은 그렇기 때문에 가장 용감한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만든 잡지이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죽어가는 업계라고 손가락질하는 곳에서 치열하게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영원히 살아남을 스토리 콘텐츠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인생담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히 사랑 받는 것처럼, 출판저널과 책문화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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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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