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 여름 그 바다, 도서 <지중해의 영감> [도서]

글 입력 2018.12.02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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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날들이 좋아진다
계절에 상관없이 계절을 느끼고,
계절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대로 흔들린다.

지금은 겨울인데,
이미 여름의 날이 왔다.

이미 도착한 건지
아직 보내지 못한건지 몰라도
아름다운 여름날이.


이지혜 시인의 '조각의 유통기한'을 읽다가 이 부분이 나오자 하마터면 눈물이 핑 돌뻔 했다. 코끝에는 찬 기운이 스치고 온 도시에는 푸근하면서도 낯선 겨울 냄새가 한가득인데 마음은 여전히 바다 어딘가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을 꼭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 여름은 나에게 있어 더욱 특별했던 여름이었다. 아, 따뜻한 나라에 있었으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길게 여름을 보냈다고 해도 되려나. 싱그러운 야자수가 가득한 공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모래사장, 건조하지만 상쾌한 공기를 갖고 있었던 도시에 반 년 동안 머물렀다. 활기차면서도 여유가 있는 느낌을 머무는 내내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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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20분만 걸어나가면 지중해가 있었다. 맥주 한 캔을 사가지고 곧장 모래사장으로 달려가 자리를 깔고 멀거니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비행기도 지나갔다. 5월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사색을 즐기고 모래가 스며있는 발로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간다. 당시에는 별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어쨌건 바다 앞에 앉아있었단 이유로 하루가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륙지방에서 태어나 바다는 무리해야 갈  수 있었던 나였는데, 그 몇개월간은 바다를 온 전히 내 것이라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계절을, 그 바다를 사랑했고 그것들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겨울이란 새로운 사랑을 못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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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상은 이제 끝나버렸고, 다시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이만 미련을 버리고 가슴에만 묻어두려고 하던 와중에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알베르 카뮈의 스승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이다.

이 책은 그르니에가 젊은 시절 머물거나 여행한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 나라, 도시들과 그 내면화된 인상을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저 세계가 만들어내는 찬란한 풍경들을 예지적 언어로 찬미하고 깊은 시적 감수성으로 통찰한다.

그르니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즉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소와 풍경이 그에게는 바로 특유의 선들과 형태들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지중해였던 것이다. 그가 프로방스에서 느낀 충족감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나는 이 고장에 올 때면 무언가 내 안에 맺혀 있던 것이 풀리고 마음속의 불안이 걷힌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다음의 고백적 표현들은 행복의 감정에 다름 아니다. "시프레 나무들이 땅과 이루는 저 직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듬어주는 팔처럼 구부린 그 어느 만의 정경은 쓰라린 맛을 경험한 자의 마음에는 얼마나 커다란 휴식인가!" "눈부신 빛이 헐벗은 바위들 위에서 노닐며 온통 영적인 한 편의 시를 이끌어내니…." 이처럼 지중해의 풍경은 그에게 다함이 없는 찬란함이었다.

몇 개 글 토막만 보더라도 내가 그르니에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감정의 요동침이 일어나는 걸 느꼈는데, 그르니에의 언어를 빌려 다시 한 번 그 바다에게,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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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영감
- INSPIRATIONS MÉDITERRANÉENNES -


지은이 : 장 그르니에

옮긴이 : 김화영

출판사 : 이른비

분야
에세이

규격
145*205mm, 반양장

쪽 수 : 240쪽

발행일
2018년 6월 30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55523-7-5 (03860)


[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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