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시절에 대한 애정이 샘솟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한국의 레트로 감성,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그 어딘가
글 입력 2018.12.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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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는 언제나 그랬듯 사람이 붐볐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공연을 보러 가거나, 버스킹 노래를 듣거나, 맛집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녔다. 혜화역 앞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을 두리번거리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문화예술의 거리는 항상 사람을 모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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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촬영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티켓 사진



우리가 사랑한 시절, 그때의 향수


얼마 전에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는데, 시즌10까지나 되는 시리즈물인데도 불구하고 회차 재생을 멈출 수 없어서 애를 먹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공간, 패션, 말투에 흠뻑 매료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가로지르는 레트로 감성,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의 향수. 그래서인지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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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미국 드라마 <프렌즈>


김광석의 노래를 모아 만든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도 한국의 레트로 감성이 담긴 공연이다.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바람'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김광석의 노래를 직접 부르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 안에는 한국의 역사적 아픔과 세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김광석처럼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노래가 하고 싶었던 풍세는 직접 부원을 모집하여 '바람'을 결성하고, 1994년의 대학가요제에 출전한다. 고은, 은영, 상백, 영후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청춘을 즐기던 풍세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데... 이후의 전개는 공연을 직접 감상하면서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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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촬영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무대 사진


관객석을 둘러 보면, 김광석이라는 아티스트의 영향력은 단순한 향수를 넘어 현대에까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1층과 2층 객석 대부분이 50대에서 60대 정도의 관람객이었고, 뮤지컬에 크게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께 관람한 엄마도 딸이 기억할 수 없는 시절을 회상하면서, 무척 즐거운 공연이었다고 감상평을 남기셨다.

20대로서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은 둘째치고, 50대인 엄마와 같은 공연을 보며 소통하게 된 것은 뜻밖의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문화는 언제나 사람을 모이게 하고, 소통하게 하고, 단절된 시대를 연결한다. 그러므로 세대 간 연결에 가장 효과적인 것 역시 문화예술일 것이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을 시절이 부모님에게는 추억의 순간이고,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오래된 과거가 부모님에게는 생생한 역사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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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풍세'와 '김상백'



모두가 퀸을 외칠 때, 홀로 김광석의 앨범을 찾고 말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대단한 행보를 걷는 와중이다. 2030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5060 세대 사이에도 입소문이 난 것이다. 주변에서 퀸을 부르짖고 'We Will Rock You'를 떼창하는 동안, 나는 공연이 끝나고 김광석의 앨범을 찾아보는 데에 시간을 쏟았다. 익숙하지만 제목을 모르는 노래들을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외에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그날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많은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됐다. 묘하게 뿌듯하면서도 걱정이 됐다. 내가 너무 시대에 뒤처지는 인간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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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촬영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굿즈 사진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굿즈를 살까 말까 무척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앨범이든 엽서든 하나쯤 들고 나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지금은 사진으로만 만족하려고 한다.) 나는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으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추억하려는 습성이 있는데, 나 같은 굿즈인간에게 김광석의 앨범은 너무 유혹적인 상품이었다. 엄마를 꼬득여 사려고도 해 봤지만, 결국에는 실패했다. 다음에는 꼭 사야지.



정 넘치는 뮤지컬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세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고르라면, 단연 멀티맨 배역을 맡은 박신후 배우님일 것이다. 다양한 인물로 등장하면서, 관객과 무대를 연결하는 사회자 역할을 하는데 개그감이 이 세상 개그감이 아니다. 대사뿐만 아니라 표정과 행동 연기도 찰떡 같아서, 박신후 배우님 때문에 관객 대부분이 웃음을 터뜨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후반부에 '참이슬'이 등장한 순간인데, 공연 중에 알코올을 마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배우님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궁금하신 분은 공연을 관람하시고, 직접 무대 위에서 알코올을 마실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시기를 바란다. 앙코르와 경품 추천도 있으니 연말에 행복하게 다녀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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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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