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바다와 빛이 언제나 따라오는 그곳으로

장 그르니에 산문집 "지중해의 영감"
글 입력 2018.12.0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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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영감-표1.jpg
 


이 책이 단순한 여행 에세이였다면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집 앞 도서관에도 읽을거리는 충분히 많으니 말이다. 그럼 뭐라 설명해야 할까.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문장을 고르자면 이게 좋겠다. 국어사전에서 쓰여 있는 “영감”의 뜻이다. 영감을 받았나. 이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다 생각했다. 단어 하나, 짧은 문장 한 번 읽고도 확 가슴을 치며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담 책을 펼치면 그 안엔 얼마나 많은 그만의 사유가 가득 들어있을까.


크레파스로 진 푸른색의 바다를 그린 위로 흰색과 황토색 크레파스로 줄을 죽죽 그어놓은 것 같은 표지는, 그 안에 물고기 떼들이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하늘일 수도 있겠다. 그래, 무엇이 됐든 보는 나의 눈이 깨끗이 씻기는 기분이었다.



그 많은 폐허들 위에,

그 많은 추억들 위에,

그 많은 살아있는 존재들과

그 많은 희망들 위에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시간이 그곳에 멈춰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 새롭게 내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과거의 기억들을 품고 그 자리에 있는 유적들이 있는 나라는 특히나 그 당시로 멈춰진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마법이다.


그 순간은 너무도 아름답고 행복해 아깝다. 그래서 나는 마법이 풀릴 때, 귀국할 때의 순간이 가장 아쉽다. 피곤을 무릅쓰고 내렸던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어 어디론가 다시 슝 떠나고 싶을 정도다.


내용을 다 본 것도 아니고 고작 표지와 책에 대한 설명만 읽은 것뿐인데 시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내 현재 관심사와 맞아떨어졌다. 요즘 세계문학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도 듣도 보도 못한 비유적 표현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옛날엔 이런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언어가 싫었다. 도서관에서 책장 한 편에 꽂혀있는 걸 봐도 전혀 눈이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표현이 어려웠던 것 같다. 쉽게 읽히지 않아 집중해서 두 번 정도 문장을 읽어야 온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나도 바뀌었나 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시간이 지나 다시 보았을 때 공감되고 이해가 되는 책들도 있다고.



알베르 카뮈.jpg
 


더군다나 알베르 카뮈가 이 책의 저자 장 그르니에의 제자라니.


우연히도 최근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기에 더 반가웠다. ‘아니 이런 책을 왜 이제야 봤지!’라는 생각이 절로 났었다. 특히 아랍인에게 총 네발을 쏘게 되며 평범한 직장인에서 사형수 뫼르소가 된 1부 마지막의 장면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햇빛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햇빛. 그가 방아쇠를 당긴 이유였다. 그 장면을 읽을 때 나도 이글거리는 햇빛 아래에 있는 듯 아찔하고 어지러웠던 기억이 난다.


알베르 카뮈가 장 그르니에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몰라도, 언어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햇빛’과 ‘빛’이 장 그르니에가 쓴 지중해의 영감에서는 어떠하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또한 그를 가르친 장 그르니에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궁금하다.




미리 걸어보기



그럼 그가 매료된 곳은 어떤 곳일까. 지도를 그려보니 지중해를 감싸는 경로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위에 있는 유럽과 아래 있는 북아프리카를 여행한다.


목차를 통해 경로만 떼어내어 이렇게라도 먼저 여행을 해봐야겠다.



북아프리카

산타 크루즈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카지노 바스트라나

알제의 카스바

>>알베르 카뮈가 태어난 곳이자 <이방인> 속 배경이 되는 알제리. 알제는 알제리의 수도다.

비스크라의 어느 날 저녁

>>알제리 동북부

메디나의 밤

>>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도시. 지도상 중동으로 분류된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

>>로마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 별장이 이탈리아 티볼리에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평원에서

베로나에서 세비야까지

>>베로나는 이탈리아 베네토주에 있는 도시이고, 세비야는 스페인 남서부에 위치해 있다.

프로방스

>>프랑스 남동부 옛 지명

프로방스 입문

들판에 돋은 풀

그리스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다

그리스의 묘비명

탐구

가시 없는 장미



목차순서는 거의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지중해를 끼고 올라간다. 그르니에는 지중해 연안을 끼고 여행하며 그 속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리고 무엇을 찾았을까.


그곳은 따뜻했을까. 고즈넉했을까. 충만했을까.


바다와 햇빛이 언제나 그림자를 따라오는 곳. <지중해의 영감>에서 그가 어떤 얘기를 할지 정말 궁금하다.




김현지.jpg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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