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장 그르니에가 발견한 영감의 원천, 찬란한 지중해 <지중해의 영감> [도서]

글 입력 2018.12.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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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마 시절 활자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적이 있다. 교실 책꽂이에 있던 동시집, 중학생 언니의 국어 교과서, 신문에 껴있는 패션잡지, 그리고 엄마의 책장에 가득 차 있던 서적들.


그 때 접했던 책 중 하나가 장 그르니에의 <섬>이었다. 미니멀한 표지에 ‘섬’ 한 글자가 박힌 책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가끔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의미 모를 문장을 짚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여행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운의 섬’ 파트에 줄을 쳐둔 문장이 있다.



“인간이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과해 가야 하는 저 엄청난 고독들 속에는 어떤 각별히 중요한 장소들과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장소, 그 순간에 우리가 바라본 어떤 고장의 풍경은, 마치 위대한 음악가가 평범한 악기를 탄주하여 그 악기의 위력을 자기 자신에게 문자 그대로 <계시하여> 보이듯이, 우리들 영혼을 뒤흔들어놓는다. 즉 내가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을 통해 여행을 새로운 경험 혹은 도피의 수단으로 인식했던 사고에서 나아가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한 떠남'으로 정의하게 되었다. 그의 철학적 사고가 돋보이는 문장은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감을 제공한다. 장 그르니에의 또 다른 대표 저서 ‘지중해의 영감’ 출간 소식에 이번에는 그가 어떤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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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는 프랑스의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로, <이방인>을 집필한 알베르 카뮈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알베르 카뮈는 스무 살에 <섬>을 읽고 받았던 충격이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섬』이 대서양에서 느낀 어두운 상념들을 표현했다면 『지중해의 영감』은 지중해에서 느낀 빛의 취기와 명상의 정신을 펼쳐 보인다.


장 그르니에는 지중해 세계를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척도에 맞게 만들어진 세계”라고 표현한다. 지중해는 글쓰기의 열정을 고무하는 동시에 삶을 즐기도록 부추기는 장소. 그는 지중해가 주는 “영원을 암시하는 어떤 간결함”에 매료되었다. 그 영감의 땅과 바다에서 그의 사상과 미학의 본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산문들이 탄생했다. 이 책에서 그르니에는 여행했던 곳에서의 내면화된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서문에서 그의 주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소와 풍경이 그에게는 바로 특유의 선들과 형태들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지중해였던 것이다.



아직 지중해 연안의 지역으로 여행을 가보지 않아 이 책을 통해 장 그르니에가 보고 느꼈던 지중해를 상상해보고자 한다. 이후 지중해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 책을 챙겨 그가 머물렀던 곳에서 같은 생각을 해보는 것도 근사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적은 사람에게도, 목적지가 지중해가 아니더라도 '지중해의 연안'은 좋은 수필집일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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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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