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타일은 영원했다

<스타일은 영원하다> - '노만 파킨슨'을 만난 이후
글 입력 2018.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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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영원했다."



전시회를 보고 난 이후 든 감상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시간을 잘 맞추어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작품들을 감상했고, 프리뷰 때 보았던 것 이상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온라인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은 실제 두 눈으로 담기며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들로 나에게 다가왔다.



버건디, 열정적으로 물든 그의 인생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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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영원했다>를 대표하는 색은 버건디였다. 사진을 위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의 열정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 색감은 전시회 내내 인상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프리뷰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는 고전주의 양식의 영향으로 실내에서 정적으로 사진을 찍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다. 당시 카메라는 지금과는 달리 상당히 무거웠다는 도슨트의 설명은 제한적인 촬영 조건에서 다양한 순간들을 담아내기 위한 파킨슨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파킨슨이 찍어낸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어울리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또한,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림을 주거나 풍경을 기울이고, 일부러 초점을 나가게 하는 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 매 순간을 담았다. 이러한 기법과 시도들이 사용된 것 중에서도,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가장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지금 찍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감미럽고 은은한 야경이 버건디 색깔의 배경과 함께 걷던 걸음을 멈추게 했다.



패션과 변화를 담아낸 파킨슨의 사진들


이뿐만 아니라 파킨슨은 자신의 아티스트적 감각으로 당대 유명했던 여배우의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거나, 조명을 받지 못한 여배우를 유명인으로 발굴하는 성과 또한 이루어냈다.

실제로 종전으로 자유로운 해외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파킨슨은 이색적이고 낯선 문명의 이미지를 배우와 사진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아프리카 부족민, 베트남의 농경지,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은 모두 그에게 새로운 예술혼을 일깨웠고, 이국적인 색채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만큼 파킨슨의 사진은 '배우'뿐만 아니라 '배경'을 보는 재미가 더해져 관람내내 보는 눈이 풍성해진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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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예술이 모든 것을 용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시회를 보면서 '여성'을 중심으로 한 그의 예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다소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소재나 기법적인 측면에서 파킨슨이 촬영한 작품들은 새로운 변화라고 받아들이기에 거리낌은 없었다. 하지만 여성이 단순한 '아티스트'가 아닌 '뮤즈'라고 지칭하면서도, 정작 담긴 여배우들의 아름다움은 당대에서 추구한 미적 요소가 아닌지는 의문이 들었다. 파킨슨이 주로 작품을 다룬 곳이 패션 잡지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화장과 의상만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기에 '뮤즈'라고까지 지칭할 수 있을지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 배우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별도의 안전장치 없이 배우가 크레인에 올라가거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요구했다는 도슨트의 설명은 '예술'이 '인간'보다 선행할 수 있을 가치인지 의문이 들었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닥칠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내에게마저도 타조와 가까이 붙어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 그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달과 6펜스> 서미싯 몸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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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대에는 아직 현재와 같은 윤리나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기에 그럴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예술가의 작품과 성과만으로 아찔할 수 있었던 사실들까지 미화해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파킨슨 본인도 위험한 촬영을 단행하다 목숨을 잃게 된 점은 이러한 점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다.



그럼에도, 가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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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시회를 한번 가보라고 나는 권하고 싶다. 방법이 어찌 되었든 간에, 그가 진심으로 자신만의 예술적 신념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나는 느꼈다. 오랜만에 즐긴 전시회였는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사진전은 처음이었던 만큼, '사진전' 자체가 풍기는 매력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림'과는 또 다른 '사진'의 감성을 여과 없이 경험해 본 <스타일은 영원하다>로 당신도 와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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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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