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리랜서와 정규직 그리고 디자인

글 입력 2018.12.0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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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퇴근 후에는 온몸이 축 처진다.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혹은 주말에 취미생활을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은 경력 3년 차 정도는 되어야지만 가능한 환상이었다. 경력 없는 무지렁이에게 그런 여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모니터를 8시간 이상 뚫어지게 쳐다보면 피로함이 쌓여 글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이런 연유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일주일 이상 손도 못 대고 책상 위에 던져두었다. 구태여 강조하지 않아도 짐작하겠지만 최근 나의 일상은 출근-퇴근-저녁식사-멍 때리다 잠들기의 반복이다. 그래서 이렇게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는 거라고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다른 부분도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리뷰 작성을 위해 허겁지겁 읽은 터라 그것을 다룰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다방면에 능해야 합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면서도
자신과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해요."


-바바라 지아도스,
<난관에 대처하는 프리랜서의 자세>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의 눈을 가장 번뜩이게 하는 주제가 있었는데 바로 잡지 후반부에 언급되는 프리랜서였다. 창작직이 대체로 조직 생활보다 자유로운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는 인구가 많은 직업이니 그에 관한 장점과 단점, 프리랜서들을 위한 조언 등을 다루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면 프리랜서의 장점부터 살펴보자. 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 아니겠는가. 스스로 판단하고 기획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자유로운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장점이 곧 단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바바라 지아도스는 롤러코스터 같은 프리랜서의 특징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생활비도 못 벌 정도로 일이 없을 때도 있고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고 한탄한다(p.125) 즉 시간과 돈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점이 프리랜서로 생활하며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직접 클라이언트를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발생한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일정하며 매달 임금을 지급받는 정규직이라고 한들 프리랜서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상명 하달 식 업무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에게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공동체 생활에서는 점심조차 자유롭게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으로 도시락을 챙겨 점심만이라도 편안하게 먹고 싶지만 불편하고 어려운 상사와 함께 얼굴을 마주 보며 밥알을 세야 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소화가 안 된다. 상사가 지시하는 것은 수행 중이던 업무를 뒤로하고 바로 해결해야 하는 무형의 압력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수 한 번조차 조심스럽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지내다 보니 분명 배에서는 천둥소리가 났지만 밥을 반 공기 밖에 먹지 못하는 요즘이다. 스스로 모든 걸 책임지고 진행하면 부담감은 크겠으나 남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사고뭉치로 전락할 일은 없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잘못하면 사수에게도 영향이 가고 나도 괴로워진다. 조직은 개별적인 독립체가 아니라 하나로 연계되어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체계적으로 구분된 업무 방식,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협업 등을 익힐 수 있지만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프리랜서와 정규직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어느 쪽이 본인의 가치관과 성향에 적합한 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사회적 위치와 기회에서 차이가 생기니 누구라도 많은 돈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베니 골드의 조언처럼 돈을 쫓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의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프로젝트들은 믿음을 갖고 진심으로 하고 싶어 뛰어들었던 프로젝트였다.


"인생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에
우리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그런 사람이 되는 겁니다."

-스티븐 프레스필드,
<난관에 대처하는 프리랜서의 자세> 중에서


그러므로 본인과 맞지 않는 업무 프로세스에 억지로 몸을 욱여넣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마모되는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일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고려 사항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직업관에 더욱 공감하는 중이다. 나는 나 자신의 욕망과 목표에 근거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보니 돈보다 이상을 좇아 행동할 때 가장 활력이 넘치는 사람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선택한 직업으로 적당한 생계유지를 하는 동시에 자아실현까지 펼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겠으나 우리의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경우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디자인이라는 핵심에서 살짝 벗어난 주제로 주절주절 한숨 섞인 넋두리를 풀어놓았다. 잡지에는 앞서 이야기한 주제를 포함해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리브랜딩, 타이포그래피 등 흥미로운 소재들이 김장 배춧속처럼 꽉 채워져 있었다. 나처럼 디자인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초보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히며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알짜배기 잡지다. 구독료가 아깝지 않을 듯하다.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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