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가장 진솔한 감성으로 극장을 꽉꽉 채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글 입력 2018.12.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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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봤다.

공연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공연장 바로 앞에서 앉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오십대로 추정되는 중년층이 독보적으로 많았다. 김광석과 함께 청춘을 보낸 세대였다. 그렇지 않은 현재 대학생인 나와 내 친구는 왜인지 그 자리에 어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공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온 내 친구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기도 했을 정도니.



세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바람 공연 사진 8.JPG
 

'너무 올드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괜한 걱정이었다. 공연은 2시간이 넘어가는 꽤나 긴 러닝타임이었음에도 이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감 있게 흘러갔다.

대략적인 서사는 이렇다. 90년대 김광석같은 가수를 꿈꿨던 ‘이풍세’를 중심으로 꾸려졌던 대학동아리 밴드 ‘바람’이 밴드 활동을 하면서 연애도 하고 추억도 쌓으며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타기도 하지만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흩어지다가 다시 모여 소극장에서 다시 같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서사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이 ‘평범함’속에 있었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그 세대만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문화와 감성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세대를 관통해서 마음을 울리는 보편적인 감성이 존재했다. 바로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현실에 부딪히면 그 속에서 온갖 고충들이 겪게된다. 꿈과 이상을 펼쳤던 아름다운 추억이 그저 추억으로만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건 90년대 청춘들이나 현재나 똑같았다. 영원히 계속될 거 같던 떠들썩한 날들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비춰질 때, 사람은 누구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존재는 다시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 나아갈 수 있다. 그 사실에 다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은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를 담아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은 김광석의 노래와 함께했다. 삶의 희로애락, 그 순간마다 배우들은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고 김광석의 노래는 행복한 상황을 더욱 행복하게, 슬픈 상황을 더욱 구슬프게 만들었다. 김광석이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 그 순간들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김광석은 영원히 추모되며 불릴 것이라는 생각을 확신했다. 그가 부른 노래, 그가 담아낸 이야기는 아마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고 그를 향한 모든 형태의 추모는 그를 다시 만나고 그를 다시 부를 수 있게 하니깐 말이다.



모든 세대가 울고 웃으며 환호하는 공연


바람 공연 사진 7.jpg
 

물론 서사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공연적인 요소도 몰입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다른 뮤지컬들과 다르게 배우들이 직접 기타, 건반, 베이스 등 악기를 연주한다. 거기다가 ‘이풍세’역을 맡은 박형규님의 훌륭한 가창력이 더해지니 공연장을 잔잔한 어쿠스틱 감성으로 물들어 그 감성에 취해 편안하게 웃고 울고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찡하게 마음을 울리는 요소뿐만이 아니라 유머를 겸비한 희극적인 요소도 많았다. 슬픈 장면이 나와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하면 그 때마다 배우들의 드립(?)이 바로 치고 들어와서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화장을 수정하는 일은 없었다.

특히, ‘멀티맨’ 역을 맡은 ‘박신후’ 배우님의 능청스럽고 재치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이 몇 번이나 터졌는지 모른다. 소규모 공연의 특성답게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도 많아서 배우들과 같이 ‘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마지막에는 마치 콘서트장같이 배우들이 김광의 노래 열창메들리가 이어져 같이 따라부르고 맘껏 환호할 수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앵콜 무대영상


모든 세대가 어울려져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으며 다 같이 환호하는 벅찬 광경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면,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적극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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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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