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100dayproject, 나 자신에게 건네는 100일의 약속 -2주차 [문화전반]

Day 8 ~ Day 14
글 입력 2018.11.30 17:1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The100DayProject
#100daysofpracticing

1주차가 지났다. 100일 중 7일이 지났으니 93일이 남는다. 최근 2년 동안 지금처럼 매일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서인지 이 도전을 시작한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림을 꽤 많이 그린 것 같은데, 앞으로 연습하며 그릴 양에 비하면 개미 더듬이 정도 그렸다고 생각하니 왜인지 모르게 신기하다.



Day 8 :  바이올린


KakaoTalk_Photo_2018-11-29-16-57-29.jpg
 

11월 22일. 바이올린에 대해 생각하다가, 바이올린을 그렸다.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을 좋아하게 되었을 뿐인데, 언제부터인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나에게 꽤 중요한 악기가 되었다. 사실 어릴 때의 나는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바이올린보다 중저음역대를 담당하는 중후한 음색의 첼로를 더 좋아했다. 성인이 되고 두 악기 중 하나를 배울 기회가 되었을 때, 취미로나마 배우길 선택했던 악기도 첼로였다. 그런데 왜일까. 레이첸의 팬이 된 이후로 소소한 부분부터 꽤 중요한 부분까지, 내 주위에 바이올린에 얽힌 요소들과 인연들이 늘어간다. 이번 100일의 도전을 시작하게 된 것도, 팔로우중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도전에 영향을 받은 것이 적지 않다.

어쩌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바이올린에 관심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내 주위에 있는 바이올린에 대한 것들이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왠지모르게 감성적인 저녁, 레이첸의 새음반 <The Golden Age>를 들으며, 음반 자켓 사진에 있는 그의 바이올린을 따라 그려보았다. 조용히 그리고 있자니 내가 알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 한 명이 떠올랐다.



Day 9 :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

 
KakaoTalk_Photo_2018-11-29-16-57-38.jpg
 

11월 23일. 오늘은 말그대로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에게 온전히 핸들을 내어준 날이었다. 그 말은 즉, 연습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막 대학을 졸업했을 무렵, 우연히 유튜브에서 TED 강연을 한 편 보게 되었다. <Wait But Why?>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 팀 어번Tim Urban이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를 주제로 한 강연이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야 딱 내 얘기네!"하며 희희낙락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의외로 꽤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었다. 팀 어번의 말솜씨가 좋아서 영상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는데, 끝까지 들어보니 이야기의 핵심이 내 삶을 그대로 꿰뚫은 것이다. 특히 <자기 삶의 방관자가 되는 것>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익히 들었던 "대학에만 가면 하고 싶은 걸 해라"는 말. 나는 대학에 가면 내가 자유로울 줄 알았다. 나를 둘러싼 제약은 어느정도 풀렸지만, 나 스스로가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는 내 인생의 동그라미에 한 발만 걸치고 서서 언제든 "내 의지는 아니었어"라며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실 나는 제법 열심히 살았던 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학과생활도, 교환학생도, 동아리활동도, 멀리서 보았을 땐 이것저것 많이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는 했었다. 하지만 '그랬던 편이야'라는 표현을 쓴 건, 말 그대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나를 100퍼센트 던지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건, 어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나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금만 더 해볼걸. 팀 어번의 강연을 본 이후로, 내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를 떠올리곤 한다.



Day 10 : Tim Urban


KakaoTalk_Photo_2018-11-29-16-57-42.jpgKakaoTalk_Photo_2018-11-29-16-57-46.jpg
 

11월 24일. 어제를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나니 회의감이 들었다. 100일의 10분의 1에 겨우 도달했는데, 그림을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매일 드로잉북 앞에서 고뇌하고 있다니. 그래서 오늘은, 내 인생에 큰 깨달음을 주신 팀 어번 선생님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데드라인이 없는 일에
해이해지는 걸 주의해라.
누구나 살면서 무언가를 미룬다.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내가 미루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대기가 무서울 때가 있다. 막상 그 일을 시작했을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가올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하는 때가.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 있기로 한 선택에 따라오는 죄책감과 후회의 무게는 과연, 행동에 따라올 미지의 결과보다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Day 11 : Tim Urban 2

 
KakaoTalk_Photo_2018-11-29-16-57-54.jpg
 

11월 25일.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기법을 배웠는데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라인 드로잉>이라는 기법인데, 단순한 선으로 윤곽만 그려서 대상이 주는 느낌을 잡아내는 방법이다. 아주 단순한 라인만 쓰는 경우도 있고, 라인 위에 색을 입히거나 음영을 넣어 강조를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나는 수채화물감으로 대강의 모양을 잡아놓고 종이를 말린 후에, 그 위에 펜으로 윤곽선을 잡았다.

나는 종종 그림을 그리기 전에 걱정을 한다. 그리다가 망치면 어떻게 하지? 종이를 낭비하게 되면? 세상에 종이가 딱 한 장 남은 것도 아니고, 그림을 그릴 시간이 지금 뿐인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걱정이다 싶지만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그래서 때로는 '망치든 말든 시작부터 해보자'는 생각을 하는 게 좋다. 밑그림 없이는 잘 그리지 않는 나지만, 가끔 이렇게 긍정왕 마음가짐으로 선을 긋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온다. 학창시절 늘 어려워했던 수채화도, 밑그림 없는 드로잉도, 오늘은 왠지 만족스러웠다.



Day 12 : 새

 
KakaoTalk_Photo_2018-11-29-16-58-03.jpgKakaoTalk_Photo_2018-11-29-16-58-09.jpg
 

11월 26일. 오늘은 묘한 날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는 날이지만, 나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여전히 겁이 많은 나는 글로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조금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자유로운 새를 그리고 싶었다. Le Coeur Est Un Oiseau, 마음은 자유로운 새. 몇 해 전, 단독 내한 공연을 했던 퀘벡 가수 브루노 펠티에의 공연에서 처음 들어본 노래다. 영혼을 상징하는 심장이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묘사한 노래. 브루노가 말하길 그의 장모님께서 당신이 돌아가셨을 때 브루노가 불러주었으면 하는 노래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유독 새가 그리고 싶었다.



Day 13 : 말


KakaoTalk_Photo_2018-11-29-16-58-15.jpgKakaoTalk_Photo_2018-11-29-16-58-12.jpg
 

11월 27일. 새를 그리고 나니 다른 동물을 그리고 싶어졌다. 동물 이모티콘을 쭉 훑어보는데 말이 눈에 띄었다. 사실 전부터 말이나 사슴, 소 같은 동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근육이 잡힌 라인이나, 달릴 때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인지 독특하게 휘어진 뒷다리 같은 부분들. 사실은 라인드로잉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왠지 말이라는 동물의 구조부터 연습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때 미술학원에서 전공하려고 배우는 친구의 수업을 어깨너머로 본 적 있는데, 인체 드로잉을 할 때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볼 법한 근섬유나 뼈대 그림부터 연습하는 것 같았다. 말을 그릴 때도, 윤곽을 잘 그리려면 그 안에 든 뼈부터 잘 그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뼈대 그림을 찾아 그려보았다. 어깨, 갈비뼈, 골반, 엉덩이, 꼬리뼈 순서대로 위치를 보니 말의 형태가 이해되는 것도 같았다.



Day 14 : 말2


KakaoTalk_Photo_2018-11-29-16-58-25.jpgKakaoTalk_Photo_2018-11-29-16-58-27.jpg
KakaoTalk_Photo_2018-11-29-16-58-30.jpgKakaoTalk_Photo_2018-11-29-16-58-33.jpg
 

11월 28일. 어제 나름대로 열심히 말의 신체구조를 연습했으니 조금 성급한 감이 있지만 오늘은 라인드로잉으로 그려보았다. 그런데 라인 드로잉 배운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막상 다시 잡으려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잃은 것 같았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이리저리 찾아보았는데, 안나 스텀프Anna Stump 선생님이 올린 Contour drawing 영상을 발견했다. 딱 내가 찾던 느낌의 영상인 것도 마음에 들었는데, 해주시는 말씀 하나하나가 인상깊었다.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저지른다는 실수에 관한 부분이었다.


"모델을 끝까지 보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많이들 하는 실수가
'난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니까
내가 아는대로 그릴래'하는 것이에요.
왜냐면 모든 사람의 눈은 각각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죠."


나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첫 선과 끝 선이 많이 다르다. 처음엔 그리는 대상도 유심히 보면서 천천히 그리는데, 그림이 어느정도 완성되어가면 처음의 대상보다는 그려지고 있는 그림 자체에 더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대상의 모양을 제대로 안 보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선도 흔들린다. 전에는 지금보다는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은데, 어째 요사이들어 더 집중력이 약해진 것 같다. 다음 한주는 집중력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

라인드로잉은 재미있다. 대충 그리는 것 같지만 막상 정말로 대충 그리면 균형이 다 어그러져서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온다. 각잡고 그리는 세밀화에 비하자면 쉽지만, 뭐든 대충 해도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14일차를 지나며


첫주에는 뭘 그려야하는지부터 고민이었다. 어제와 오늘의 그림 주제가 전혀 다르면 너무 뜬금없지 않을까, 연습하는 걸 보이려면 크로키나 소묘 같은 걸 집중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7일차를 지나며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내 연습이 아니라 보는 이들을 의식한 장기자랑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른 이들의 100일의 연습을 다시 한 번 찾아보았다. 그날그날 다르지만, 스케일 연습을 하는 날도 있고, 협주곡의 독주파트를 하거나, 재즈나 시트뮤직을 연습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는 용기가 안 났지만, 도전 선배님들의 연습을 보니 나도 자유분방한 연습을 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아직 나는 스스로 정한 두려움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이번 한주는 사실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에게 너무 나를 내주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의지가 강할 때는 원숭이를 떨쳐내는 게 쉽지만, 조금만 패턴이 무너져도 통제력을 잃기 쉽다. 그럴 때마다 팀 어번 선생님의 강연 마무리 말씀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이번주에는 나처럼 게으름과 곧잘 마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영상출처 : TED 공식 유튜브 채널 / 한국어 자막)


[류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