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A#241 : 디자인을 넘어서는 디자인과 브랜딩 [도서]

디자인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발을 들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잡지
글 입력 2018.12.0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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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1
- 2018년 11-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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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대부분 디자인에 관심이 있기에 이 글을 찾게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나는 당당히 얘기해줄 수 있다. 이 잡지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후회 없을 잡지가 될 것이다. 특히 디자인에 관심이 있지만 어떤 식으로 디자인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 '디자인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특히 한줄기 빛 같은 잡지가 될 것이다.

바로 위에서 말한 사람들 중 하나가 나인데, 나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본업이든 파트타임이든 디자이너에 대한 꿈이 있지만 디자인 전공과는 전혀 접점이 없다. 그런 내가 이 잡지를 받고 읽었을 때 든 생각은 "드디어 내가 원하던 걸 찾았다!"였다. 물론 새롭게 발을 들이거나 들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말고도 이미 현업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아이디어와 영감을 줄 수 있는 잡지이다.

잡지의 형식 상 줄거리가 있는 도서와 같이 줄거리를 설명하는 식의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기에, 내용 중심이 아닌, 잡지에 소개된 몇 가지 디자인 예시들을 소개하며, 잡지의 구성과 잡지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소개하겠다.



이 잡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점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잡지는 나같이 디자인에 관심이 있지만 전혀 정보가 없는 사람들에게 아주 방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 보통 디자인 참고 사이트는 많다. 하지만 결과물 즉 이미지들을 참고하고 얻을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 거기에는 디자이너의 의도와 스토리, 생각은 없다.

디자인은 시각적인 부분으로 주로 우리에게 드러나지만, 단순히 심미적인 요소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디자인을 보는 사람과 디자인을 창작하는 사람 둘 다에게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 모든 디자인이 미학적으로 심오하고 깊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든 디자인은 스토리, 즉 '논리'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우리가 이미지로 보는 단순한 디자인이 더 좋은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야에 대한 이해와 디자인하려는 대상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디자이너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는 이 사실은 디자인과 관련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생소하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디자인 참고 사이트는 결과물, 즉 이미지만이 있기 때문에, '논리'와 '스토리'는 일반인들의 정보 수집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잡지는 디자인이란 분야 안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창이 되어준다. 잡지에는 실제 디자인의 예시와 함께 디자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고민의 과정들이 그대로 담겨 있고, 이미지만이 아닌 '설명'이 같이 존재한다. 그리고 여러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속 자세한 작업과정을 통해 "대체 디자이너들은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 거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충족시켜준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먼저 들어가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은, 그 사람의 결과물이나 방법을 배우는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별개로, 그 사람의 작업에 대한 '사고방식'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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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나온 '대강포스터제' 기획자-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처음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은 더 배우고 더 얻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이것을 하고자 하는데 이것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정보를 얻고 싶은데 대체 정보를 어떻게 얻어야 할지를 모른다. 어디로 나아가고자 해야 하는지는 아는데 대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도 당최 알 수가 없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소리이다.

나는 간단한 디자인 외주작업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간단한 작업이었음에도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시각화툴을 다룰 줄 안다면 내가 여기저기서 접한 다양한 디자인 작업들을 '따라 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것을 창작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이런 점에서 주위에 현업 디자이너들이 있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디자인 전공이 아닌 사람의 주위에서 있어 보이게끔 '비슷하게' 따라 할 줄 아는 사람 말고 진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분명 여러 괜찮아 보이는 디자인을 따라 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디자인을 해볼수록 단순히 시각적으로 이쁘게 완벽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일단 심미적인 요소만을 위한 디자인을 하다 보면 '그냥' 창작해내기도 정말 힘들다. 그런 나에게 이 잡지는 간단명료하게 그 분야 '안에서' 당연한 사실들, 즉 디자인이란 심미성 뿐만이 아니라 스토리와 의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해주었다. 심지어 실제 그 과정을 디자이너들의 생각과 디자인 예시를 통해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당연히 다양한 디자인 예시와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잡지는 한결같이, 결과물만이 아닌 디자이너의 스토리를 통해 아이디어의 시작까지 전달해준다. 한가지 것을 표현해내는 방법은 수만 가지이다. 그렇기에 어떤 것이 되었든 최초의 시작점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큰 영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창작이라는 것에 있어서 '사고의 틀'은 창작의 가능성을 없애버릴 수 있는 위험한 것이다. 사고의 틀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모르는 것, 내가 보지 않는 것을 보면 된다. 더 간단한 방법으로는 나에게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영향을 받는 것이 있다. 이 잡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적극적으로 나와 다른 여러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보여준다.



흥미롭고 인상깊었던 잡지


현업 디자이너들의 작업 과정과 디자인, 그리고 아이디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이 잡지는 디자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슈와 정보를 신선한 방법으로 전달한다.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점은 바로 잡지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다루는 잡지라는 목적에 맞게, 디자인에 대한 고찰이 잡지의 내용, 구성, 그리고 잡지 자체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이번 호의 주제가 '브랜딩'인 만큼, CA라는 자신들의 잡지의 브랜딩,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스토리와 디자인 예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따로 설명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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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잘 보이지 않지만 아코디언 형식이고,
이 부분만 종이의 크기가 다르다.


브랜드의 목표와 표지 디자인의 변화를 시간에 따라 설명한 부분인데, 단순히 '표지 디자인' 이미지가 아닌 표지 디자인에 담고 싶은 CA라는 잡지 브랜드의 의미와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자세하게 서술되어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흥미로운 점은 내용뿐만이 아니다. 이 부분은 다른 페이지들과 다르게 아코디언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사진참고) 아코디언 형식으로 된 페이지는 종이가 다른 페이지보다 짧다. 잡지의 내용에 자신의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넣으면서도 종이 안에 국한되는 '레이아웃 구성을 조율하는 것'이 아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디자인의 변화를 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 부분에서 서술되는 CA 브랜드 관련 내용은 '잡지의 내용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잡지 자체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히는 아직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에 콘텐츠가 아닌 그냥 3차원적인 '물체'로 존재할 때의 잡지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말 신선했다.

또한 표지 디자인 예시 중에 현재의 표지 디자인과 연결되는 표지 디자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잡지 속 이미지가 실제 그 잡지의 표지와 연결되는 느낌 또한 같은 맥락으로 신선했다. 잡지 속 내용이 잡지 밖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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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표지 디자인


또 다른 인상 깊었던 점은 광고가 전혀 없다. 디자인에 대한 고찰이 내용과 구성 등 잡지 자체에서도 느껴진다는 소리가 바로 이것이다.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속 질문의 내용과 다루는 내용 자체에서 디자인에 대한 고찰이 느껴지는데, 그것을 본인들의 잡지에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는 광고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2009년 2월 호부터 광고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표지에서부터 광고를 뺐다. 광고 없는 잡지로 관점을 바꾸면서부터 하나둘씩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었다. 독립적인 내용으로 잡지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자립적인 생태계의 뿌리를 내리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내재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CA#241호 본문 중



내용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번 호의 주제는 바로 '브랜딩'이다. 브랜딩과 리브랜딩 둘 다에 관련된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다루는데, 브랜딩이라는 것 자체가 디자인의 '논리' 부분이 가장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인 주제였다. 20주년을 맞은 CA 잡지 자체의 브랜드와도 연결되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리브랜딩 관련 내용은 방탄소년단과, CFC의 '전채리'씨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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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잡지의 페이지 중 일부인데, 이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탄소년단의 로고, 그리고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의 방향성, 팬덤과의 연결성 모든 것을 고려해 로고를 만들었다는 것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리브랜딩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있어 거리감 없이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반면 CFC 전채리씨 인터뷰는 말 그대로 인터뷰,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그렇기에 디자인 자체에 대한 설명이 아닌 브랜딩 작업과정 자체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브랜드 디자인에 관해 '심미성과 논리' 이 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말했던 점이었다. 이 밖에도 클라이언트와의 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 등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작업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디자인은 단순히 2차원적이고 시각적인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 잡지었다. 하나의 디자인을 창작해내기까지 많은 고뇌가 필요하고, 보다 방대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 특히 간결함을 추구하는 최근의 그래픽 디자인은 간결해 보이기에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 이러한 디자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 디자인의 매력이라는 점 등, 디자인은 우리가 기존의 알고 있던 피상적인 디자인을 넘어서는 더 방대한 것들을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잡지였다. 그래서 디자인을 넘어선 디자인이라고 이 리뷰의 제목을 지었다.

사실 잡지라는 매체는 나에게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해본 이 잡지를 통해 잡지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적으로 일상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자잘한 수집 그리고 기록들로 쌓일 뿐인데, 잡지는 그 모든 정보들을 엄선하고,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나 대신 엄청난 노력을 해준다. 디자인적으로도 페이지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심지어 다양한 형식으로 (인터뷰, 이미지, 글 등) 정보들을 전달해준다. 하나의 잘 정리된 스크랩북 같다.

디자인에 관련된 정말 다양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잡지었고,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으면 하는 잡지이다. 특히 나와 같이 디자인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다시 한번 추천한다. 이 잡지에는 내가 소개한 예시 말고도 더 방대한 양질의 디자인 정보들이 그것도 '정리되어' 넘쳐난다.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잡지 소개글'을 남기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CA BOOKS

Since 1998. 우리의 관심은 딱 한 가지. 한 사람의 좋은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잡지와 단행본과 컨퍼런스를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일이 창조적인 작업(Creative Artworks)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의 외연을 넓히는 이야기.

세계의 디자인을 보는 창, 디자인 매거진 <CA>.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는 놀라운 작품과 디자이너의 생각, 그리고 창의적인 통찰력을 담아냅니다. 디자인계의 최신 트렌드와 실용적인 인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전합니다.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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