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장 그르니에의 아름다운 산문, 도서 <지중해의 영감>

글 입력 2018.12.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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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Inspiration. 눈으로 보기만 해도 고양되는 느낌이 드는 단어다.


이번에는 아트인사이트에서 장 그르니에의 < 지중해의 영감 >으로 초대했다. 불문학도가 아닌지라 장 그르니에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그가 알베르 카뮈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소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철학자로서 교편을 잡았던 그가 제자 카뮈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려면, 역시 이 책을 읽어보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았다.





< 소개글 >


  프랑스의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 장 그르니에의 대표 산문집 『지중해의 영감』이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익히 잘 알려진 『섬』과 더불어 시적이고 명상적인 그르니에 특유의 감성과 사유가 탁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섬』이 고향 브르타뉴의 북쪽 바다(대서양)에서 느낀 어두운 상념들을 표현했다면 『지중해의 영감』은 남쪽 바다(지중해)에서 느낀 빛의 취기와 명상의 정신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머물거나 여행한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 나라, 도시들과 그 내면화된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저 세계가 만들어내는 찬란한 풍경들을 예지적 언어로 찬미하고 깊은 시적 감수성으로 통찰한다. 풍경은 눈 속에 마음속에 모든 형태를 만들어내 보이고 인간의 감각과 정신은 영원과 무한으로 열린다. 그럴 때에 “다만 두 눈을 감고 그 풍경을 자기 안에 내장하여 거기서 자양을 얻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한마디로 이 책은 나타남의 ‘에피파니’(epiphany, 顯現)가 전체의 광원 역할을 하고 그르니에는 그 광원을 번역 표현해낸다.





장 그르니에는 1922년에 철학 교수가 되면서 프랑스 남부지방에 가게 되고, 그 때부터 지중해를 가까이 접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북부 브르타뉴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지중해는 엄청난 영감이 되었다. 수평선이 뚜렷하고 찬란하기 그지없는 지중해와의 첫 대면이 그는 "최초의 해방"처럼 다가왔다고 표현했다. 그르니에는 지중해가 주는 "영원을 암시하는 어떤 간결함"에 매료되었다. 그 영감의 땅과 바다에서 그의 사상과 미학의 본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산문들이 탄생한 것이다.


그르니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즉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소와 풍경이 그에게는 바로 특유의 선들과 형태들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지중해였던 것이다.


*


그르니에가 갔다는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과 같은 지중해를 직접 접하는 곳들을 나는 가보지 않았기에 그가 받은 인상이 어떤 것인지 선명하게 그려질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출판사의 소개글을 읽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아드리아 해를 떠올리고 있었다. 지중해 북부에서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 반도 사이로 들어오는 그 해역. 살면서 본 해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실 나는 태어나기를 산과 바다를 다 낀 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경관에 엄청나게 압도되는 경험을 한 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 국내는 특히 더 그랬다. 어딜 가나 산이 있고 바다가 있으니 크게 다르지 않은 그 경관에 뭐 색다른 느낌이 있겠는가. 물론 동해안은 좀 특별하게 와 닿기는 했다. 그렇게 깔끔한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건 국내에서 동해안만이 가진 매력이니까.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특별했지만 엄청난 아름다움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랬던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 아드리안 연안이었다. 크로아티아에 도착해서 바라본 아드리아 해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리예카에서 바라본 풍경과 스플릿에서 본 경치, 두브로브닉에서 본 경관까지도 모두 찬란한 아름다움이었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고, 이전의 내 세계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크로아티아에서 본 아드리아 해는, 그 순간까지 나를 감싸고 있던 하나의 세계를 깬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으로 집약했지만, 그 당시 여행을 다니면서 썼던 노트를 보면 나는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며 해방감과 행복, 충족감과 같은 일련의 긍정적인 감정들을 고루 느꼈다. 장 그르니에가 지중해를 보면서 느꼈을 감정 자체는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다만 그는 나보다 훨씬 더 그 감정들을 펼쳐보이고 그려내는 데 능숙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글이 기다려진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


이러한 불문학 도서는 번역이 정말 중요하다. 프랑스어에 담긴 그 미묘한 뉘앙스들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내는 것은 정말 숙련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김화영 교수가 이 책의 번역을 맡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자 본인이 이 책의 번역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고 하니 더더욱 믿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유려하고도 정교한 번역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그 경관이 단순한 아름다움에 끝나지 않고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우리에게 시사하는 순간들 역시 있다. 그 감각과 그 정신은, 우리 스스로가 잡아낼 수 있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경험한 것을 통해 대리로 느껴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로서, 인문학자로서 수많은 글을 썼던 장 그르니에의 글로 지중해를 접하게 될 생각을 하니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글 속에서 내가 느꼈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한 해 열심히 달려오느라 지쳐있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올 한 해, 그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나에게 내 머릿속에서 찬란하게 그려지는 지중해를 얼른 만나고 싶다.





< 도서정보 >


도서명 : 지중해의 영감


저  자 : 장 그르니에


역  자 : 김화영


발행일 : 2018. 6. 30.


ISBN : 979-11-955523-7-5  03860


가  격 : 15,000원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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