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전의 재해석, ‘마한 에스파하니,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

글 입력 2018.12.0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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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집중이 필요하거나 차분해지고 싶을 때 종종 클래식을 찾아 들으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얼핏 귓가를 스쳤던 때가 있다.


곡이 연주되는 내내 고전적이면서도 듣는 사람을 순식간에 바로크 시대로 데려다주었던 악기의 소리가 신기했었다. 이번 공연은 그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하프시코드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바흐가 건반악기를 위한 마지막 곡으로, 그의 모든 작곡 기교를 쏟았다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도 훌륭했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악기를 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고전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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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그 자체로 고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양의 고전적인, 오래된 음악이라는 이미지 그대로의 뜻을 지니고 있는 클래식은 사실 여전히 내게도 어려운 분야이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으레 그렇듯 이번에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눈과 귀를 들리는 음악에 집중해보았다.

 

고전(古傳)은 오래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지만 후세에게 계속해서 전해져 해석되며 그것이 품고 있는 뜻을 일러주는 일체를 일컫는다. 단지 오래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고전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가 곧 고전이라는 자격을 부여해준다. 여러 번의 클래식 공연을 관람했지만 이번 공연을 보고 난 후 굳이 고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풀이해보는 것은 하프시코드라는 악기가 가진 역사성 때문이다.


바로크 시대에는 왕족과 귀족을 제외한 일반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궁중음악, 종교음악으로 장르가 적은 수의 분야와 대상에게 한정되었다. 궁중의 권위와 종교음악 특유의 장대함, 비장함을 연주하는 데에 하프시코드는 큰 역할을 했었다,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악기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며 하프시코드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듯 했지만 1970년대 이후로 ‘고음악 운동’이 일어나며 다시금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학문적 자각으로 사라져가던 아름다운 소리를 재발견한 학자들과 하프시코디스트들이 느낀 고전의 소중함이 이번 공연을 통해 나에게도 전해진 것 같았다. 가치로운 전통을 재해석하려는 하프시코디스트들이 대가인 마한 에스파하니를 제외하고도 다수 존재한다는 것에 어쩌면 그들은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은 그만한 존중을 받지 못할 때가 꽤 많다는 것을 떠올리면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프시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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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곡도 악곡이지만 계속해서 하프시코드라는 악기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한 만큼, 악기의 소리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하프시코드의 생김새는 피아노와 오르간 사이 정도이다. 그래서 소리도 아마 비슷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선 마한 에스파하니가 연주한 하프시코드는 건반이 2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리의 크기는 피아노보다는 전반적으로 작으며 악기의 음역대는 시대, 지역, 제작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5옥타브 정도이다. 건반을 누를 때마다 튕기는 소리가 꼭 기타같기도 해서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하프시코드에서 이처럼 기타와 같은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플렉트럼(Plectrum) 때문이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치지만, 하프시코드는 기타의 피크와 같은 플렉트럼이 현을 뜯어 소리를 낸다.


건반과 연결된 잭에 있는 깃촉이나 가죽재가 현을 통과하면서 뜯는 방식으로, 하프시코드는 (타현악기인 피아노와는 다르게) 발현악기로 분류된다. 또 하나 음악을 들으며 알게 된 점은 하프시코드는 음의 강약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주 세게 건반을 칠 때와 약하게 칠 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피아노처럼 극적인 변화를 주거나 울림의 차이가 크지는 않은 편이었다. 이 또한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출처 - 박윤경, 악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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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도 하프시코드의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좋았다.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공연장은 바로크 시대의 어느 왕궁처럼 느껴졌고, 공연 시간 내내 연주자와 관객들이 함께 채운 무대 안팎의 호흡도 괜찮았다. 기교가 많은 곡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화려하고 세밀했던 그의 연주에서는 하프시코드에 대한 열정과 예술혼이 느껴졌다.


그는 본 공연이 끝난 뒤 세 번이나 앵콜 연주를 들려주며 관객들의 박수에 성심껏 답하는 매너도 보여주었다. 어쩌다보니 연주보다 악기 위주의 글이 되어버렸지만, 하프시코디스트 마한 에스파하니의 훌륭했던 연주와 열정에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친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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