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12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
글 입력 2018.12.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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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12



선정 및 정보 제공 - 출판저널



<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는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를 통해 책의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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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 김수영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평양냉면




리얼리스트 김수영




김수영, '아직도' 그의 시를 읽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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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수영 시인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2월 말 민음사에서 ‘사후 50주년 기념 결정판’ 《김수영 전집》을 펴내는 등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때를 맞추어, 황규관 시인의 비평적 산문 《리얼리스트 김수영》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편집자로서 가슴 벅찬 일이다.


이제 9년째 접어든 한티재는 그동안 인문·사회 분야 책들을 많이 펴내왔지만, 한티재 시선詩選시리즈 등 문학 분야 기획에 대한 관심과 의지도 놓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이하석(시인), 정지창(문학평론가) 선생 등 원로문인들과 노태맹, 김수상 시인 등을 중심으로 ‘한티재시선편집모임’을 구성하여 시집 기획 및 출간을 더욱 안정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또 올해 들어서는 염무웅 선생의 대담집 《문학과의 동행》, 박일환 시인의 《진달래꽃에 갇힌 김소월 구하기》 같은 역작들을 출간하는 등 문학 분야에 더 힘을 쏟기도 하였다. 황규관 시인의 《리얼리스트 김수영》도 그런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다.


이 책은, ‘사후 50주년 기념 결정판’에서 작품 원문과 연보 등이 상당히 수정되면서 집필과 편집에 적잖은 애를 먹기도 했다. 처음에 2003년 판 《김수영 전집》을 저본으로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적지 않은 변동들이 생긴 것이다. 가령 1960년 4·19혁명 이후 씌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던 시가 그 전의 작품으로 확인됨으로써 그것을 이해하는 맥락이 완전히 달라지는 등 여러 가지 변인들이 작용한 것이다. 새로 확정된 김수영 시와 산문의 원문과 인용문을 일일이 대조하는 과정도 매우 지난했다. 토씨 하나 잘못 인용되지 않도록 하려고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자부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수영 작품의 전문 인용에 대해 저작권자와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저자인 황규관 시인은 김수영 시인의 삶과 문학을 ‘자유와 혁명과 사랑을 향한 여정’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리고 흔히 모더니스트라고 분류해 온 김수영의 시를 ‘리얼리스트’의 작품으로 접근함으로써, 그의 시가 지닌 ‘난해성’을 풀어 가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이 비평적 산문은 기존 연구자들의 비평이나 연구논문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힘으로써 독자들을 김수영의 시로 안내한다.


가령 이시영 시인의 서평은 이 책의 독특한 힘과 매력을 간명하게 잘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영 시에 육박해가는 그 저돌성과 작품 자체에 대한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한 치밀한 분석에 그만 압도당해 버렸다. 특히 「달나라의 장난」에 대한 해석, 그리고 모든 분석가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어버리는 「백의」에 대한 황규관의 ‘시적 돌파’ 앞에선 그만 두손을 들어버렸다. (중략) 이 책은 지금껏 나온 그 어떤 ‘김수영 시 연구서’나 작품 해설서들을 압도하는 훌륭한 김수영 시 분석서로서 역력히 기록될 것이다.”(9월 10일, 이시영 시인 페이스북 글에서 인용)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되었지만, “왜 그는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서 시인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모두들 끝이라고 안주할 때 그것을 비판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태도는 김수영의 삶에서 시종일관 지속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김수영을 ‘아직도’ 읽어야 할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변홍철 도서출판 한티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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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나'라는 소문을 들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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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양파 공동체》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손미 시인이 시 전문지 《시인동네》에서 산문을 연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일상, 여행, 연애, 창작 등에 얽힌 상념과 감상을 시인 특유의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출판사 기획 위원들이 시인을 만나 연재 종료 후 책으로 묶기로 약속했다. 얼마 후 원고가 들어왔다. 연재 당시 촘촘하고 밀도 높았던 원고를 다시 손보면서 문장과 단락에 리듬을 실었다.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도 얹기로 했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보다 편하게 시인의 산문에 접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고를 정리해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응모했고 예상대로 선정되었다. 시인에게는 인세와는 별도로 저작 상금이 전달되었고, 출판사는 제작 지원금을 받았다. 곧바로 편집 시안을 정하고, 제목을 의논하고, 표지에 들어갈 일러스트레이션을 의뢰했다.


처음 생각한 제목은 <‘나’라는 소문>이었다. 나를 둘러싼 소문이면서 나에 대해 알리는 소문. 삼십 대 시인이 지난한 일상을 이어 가면서 시를 쓴다. 안정된 직장 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강의를 하거나 원고 청탁을 받아 밥벌이를 꾸려 간다. 옛사랑을 그리며 여행을 가기도 하고, 지인의 죽음을 맞이하며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어릴 적 추억은 그립기도 하지만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불편하기도 하다. 시인을 둘러싼 모든 경험은 소문이 되고 시가 되고 결국 문장으로 남는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는 ‘내가 사랑했다는 소문’, ‘내가 살아 있다는 소문’, ‘내가 쓰고 있다는 소문’, ‘내가 거기 있다는 소문’이라는 4개의 구성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시인이 ‘나’에 대한 소문을 내는 이유는 소통이다. “내가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인가 아직도 의구심이 듭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인의 시는 읽어도 모르겠다는 부모에게 시 아닌 글로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한다.


시인은 시 쓰기와 밥벌이의 고단함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시 쓰기를 반대하던 엄마를 거역하고 아무도 응원하지 않아도 보란 듯이 시인이 되었으나 문득 밥벌이를 위해 시를 뒤로 미루는 자신을 발견한다. 예전에는 시를 쓸 수만 있어도 좋았는데 지금은 돈에 마음이 먼저 가기도 한다. 당장 먹고사는 일을 처리하느라 문학이 뒷전으로 밀려나자 십 년 후에도 자신의 시가 살아남을지 불안해한다. 그래도 시인은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 일상은 어떻게든 이어져야 하고, 시도 어떻게든 써야 한다.


가슴에 불이 나서, 사방의 신호들을 수신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받아 적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삼십 대가 되었다. 시인은 하루하루를 버텨 내면서 잠시 느슨해졌을지도 모르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는다. “여전히가난하고 여전히 계획 없고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고 다짐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매일 노트를 펴고 시를 쓴다. 비록 마침표를 찍기는 어려워도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기 때문이다.



김종훈 서랍의날씨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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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문화자산과 스토리텔링이 넘치는

소울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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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평화의 상징이 바뀌었다. 비둘기가 아닌 평양냉면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외신이 보도한 국내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그 드라마틱한 순간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냉면’이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주인공은 단연 평양냉면이었다.


‘가갸날’은 2017년 말 《100년전 우리가 먹은 음식》이란 책을 펴냈다. ‘식탁 위의 문학기행’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격동의 20세기 초 우리 음식문화가 어떠했는가를 동시대 문인들의 글을 통해 조명해보는 기획이었다. 그 책을 기획하고 펴내면서 우리 음식 가운데 일찍부터 외식문화의 꽃으로 자리잡은 것은 다름 아닌 ‘냉면’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냉면이 등장하는 자료가 제법 많음을 실감하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책의 후속 기획으로 ‘냉면’을 다루어보리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생각 밖으로 기회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만인이 환호하는 냉면 이야기를 서둘게 된 것이다. 냉면이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단순히 역사적인 만찬의 주메뉴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같은 소임을 맡을 만한 문화적 자산과 스토리텔링을 냉면은 지니고 있다. 우리 음식 문화 가운데 스토리텔링이 가장 풍부한 소울 푸드는 단연 냉면이기 때문이다.


냉면은 우리 음식 가운데 드물게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음식이다. 공력이 많이 가는 음식임에도 서민이고 양반이고 궁중에서고 두루 즐겼다. 오래전부터 식도락가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면서 ‘평뽕족’이라는 마니아층까지 거느리고 있다. 냉면 마니아들에게 냉면이란 단연 평양냉면이다.


그럼에도 냉면이 어떤 음식인지 잘 아는 사람은 생각 밖으로 많지 않다. ‘면스플레인’(냉면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는 자세)을 즐기는 ‘평뽕족’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그만큼 권위있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평양냉면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평양냉면을 예찬하고 자부심이 묻어나는 글부터, 냉면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옛 기록, 냉면을 다룬 문학작품, 오늘의 북한 냉면 기행문까지를 한데 모았다. 평양냉면의 역사까지 꿰뚫고 싶은 진정한 ‘평뽕족’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평양냉면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점을 명쾌히 정리해보자는 게 이 책의 기획의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평양냉면을 새롭게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버킷리스트에 ‘평양 가서 냉면 먹기’를 적어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냉면이 왜 우리의 소울 푸드이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 음미하게 된다면, 이 책을 펴낸 우리의 소임은 성공한 것이리라.



기획자 李相 가갸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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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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