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숨기고 싶은 인간의 어두운 내면_소설 『갈증』

빛나는 태양에 침을 뱉어버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소설
글 입력 2018.12.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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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를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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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호러, 스릴러, 피 튀기고 잔인한 장면이 가득한 음울한 영화를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심지어 이런 영화를 좋아해서 이런 영화만 찾아보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마니아들의 세계는 마니아틱할 테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런데 일반인들은 왜 가끔 이런 영화를 찾아볼까? 볼 때는 토할 것 같고 인상이 찌푸려지고, 보고 나서는 기분이 나쁘고 괜히 허망해지는 이런 영화를.

 

사실 한국 영화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신세계>다. 이정재의 수트빨이 멋있어서였는지, 황정민과 이정재의 브로맨스가 마음에 들어서였는지, 이중구의 명대사가 뇌리에 박혀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영화관에서만 3번, 다운 받아 2번을 봤다. 이후 개봉한 <내부자들>, <더 킹> 역시 내 최애 영화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느와르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나 싶다.

 

사실 피 튀기고 살을 찌르는 장면 때문에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세계, 잔인한 사람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속에서 그래도 겨우 피어나는 희망 같은 것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자조적인 웃음이 픽픽 나오는 블랙코미디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기 쉬운 장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현실과 먼 조폭 이야기라도 억지 감동을 끌어내려 애쓰는 영화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항상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니니.




고마츠 나나의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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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SNS 피드에 영화 추천 콘텐츠가 올라온 적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여배우 고마츠 나나가 출연하는 영화로, 제목이 <갈증>이었다. 소설 『갈증』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다.


처음 영화 소개글을 볼 때부터 굉장히 자극적이라고 생각했고, 심심풀이용으로 보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때 일본 소설 특유의 냉정함과 절망감을 즐겼던 때가 있었는데, 영화 <갈증>은 그 분위기를 잘 살렸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된다면 소설도 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째 소설은 커녕 영화 한 편 볼 시간도 빠듯한 일정이 이어졌고, 결국 <갈증>은 머릿속에서 지워져갔다. 대한민국 취준생의 삶은 뭔가 여유롭다 싶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는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야 『갈증』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사실 영화 <갈증>에서 고마츠 나나의 연기가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는 글을 봤기에 책보다 영화가 더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소설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긴장감도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갈증 나는 소설,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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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불륜 상대를 폭행하고 경찰을 퇴직한 후지시마 아키히로. 경비 회사에 근무하는 어느 날 헤어진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딸 가나코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름한 얼굴, 가녀린 몸 그리고 색깔이 엷은 커다란 눈동자. 가나코의 방을 뒤지던 후지시마는 여고생 신분에 잠깐 즐기는 기분으로 소유할 양이 아닌 다량의 각성제를 찾아내는데…….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나코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책 『갈증』 줄거리



 

사실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나름 많이 읽어본 독자로써 큰 반전이 기대되지는 않는 줄거리였다. 주인공 아빠에게 뭔가 음습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예감. 그리고 사실 이런 플롯이라면 누구나 추후 전개를 쉽게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예감이 틀린다면 그건 정말 엄청난 반전일 것 같다.

 


“나의 청춘은 어두웠다. 『갈증』은 그런 과거를 짜증스럽게 되뇌며 썼다. 이는 고독과 증오를 견디지 못하고 질주하는 인간들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우애와 화합을 버렸기 때문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소설의 세계에 공감할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애 가득한 세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찬란한 태양을 향해 침을 뱉고 싶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 후카마치 아키오



작가가 이 책에 대해 한 말을 보면 지금 세상이 아름답고 너무 행복한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기분만 더러워질 것 같으니. 짜증 가득하고, 우울하고, 세상에서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외로워 미치겠고, 화병이 날 것 같을 때 킬링타임용으로 읽으면 좋은 소설인 듯 하다. 이럴 때 책으로 타임을 킬링하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사람은 살다보면 이런 때가 한 번씩은 오니까. ‘찬란한 태양을 향해 퉤 침을 뱉어버리고 싶을 때’가.



[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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