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침이 왔습니다. 무고한 시민이 죽었습니다. [기타]

글 입력 2018.12.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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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왔습니다.

무고한 시민이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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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tvN 신서유기3>



단체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임이다. 마피아라고 불리우는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마피아와 시민이 정해진다. 마피아가 사람들을 다 죽이기 전에 시민들은 힘을 모아 그를 찾아내야 한다. 속고 속이는 긴장감이 짜릿하다. 사회자의 “무고한 시민이 죽었습니다.”라는 멘트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이 게임이 현실인 나라, 과테말라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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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는 세계 최악의 살인율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 소개된다. 하루 평균 15명이 강력범죄에 목숨을 잃는다. 이 이야기는 여행자 입장에서 너무나 단순하게 '소지품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맥락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는 멕시코에서는 갱단과 경찰 간 교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반면 과테말라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이유도 모른 채,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장 괴한들의 폭력에 희생된다. 심지어 멕시코 마약갱단들이 조직원을 선발할 때나 훈련을 시키기 위한 캠프로 과테말라를 이용하면서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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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는1960년부터 36년간 내전에 시달렸다. 이에 20만명에 달하는 무고한 시민이 죽었다. 과테말라의 총 인구는 1400만 명 이다. 내전이 20년 전 끝났음에도 극악부도한 폭력에 계속하여 속수무책 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미에 위치한 과테말라 역시 19세기 이후 '바나나 공화국'이라 불렸던 제국주의의 배후지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 국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마야 원주민을 비롯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은 제국주의의 착취에 의한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다행히 과테말라에는 개혁정치를 실시하고자 한 혁신적 대통령들은 1944년 부터 계속하여 있어주었다. 특히 1951년의 아르벤스 (Jacobo Arbenz Guzmán) 대통령은 유나이티드 푸르트 보유지를 비롯해 착취구조의 근원들을 다수 국유화하는데 전력을 쏟았다. 마야 후계자들의 노력이 무산된 것은 1954년 미국이 과테말라에 공산화를 막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하면서 부터다.


미국에 기반을 둔 정부군과 이에 반대하는 무장게릴라 세력 간의 내전이 발발한다. 1996년에 이르러 평화협상 타결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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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의 내전 기간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은 놀라울만큼 한국과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 냉전의 시대에 산을 밭으로 일구느라 하루 종일 진땀 쏟은 화전민들은 졸지에 무장 게릴라 조직 ‘빨갱이’라 불리워진다. 당시 과테말라의 무장게릴라 세력은 주로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마야 원주민들과 조우할 수밖에 없었다. 리오스몬트(Efrain Rios Montt) 대통령은 고원지대에 거주하던 마야 원주민들을 게릴라 동조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근간을 뿌리 뽑기 위해 'Victoria 82'와 'Operación Sofia'와 같은 '초토화 군사작전'을 벌였다. 중무장을 한 정규군이 마을에 들어와 268명의 마야 원주민을 살해한 어느 7월 18일도 있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유족과 과테말라 시민사회 단체는 플란데산체스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이후 유해 발굴과 범죄의 책임을 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시작됐다.


과테말라 법정은 2012년 학살 사건의 주요 책임자인 군인 5명에게 각각 7,7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천문학적인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정작 그들의 책임자였던 군수뇌부들은 처벌도 받지 않았다. 과테말라 국민들에게 전쟁이 끝나도 사회적으로는 변한 게 없다는 인식이 심어진 이유다.


UN의 도움을 빌려 역사진실규명위원회를 조직하여 1999년 2월 '침묵의 기억'(Guatemala: Memoria del Silencio)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만명 이상의 학살된 사람 중 83%이상이 마야 원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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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도 대한민국도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선 번영을 이룰 수 없다. 아침이 왔을 때 마을에서 사라져야 할 사람은 마피아 뿐이다.


[조서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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