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에서 유 그리고 유에서 유

글 입력 2018.12.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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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과 리브랜딩



미국마케팅협회는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판매자나 개인이 시장을 통해 제공하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징짓고 경쟁 상황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네임, 로고, 상표, 패키지'라고 정의한다. 몇몇 기업과 그 로고들을 떠올려본다. 기업명 따로, 로고 따로 생각하는 수고로움 없이 하나의 그림으로서 떠오른다. 마치 기업의 탄생 시점부터 그저 존재했을 것 같은 로고들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들을 향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원초적인 질문을 해본다. 누가, 언제,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저러한 필체와 저러한 모양의 로고를 만들게 되었을까. 만약 아무 기업도 로고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이 꼬리를 이으면 이을수록 브랜드의 어마어마함이 새삼 느껴진다. 기업명을 정하는 것 정도로,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식백과의 말을 빌리면 브랜딩이란 브랜드의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티를 수용자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과정이다. 리브랜딩이란 말 그대로 브랜딩을 다시 하는 것이다. 이 둘을 구별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혀 있는 이미지를 바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리브랜딩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잡지를 보다보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에 브랜드가 부응하지 못 했을 때나 브랜드 내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 리브랜딩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얼마큼 바뀌어야 기업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소심한 변화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수 있으며 생뚱맞도록 큰 변화는 브랜드 정체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 잡지에 등장한 대부분의 리브랜딩 사례에서 기업은 외부에서 디자이너를 물색해 고용하는데 기업과 디자이너는 브랜딩에 앞서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 브랜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다. 단순히 예술적인 측면만 고려해선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복잡하고 철학적인 작업이다. 전 브랜드로부터의 피드백이 반영된, 차별점이 있는 정도의, 업그레이드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리브랜딩이라고 잡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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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하우스 브루어리-디자인: WPA 핀폴드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뽑는 제5회 브랜드 임팩트 어워즈의 수상작 중 두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먼저 무어하우스 브루어리다. 무어하우스 브루어리는 효과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단순히 신세대에 발맞추는 걸 넘어 고객층 확장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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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 전

무어하우스 브루어리.jpg
리브랜딩 후



“랭커셔에 있는 독립 브루어리 무어하우스는 기존의 고객층을 유지하면서 생맥주 애호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필요했다. 맥주 품질에 대한 명성은 있었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지루하고 구식이었다. 여성 고객이 배제되었으며 지방에 거주하는 중년 남성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WPA 핀폴드는 브루어리의 위치와 그곳에서 유래한 전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펜들힐의 윤곽선이 새 로고를 가로질러 있고 여기에 멋진 풍경 사진과 이곳의 다양한 역사적 측면을 반영한 어둡고, 우울해 보이고 공포영화 같은 이미지가 어우러진다."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해도 포장지가 별로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무어하우스 브루어리의 경우에 맥주 맛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리브랜딩을 통해 수익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디자인의 영향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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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K-디자인: 앤앤스튜디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수상작은 SMK 응용사회과학대학교를 위한 앤앤스튜디오의 브랜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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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SMK 응용사회과학대학교를 위한 앤앤스튜디오의 브랜딩은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대담하고 독특한 접근방식을 사용했다. 200개가 넘는 픽토그램은 정적인 로고 하나가 아닌 다양한 비주얼 요소를 통해 기존 브랜딩의 한계를 넘는다. 다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광범위한 그래픽 시스템의 일부다. SMK의 로고타입 생성기를 사용하여 학생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심벌을 만들 수 있다. 4단계로 구성된 게임과 테스트를 마치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교 과제, SNS, 학교 물품에 학생 신원 파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심벌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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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가 넘는 픽토그램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학교의 마음이 느껴진다. 또 게임과 테스트를 통해 학생 고유의 심벌이 생기는 것부터 흥미로운데, 이를 과제 및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니 부러움까지 느껴진다. 보통 ‘브랜드’하면 하나의 로고만이 떠오르거나 핵심 로고가 있고 세부 로고들이 핵심 로고의 색이나 형태를 조금씩 가져오는 경우가 떠오르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색과 모양 속에서 신선한 조화를 이루는 SMK 대학교의 새로운 브랜드를 보고 있으면 젊음과 열정이 통통 튀는 학교의 모습이 그려진다.



브랜딩은 대형기업만?



누구나 브랜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나라는 브랜드’라는 책으로부터 셀프 브랜딩의 중요성을 배웠음에도 ‘브랜딩’은 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잡지 속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분야의 기업 혹은 개인이 브랜딩을 의뢰하고 있었다.


다음은 브랜딩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층 넓혀준 디자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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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호텔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시내에 새로 문을 연 부티크 호텔인 노엘 호텔은 인근에 자리한 디자인 회사 펙 앤드 컴퍼니에 의뢰하여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 호텔 아이덴티티를 주문하였다. 내슈빌 지역에 서식하는 큰 청왜가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아름다운 선 드로잉과 새를 본뜬 숫자 타이포그래피가 이번 작업의 핵심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내슈빌 같이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도시들에서 보이는 변화를 상징하는 ‘끈’을 모티브로 작업하였다. 노엘 호텔 같은 곳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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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콜만의 웹사이트

“뮤직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인 조 콜만을 광고업계에 최대한 알리면서 그의 효과적인 콘셉트 지향적 사고를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맨체스터의 뮤직은 침착하게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체적으로 같은 카피가 서서히 바뀌며 60회 반복되고 끝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더 미소를 짓는다. 아이디어는 효과적이었고 웹사이트는 입소문을 타게 되어 1일 방문 수가 약 10000회, 페이지뷰가 22000회를 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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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과 예술의 줄다리기



타이포그래피는 글꼴을 가지고 노는 예술이다. ㄱ,ㄴ,ㄷ 또는 a,b,c의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가독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독성에 더 초점을 둘지, 아름다움에 더 초점을 둘지는 디자이너가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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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맞춤형 타이포그래피 전문인 런던의 ‘소더스트(Sawdust)’는 와이어드 매거진 리디자인에서 일련의 타이포그래피로 헤더를 만들었다. 그들은 와이어드가 추구하는 진보, 미래, 혁신의 가치들을 활자 디자인과 활자를 다루는 방식에 적용시켰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에 대상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의미를 디자인에 담으려한다는 점에서 타이포그래피는 브랜딩과 꽤 비슷하다.


올해 초 어도비의 히든 트레져 캠페인의 일환으로 5명의 학생이 5개의 미발견된 바우하우스 활자 디자인을 재창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활자의 오리지널 느낌은 유지하며 현대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바우하우스 글꼴 되살리기는 일종의 리브랜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잡지는 처음이라




“인생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이상에 우리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그런 사람이 되는 겁니다.”


- 스티븐 프레스필드



나는 살면서 잡지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 많이 접해보지 않아 일종의 편견이 생겼던 것 같다. 심지어 디자인 잡지는 처음이었는데 이번 잡지를 통해 잡지만의 고유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해의 브랜드 리브랜딩의 예술’이라는 주제를 다룬 CA의 잡지 속 한 장 한 장이 정성스럽게 다가왔다. 내가 살던 세상 밖의 일들, 사람들, 생각들에 흠뻑 매료되어 열정적으로 탐독했다. 디자인 매거진 CA의 다음 잡지가 기다려진다.



[강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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