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미리 읽는 <지중해의 영감>

내 기억 속 풍경을 돌아보는 시간, 내 안의 힘을 찾아가는 시간
글 입력 2018.12.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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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프랑스의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 장 그르니에의 대표 산문집 『지중해의 영감』이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익히 잘 알려진 『섬』과 더불어 시적이고 명상적인 그르니에 특유의 감성과 사유가 탁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섬』이 고향 브르타뉴의 북쪽 바다(대서양)에서 느낀 어두운 상념들을 표현했다면 『지중해의 영감』은 남쪽 바다(지중해)에서 느낀 빛의 취기와 명상의 정신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머물거나 여행한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 나라, 도시들과 그 내면화된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풍경은 눈 속에 마음속에 모든 형태를 만들어내 보이고 인간의 감각과 정신은 영원과 무한으로 열린다. 그럴 때에 “다만 두 눈을 감고 그 풍경을 자기 안에 내장하여 거기서 자양을 얻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어떤 풍경이나 장면을 묘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분명 눈으로 봤는데 기억 속에 그때의 분위기까지 담았는데 이를 말로 풀어내야 할 순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목이 턱 막힌다. 머뭇거리다 입을 떼면 내가 뱉은 말이 스스로도 실망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내 기억 속의 장면을 그 매력을 나는 표현해내지 못한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마음의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순간을 만끽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로 바라본 풍경, 그리하여 결국 기억에 남은 풍경에는 여백이 없다. 빈 곳을 겨우겨우 억지로 메우듯이 휘갈긴 덩어리들 밖에 없다.

풍경과 함께 연결된 사건들은 대개 거칠고 신경질적이고 자극적인 일들뿐이다. 내 삶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혹은 신기하고 특별한 장면들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인지 혹은 스스로 무용하다고 여기고는 무시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나의 한계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인지 혹은 아주 까맣게 잊어버린 것인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요즘 내 일상에는 여백이 없다. 여백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욱여넣은 덩어리들, 거칠고 신경질적이고 자극적인 일들. 건조하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어쨌거나 이렇게 버티고 견디고 살아가는 걸 보면 분명 내 안에는 나의 자양분이 되는 어떤 순간들이 있을 텐데 왜 기억이 나질 않는 걸까. 나에게 힘을 주는 풍경, 분명히 내 기억 속에 있을 그 장면들을 정성 들여 더듬고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


그르니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즉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소와 풍경이 그에게는 바로 특유의 선들과 형태들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지중해였던 것이다. 그가 프로방스에서 느낀 충족감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나는 이 고장에 올 때면 무언가 내 안에 맺혀 있던 것이 풀리고 마음속의 불안이 걷힌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다음의 고백적 표현들은 행복의 감정에 다름 아니다. “시프레 나무들이 땅과 이루는 저 직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듬어주는 팔처럼 구부린 그 어느 만의 정경은 쓰라린 맛을 경험한 자의 마음에는 얼마나 커다란 휴식인가!” “눈부신 빛이 헐벗은 바위들 위에서 노닐며 온통 영적인 한 편의 시를 이끌어내니….” 이처럼 지중해의 풍경은 그에게 다함이 없는 찬란함이었다.


도서 <지중해의 영감>은 아름다움, 해방과 평화와 영감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 앞에 나타났다. 장 그르니에의 언어를 빌려, 나는 분명 나에게도 있을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설령 나에게 그런 풍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괜찮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차근차근 바라보고, 나만의 언어로 치환시켜 내 속에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언젠가는 나만의 자양이고 영감이 되는 풍경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목적 없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남루한 우리 삶에 던지는 그르니에의 감동적인 전언이다. 그는 인간을 새롭게 발견하는 지중해로 우리를 초대한다.


뚜렷한 목적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그 목적을 상기시킬 수 없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내 삶의 목적에 대해 '세상 물정 모르고 정한 건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인가' 이렇게 생각하게 될 때면 회의감도 느낀다. 새삼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퍼뜩 정신을 차릴 때  그 회의감은 서러움으로도 쓸쓸함으로도 분노로도 체념으로 하여튼 간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뀌곤 한다.

조금 (사실은 많이) 별로인 것 같은 요즘의 내 삶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다. 주변에 속절없이 휘둘리지 않고 다시 중심을 잡고 싶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의 시선에 집중하고 싶다. 내가 저장한 장면들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책 <지중해의 영감> 그리고 책 속의 지중해의 풍경이 나에게 풍성함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떠올린 내 기억 속의 어떤 풍경이 내 삶에 다시 잔잔한 활력을 불어넣는 자양분이 되어줄 수 있을까. 부디 그래주었으면 좋겠다는, 부디 내가 기억 속 풍경을 더듬더듬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아 둔다.





지중해의 영감
- INSPIRATIONS MÉDITERRANÉENNES -


지은이
장 그르니에

옮긴이
김화영

출판사
이른비

분야
에세이

규격
145*205mm
반양장

쪽 수
240쪽

발행일
2018년 6월 30일

정가
15,000원

ISBN
979-11-955523-7-5 (03860)





지은이 장 그르니에

프랑스의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북서해안 브르타뉴 지방에서 성장했다. 소르본 대학교에서 수학, 1922년 철학분야 대학교수 시험에 합격한 뒤 아비뇽, 알제, 나폴리에서 교편을 잡았다. 젊은 시절 이런 지역들에 머문 경험은 지중해 세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1927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잠시 일하고, 1928년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터키, 그리스 등지를 여행한다. 이 무렵 파리 문단 사람들과 교류하며 『N.R.F』지를 비롯해 여러 잡지에 글과 논문들을 발표했다. 1930년 다시 알제 그랑 리세(중고등학교)의 철학교사로 부임해, 당시 학생이던 알베르 카뮈를 만나 스승으로서 깊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후 릴 대학교와 이집트 카이로 대학교를 거쳐 소르본 대학교의 미학 및 예술학 담당교수로 재직하다가 1968년 은퇴했다. 사색과 글쓰기로 평생을 보낸 인문주의자답게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카뮈를 작가의 길로 이끈 유명한 산문집 『섬』을 비롯해 『정통성 정신에 대한 논고』 『지중해의 영감』 『자유의 선용에 대하여』 『절대와 선택』 『도의 정신』 『모래톱』 『어느 개의 죽음』 『카뮈를 추억하며』 등이 있다.



옮긴이 김화영

문학평론가. 번역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 학원에서 석사,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교에서 알베르 카뮈 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30여 년 동안 고려대학교 불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탁월한 안목과 유려하고 정교한 번역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1999년 최고의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선정되었다. 『문학 상상력의 연구』 『행복의 충격』 『어린 왕자를 찾아서』 『여름의 묘약』 등 20여 권의 저서와, 알베르 카뮈 전집(전20권), 『섬』 『어린 왕자』 『마담 보바리』 『지상의 양식』 『어두운 상점들 의 거리』 등 100여 권의 번역서가 있다.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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