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문화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도서]

책문화 생태계,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까?
글 입력 2018.12.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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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추억이 있다고 다 애독자가 되지는 않더라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3살 터울의 남동생과 함께 학교 도서관을 찾는 것은 내 11년 인생의 낙 중 하나였다. 유난히도 남매간의 정이 두터웠던 터라 동생은 늘 책을 좋아하는 나를 따라다녔다. 당시 우리가 읽던 책들은 어린이를 위한 공자, 논자, 맹자, 순자… 지금 생각해보면 잘 기억도 안 나는 어려운 책들에 우리는 완벽히 매료되어 있었다. 열한 살과 여덟 살의 두 꼬마가 그러한 책들을 읽으며 나름대로 찾아낸 교훈이라곤 ‘착하게 살아야 한다.’,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정도에 불과했겠지만 당시의 우리에겐 소중한 경험이고, 몇 안 되는 일탈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남매의 독서 라이프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활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책 덕후인 나와, 책을 읽을 시간에 영화를 한 편 더 보겠다는 동생. 나는 동생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씁쓸할 뿐이다.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는 나와 동생의 입장 차이,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문화 생태계를 구성하는 열렬한 독자가 된 나와 책문화생태계를 벗어난 지 오래인 동생의 경우처럼 독서의 양극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커져가는 불신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쓸 것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니깐 독자들이 실망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차라리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이나 읽고 영화를 보는 마음이 들도록 독자를 잃어가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래서 출판사들도 한탕주의에서 벗어났으면 해요. <중략>

출판사들이 항상 트렌드에 맞는 책을 계속 내는 경향이 있어요. 그 책이 그 책이고, 빨리 내야 하니깐 콘텐츠가 부실해지고요. 하다못해 잘 나가는 책이 있으면 시리즈마냥 표지도 비슷해요. (173p)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에 ‘감성 에세이’라는 말이 덧붙여지면 더더욱 그렇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감성을 자극해서 공감대를 유도하는 짧은 글귀들. 처음에는 좋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것, 나의 감정을 함께 공감해 줄 사람의 글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결국 내 뇌리에 박히는 문장은 단 한 개도 남지 않았다. 물론 이런 책들의 존재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읽은 즉시 공감대를 파고 들며 나 자신을 위로해주는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책들의 가치는 분명하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는 비슷한 표지의, 비슷한 내용을 가진 책들보다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베스트셀러들이 서점을 장식하기를 바랄 뿐이다.




책문화 생태계의 중심엔 독자가 있다



책이 경쟁력이 약해지는 건 지루하거나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생산자 중심에 갇혀있었다는 거죠. <중략> 책문화 생태계의 변화 요인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는 공급자, 생산자 중심의 생태계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사용자 중심의 생태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인정 해야 하고요. 여기에서 사용자는 독자들이잖아요. 그래서 독자가 중심이 되는 책문화 생태계가 활성화 되는 고민들이 많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20p)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책과 관련된 행사들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책의 저자 초청 강연을 가기도 하고, 도서전과 같은 행사가 열릴 때도 빠짐없이 방문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사를 방문하며 내가 느낀 것은 이게 독자들을 위한 행사가 맞나 하는 의아함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출판사들의 잔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우선, 책을 주제로 한 강연들은 대부분 무겁다. 때문에 책을 이제 막 즐기려는 사람들, 책은 좋아하지만 심오한 주제는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행사의 진입장벽이 높다. 혹은 지나치게 저자의 책에 대한 설명을 강조한다.


특히나 특정 작가의 강연회를 오는 사람들의 경우 이미 해당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책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독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그런 것보다도 작가 개인에 대한 내용이다. 글을 쓸 때 어떤 식으로 쓰는지, 글 작업을 할 때 좋아하는 장소는 어느 곳인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등등 독자로서 알 수 없는 작가들의 세계가 궁금하다.




개인 책방 투어 - 나만의 버킷리스트



언젠가 우리 사회에 카페 붐이 일었던 것처럼 작은 서점 붐 같이 일어났다가 꺼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감각이 있고 책을 잘 고를 줄 아는 사람들이 열심히 해서 생태계를 다져 놓으면 계속 서점수는 늘어나지 않을까 해요. (154P)



연말이 다가오며 하나 둘 내년의 버킷리스트를 꾸려보았다. 그 중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바로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책방들을 투어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독립책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골목 구석에 숨어 있어서 지도를 보며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많은 책들을 선보이고 있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대형서점은 가질 수 없는 매력으로 인해 발걸음을 하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작은 서점 열풍이 짧은 유행으로 끝나고 말거라고.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작은 서점들은 분명 그들만의 장점이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독립서적을 구하거나, 서점 주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구성된 추천 책 리스트를 보는 재미가 있다. 골목을 지나치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서점에 대한 호기심은 또 다른 서점에 대한 호기심을 낳고, 아울러 책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냉정히 말하자면, 유행에 편승해서 사업만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책방은 얼마 가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에는 꾸준히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큐레이션을 하는 서점이, 그렇게 책에 대한 애정이 깃든 서점만이 살아남아서 지역의 문화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미투운동,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될 사회적 몸부림


이 책에서 ‘미투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지만 출판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젊은 사람들은 계속 유입되고 있고, 종사자들의 학력도 상당히 높아졌잖아요. 그렇다 보니깐 내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성폭력을 당해도 참아야 하는 현실이 있지요. (284P)



이 책은 현시대에 가장 화두 되고 있는 주제인 미투운동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읽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논쟁의 대상이 되곤 하는 ‘82년생 김지영’을 시작으로 다양한 페미니즘 관련 도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고하는 이러한 소설들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화두 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는 시발점이 아닐까 싶다. 이미 페미니즘 도서의 화제성은 충분하다. 그러므로 유행에만 편승한 책이 아닌,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쉽고 재미있는 페미니즘 도서가 많이 나오기를 소망한다.

 


독서 마니아를 괴롭히는 오탈자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쉬운 점이 있었다. 사사로운 오탈자들이 눈에 띈다. 늘어나'기' 않을까 , 삶'의' 바꾸고 등 문맥에 맞지 않는 오탈자로 인해 자꾸만 독서의 흐름이 끊겼다. 이 책의 독자는 분명 독서를 사랑하거나, 책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등 책문화 생태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나를 포함한 책문화 생태계의 일원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오탈자 실수 하나하나가 눈에 밟힐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아무래도 인터뷰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니만큼 가독성이 떨어진다. 구어체를 적절히 읽기 편한 어투로 바꾸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도 존재했다.


 


책을 좋아한다면서 온통 부정적인 이야기만 쓴 이유


스스로를 책문화 생태계의 일환이라고 말하면서도 책문화 생태계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았다. 하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이런 의구심을 품고, 문제 제기를 하는 독자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그래야 출판계도 경각심을 갖고 질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그러한 책들이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도서관으로 많이 유입이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로서 접근하기 어려운 출판사, 도서관, 서점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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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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