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영화] 겨울의 초입, 핫초코 한 잔과 보기 좋은 영화

글 입력 2018.12.0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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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선명하게 차가워진 바람과 이미 한차례 첫눈이 있었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이 완전한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길을 걷다 보면 도로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풍성한 단풍들이, 오른쪽에는 빈 나뭇가지들이 위치해 가을과 겨울을 동시에 느끼는 기이한 경험도 하곤 한다.


이렇게 두 계절을 동시에 보내고 있는 듯한 요즘에 보기 좋을 영화를 가지고 왔다. 변해가는 계절만큼이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넋두리가 반영된 이번 영화 추천은 어쩌면 영화보다 삽입곡들이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끝난 후 그 음악들이 꽤나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고 그보다 더 멋진 겨울맞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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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비 블루>


2015 미국, 캐나다, 영국

감독: 로버트 뷔드로

출연: 에단 호크, 카르멘 에고조, 칼럼 키스 레니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 개봉: 2016.06.09

상영시간: 97분 /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실존 인물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에단 호크)를 다루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감독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로 쳇 베이커의 재즈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이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큰 성공을 맛봤으나 마약에 손을 대고, 트럼펫 연주자로서 치명적인 치아가 부러지는 사건까지 더해져 연주자 인생의 큰 고비를 겪는다. 영화는 그가 다시 트럼펫 연주자로 재기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들에 집중한다.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에단 호크의 연기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쳇 베이커의 음악은 물론 그의 영혼까지 재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처럼 그는 수개월 동안 받았던 트럼펫 레슨으로 쳇 베이커의 트럼펫 핑거링을 완벽히 구현했을 뿐 아니라 그의 불안한 내면까지 모조리 재현했다. 쳇 베이커의 트럼펫에 대한 열렬한 갈망과 그로 인한 조바심,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여린 듯 불안한 눈동자까지 과하지 않은 담백한 연기로 그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 듯하다.

 

영화는 언뜻언뜻 영화 <라라랜드>를 떠오르게 한다. 쳇 베이커와 그의 연인 제인(카르멘 에고조)이 재즈와 연기를 한다는 직업적인 공통점과 그 꿈들을 향해 나아가며 가볍게 부딪치는 장면들, 거기에 꽤나 현실적인 마무리까지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라라랜드>가 그들의 꿈을 향해 바쳐지는 새빨간 장미꽃이라면 <본 투 비 블루>는 서글픈 안개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쳇 베이커가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을 꽤 오랫동안 떠올렸다. 겨울 초입에 이만한 곡이 있을까. 에단 호크가 직접 부른 영화 속 곡은 심적으로 연약한 예술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면 실제 쳇 베이커의 노래는 조금 더 포근하고 편안하며 달달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후 점점 차가워지는 바람과 함께 핫초코 한 잔 마시며 쳇 베이커의 나머지 곡들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남아있던 나뭇잎들도 모두 떨어지고 완연한 겨울이 다가와 있겠지.

     




-핫초코 한 잔 더-



<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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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보고 나서 “재밌었다”의 기준이 그것의 스토리가 아니라 분위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나에겐 <패터슨>이 그러했다. ‘시 쓰는 버스운전사’의 일주일을 담은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이라 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그 안에서 소소히 변화하는 어떤 것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하는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라는 대사는 이 영화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요란하지 않은, 텅 빈 페이지 같은 고요한 <패터슨>의 방식으로 영화는 우리에게 좀 더 부드럽게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용기를 준다.

 

    

<베이비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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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기분의 전환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 싱숭생숭한 기분을 떨쳐내고 싶다면 아예 신나는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어릴 적 사고로 이명에 시달려 항상 음악을 들으며 사는 주인공 베이비는 범죄 집단 우두머리에게 발목 잡혀 범죄를 저지를 당시 운전을 해주는 일을 한다. 그가 점점 속도를 높일수록 그의 플레이어 속 음악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그러하듯 주인공은 많은 장면에서 운전을 한다(그러므로 신나는 명곡 대잔치). 어느 순간 손에 들린 핫초코가 맥주로 변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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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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