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나의 삶 속에 녹아있는 책문화 [도서]

글 입력 2018.12.0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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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화생태계가 현재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총 6번의 좌담을 엮어내어 출간된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는 책문화생태계의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책문화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전망을 그려본다. 또한 출판계를 넘어 독자, 서점, 도서관, 지역출판 등 책문화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책문화’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으로 끌어들여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어렴풋하게나마 출판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으로서 대화형 형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로웠다. 군데군데 전문용어가 나와 사전을 찾아보는 수고를 거치기도 했지만 그만큼 실제 좌담을 경청하는 것처럼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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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책문화생태계를 위한 과제


 

좌담의 시작은 ‘책문화생태계’ 자체에 관한 것이다. 책이 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 독자들에게 향하는 과정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송인서적의 부도가 던진 경고처럼 현재 책문화생태계는 꼭 정치와 연관되지 않고서라도 내부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고인 물’의 문제가 결국 외부적으로 탄로 난 셈이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적으로 문제점만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제는 너무도 뻔해진 단어 아래 급변하는 사회 속, 악취를 풍기는 ‘고인 물’은 이만 밀어내고 산뜻한 ‘흐르는 물’을 부어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언젠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과하는 것, 그것만큼 바보짓은 없을 테니까.



 

정(情)을 파는 공간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유독 오래 머물게 되는 장이 있다.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나와 정서적 거리가 가까운 것에 더 집중해서 그런 걸까. 그중 하나는 3장 서점의 현재와 미래 중 ‘책방 풀무질’에 관한 페이지였다.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25년간 인문사회과학서점인 책방 풀무질을 운영하고 계시는 은종복 대표님은 25년간 풀무질을 운영하며 세 가지 좋았던 것을 꼽는다.

 


첫째, 책 외의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던 곳이었어요. 둘째, 책방에서 일하는 저와 책방에 오는 사람들이 책을 사고 파는 관계뿐만 아니라 따뜻한 선배, 멘토 역할을 했어요. 셋째, 풀무질은 인문사회과학서점이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해 왔어요.


- p.143


 

우리 학교에서 성균관대학교까지 별로 멀지도 않고, 심지어 성대 친구가 있어 툭하면 근처에 놀러 가는데도 왜 이곳을 가볼 생각도 못했는지 의문이다(하긴, 존재 자체도 몰랐으니). 다음을 꼭 기약하겠다는 다짐은 잠시 뒤로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풀무질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는 동안 문득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우리 학교 앞에 위치한 서점 ‘지식을 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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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지식을 담다> 내부)



사실 이곳도 작년 가을 무렵 딱 한 번 가본 것이 전부라 새삼 부끄럽기도 하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서점은 등한시했구나, 라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최근 독립서점의 열풍처럼 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은 아니게 되었다. 인간 간의 정(情)을 나누고, 지식을 나누며, 철학을 전파한다. 이전에는 서점이 하나의 토론장 역할을 했듯이, 현재의 서점 열풍도 단순히 유행과 유희거리로 그치지 않고 서점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도서관 간다 = ?


 

토론장이라는 단어로 자연스레 도서관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을 듯하다. 도서관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참 추억이 많고, 그래서 할 말도 많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등산하며 갔던 도서관부터 가장 최근 다녀온 학교 도서관까지 5개가 넘는 도서관이 내 마음속에 존재를 남겼다. 최근에는 본가 동네에 신식 도서관이 새로 생겨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도서관은 언젠가부터 그 의미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보고 싶은 책을 읽거나 프로그램을 즐기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도서관 간다=공부하러 간다’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는 신분 하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이라는 걸 알지만 문득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단순히 ‘엄숙하고 무거우며, 조용하고 쾌적하여 공부하기 딱인 곳’이 되어버린다면 어릴 적 도서관에 가기 위해 한여름 등산도 마다않던 즐거운 추억이 빛바래질 것만 같아서.

 


도서관이 학습공간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연애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또 그저 쉬는 공간이 될 수도 있죠. 어쨌든 공간 개념으로 보면 도서관은 매력 있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 p.213


 

별마당 도서관 등 내가 알고 가본 도서관도 많지만 서울도서관, 남산도서관처럼 그다지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볼 생각조차 못해본 새로운 도서관의 존재를 알았고, 그에 관한 각종 이야기를 보았으니 이제 실전 차례인 것 같다. 도서관 탐방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가장 주의 깊게 경청했던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도서와 관련한 6장의 좌담 등, 최근 사회문제와 관계가 큰 만큼 나 또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모두 풀어놓았다가는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해본다.

 

‘책문화생태계’라는 새로운 용어로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독서’라는 세계를 새롭게 이해한다는 점과 일상의 일부분인 서점과 도서관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경청의 시간이었다. 인문학이 폄하 받는 분위기 속, 인문학 전공자로서 ‘책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가 책문화와 함께 동고동락해온 만큼 책문화생태계는 사람, 전공과 관계없이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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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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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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