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인간의 추악한 본성, <갈증> [도서]

고독과 증오, 인간의 슬픔.
글 입력 2018.12.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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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참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도서, 갈증이다. 과연 제목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처음 갈증이라는 도서의 표지와 제목을 보았을 땐 무언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 일 것이라고 대충 짐작을 했었다. 책 표지에 간략하게 설명된 글을 보면 ‘어느 날 딸이 사라졌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라고 써져있다. 추리소설인가, 스릴러 장르인가 아무튼 밝은 내용의 소설은 아닐 것이다.


아내의 불륜 상대를 폭행하고 경찰을 퇴직한 후지시마 아키히로. 경비 회사에 근무하는 어느 날 헤어진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딸 가나코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름한 얼굴, 가녀린 몸 그리고 색깔이 엷은 커다란 눈동자. 가나코의 방을 뒤지던 후지시마는 여고생 신분에 잠깐 즐기는 기분으로 소유할 양이 아닌 다량의 각성제를 찾아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가 딸을 찾아 나서는,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난, 역경들을 다룬 단순한 소설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던 가족,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던 아이들의 일상.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안에서 대화가 단절된 가족, 사소한 것들이 폭력으로 다가오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의 벽을 쌓는다. 가족이라는 단순하고도 복잡한 작은 울타리 안에서 그들은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나코는 성적이 좋았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키는 아름답게 뻗은 콧날. 그러나 제대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 아이는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늘 음악이 흐르는 헤드폰을 끼고 부모와 벽을 쌓았다. 술기운을 빌려 화를 내며 몇 번 방문을 걷어찬 적이 있었다. 그는 딸하고 어떻게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제 와서 할 이야기라니?”참았던 울분이 터지려 했다. 퇴직이 결정되자마자 이혼신청서가 날아왔다. 퇴직은 그가 일으킨 사건 때문이었다. 아내는 사건 다음 날 집을 나갔다. 딸 가나코를 데리고 친정으로. 몇 번이나 전화하고 찾아가 이야기 좀 하자고 얼마나 하소연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한 번도 만나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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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잘 모른다. 문을 닫고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딸, 상의도 없이 이혼신청서를 보내온 아내 등 책에 나오는 몇 가지 문장만 보아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대화가 끊겨버린 집안에서는 어떠한 것도 공유할 수 없다.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요즘에는 각자가 서로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보니 같이 밥 한 끼 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모처럼 같이 하는 식사 자리에서도 텔레비전만 볼 뿐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는 모습처럼 말이다.


모두가 떠나고 나서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가나코가 사라지고 나서 후지시마 아키히로는 딸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신이 알지 못했던 딸 가나코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불량서클과 관련된 아이들, 딸을 찾으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그 안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


갈증은 인간이 가진 피폐하고 추악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인간은 모두 살아가면서 갈증을 느끼고 그것을 숨기며 살아가기도 표출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이 느끼는 삶에 대한 고독과 원망, 절망 등을 집요하게 끄집어 내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 감정들의 밑바닥은 무엇일까. 딸을 찾아 헤매는 중에 아버지가 느꼈던 감정들은 무엇일까 책의 내용들이 기대된다. 그것들이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과 느끼는 광기들을 표현한 것이라 더욱이 공감이 갈 것 같기도 하다.


이 소설은 대개 어두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음을 다 잡고 책을 펼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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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은 어두웠다. 《갈증》은 그런 과거를 짜증스럽게 되뇌며 썼다. 이는 고독과 증오를 견디지 못하고 질주하는 인간들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우애와 화합을 버렸기 때문에 심한 거부감을 갖는 분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소설의 세계에 공감할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애 가득한 세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찬란한 태양을 향해 침을 뱉고 싶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후카마치 아키오




[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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