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수많은 평범함에 관하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8.11.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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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공연 사진.jpg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쁜 요즘, 어렵게 짬을 내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았다. 사실 공연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내 또래가 아닌 엄마 아빠 또래의 관객분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고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이 공연은 94학번이었던 바람 밴드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이면서, 곧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꿈과 사랑에 울고 웃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들과, 낭만이 사라지고 현실만이 남은 청춘 그 이후를 살아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소개한다.




사람을 노래하다



김광석2.jpg
 


사실 공연 전까지 걱정이 참 많았다. 유명한 몇 곡을 제외하고는 김광석의 노래를 거의 알지 못했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세대의 이야기도 아니어서 공연이 주는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조금은 뻔한 시놉시스를 가지고 2시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공연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 시작을 알리는 바람 밴드의 첫 곡,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듣자마자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고 공연이 끝날 때쯤 나는 바람 밴드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김광석의 음악이 가진 힘은 대단했다. 그 세대를 살아보지 못했음에도, 그의 음악 속에서 당시 사람들의 사랑과 열정, 떨림, 불안과 같은 미세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외적인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지 몰라도 사랑에 애태우고, 기다림에 지치고, 지나간 사람에 후회하는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같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광석의 노래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불리고 또 많은 이들을 울리는 것은 그가 시대가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사람, 그 자체를 노래하는 가수였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함을 노래하는 공연



바람 공연 사진 8.JPG
 


걱정했던 노래는 생각보다 정말 좋았지만, 솔직히 이야기는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굳이 공연장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많이 듣거나 보았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에 몰입하여 울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이 곧 이 공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꿈과 사랑에 울고 웃으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있는 청춘을 보내고 나면, 낭만은 사라지고 현실만이 남은 청춘 그 이후가 온다. 청춘과 청춘 그 이후 사이의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은 곧 이 작품의 주인공 이풍세이다. 찬란한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실을 적당히 받아들이자니 남겨둔 꿈이 걸리고, 꿈을 좇자니 책임져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일지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정답은 없는 상황. 끝없는 이 고민마저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방황기로 치부되고 만다. 하지만 이 공연만큼은, 그 수많은 평범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리저리 치이고 구른, 평범하지만 초라하지는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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