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빛의 바다, <지중해의 영감> [도서]

당신에게 바다란 어떤 의미입니까?
글 입력 2018.12.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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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촬영한 부산의 겨울 바다


도시인에게 바다란 어떤 의미일까. 맞은편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과제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의 고향은 부산이지만,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조차 도시가 익숙하다는 사람이다.

 

“바다, 하면 뭐가 생각나?”

“파란색?”

“…….”

“너무 단순한가? 그럼, 음, 무섭다.”

“무섭다? 특이하네. 너한테 바다는 휴양의 의미가 아닌가 봐?”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그에게 바다는 언제나 검은색이었고, 사적인 여행 경험에 따르면 여름 바다보다는 겨울 바다가 익숙하며, 실제로 바다의 이미지가 휴양으로 바뀐 것은 역사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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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알쓸신잡3' 2018년 9월 28일 방송
 

tvN의 ‘알쓸신잡3’에서 김영하 작가는,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가 바다를 ‘공포와 두려움의 공간’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도 문학에서 바다는 부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졌는데, 20세기 중반에 들어 관광 및 여행 산업이 확장되면서 바다의 이미지가 극적으로 뒤바뀌었단다. 휴양과 낭만의 공간으로 말이다.

 

몰랐던 이야기라, 친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바다란 언제나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파랗고 하얗게 반짝이는 물결과 파도의 거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바다로의 여행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중해의 영감> 표지를 본 뒤 떠올린 것도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의 인상이었다. 푸르고, 빛나고, 구불대는 공간. 그곳에서의 아름다운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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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빛으로부터 느낀 것들


지중해 역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연이기 때문에, 우리가 소망하듯 언제나 아름답지는 않다. 지중해의 겨울 바다는 상상과 달리 습하고, 축축하고,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뛰어난 철학자이자 에세이니스트인 장 그르니에는 지중해를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 그에게 바다는 늘 무섭고 어두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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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의 또 다른 작품 <섬>에서는, 그의 고향 브로타뉴의 북쪽 바다(대서양)에서 느끼는 어두운 상념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만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사색이 잘 드러나는 글인데, <지중해의 영감>에서는 작품 전반의 분위기가 완전히 상반된다. 서문에서 장 그르니에의 집필 의도가 잘 드러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위해 미리 정해진 어떤 장소들이, 단순한 삶의 즐거움을 넘어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어떤 풍경들이 존재한다. 그런 장소와 풍경이 장 그르니에에게는 바로 특유의 선들과 형태들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지중해였던 것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자,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을 즐겼던 철학자 장 그르니에의 문장에는 그만의 멋이 존재한다. 그가 프로방스 지방에서 느낀 충족감과, 지중해를 맞닥뜨렸을 때의 감상을 묘사한 문장을 보면 시적이면서도 감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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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자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과 비슷한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작품을 무척 감명 깊게 읽었던 사람으로서 <지중해의 영감> 역시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중해를 마주 보며 느낄 수 있는 감상과 그 순간의 사색을 글로써 표현하는 장 그르니에의 산문을 읽으면서, 나 역시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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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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