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4화: 메롱, 난 마시멜로 ‘지금’ 먹을 건데요?

<마시멜로 실험>: 기다림은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글 입력 2018.12.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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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메롱, 난 마시멜로 '지금' 먹을 건데요?


196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 교수가 4살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접시 위에 놓인 마시멜로 하나를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두 개를 주겠다고 말한 후 아이를 홀로 남겨놓고 방을 나갔다. 결과는 단순명료하게 둘로 나뉘었다. ‘두 개’를 먹은 아이들과 오직 ‘한 개’를 먹은 아이들. 그로부터 약 20년 후. 순간의 유혹을 이기고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은 그러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더욱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 실험은 1990년 후속 논문 발표와 함께 세상에 알려졌으며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실험 내용이 정리된 책이 ‘어린이용’으로까지 배포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문제. ‘이 실험’은 과연 무엇일까요? 딩동댕-이다. 바로 ‘마시멜로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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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실험이 많은 오류를 가진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밝혀지게 된다. 표본의 다양성에 신중을 가해 보다 엄격한 조건에서 다시 행해진 제 2차 마시멜로 실험은 어린 시절의 만족지연능력과 성인이 된 후의 성공은 그다지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순간의 유혹을 견뎌낸 아이들은 부모의 학력도 높고 경제적으로도 유복한, 소위 ‘잘 사는’ 집안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잘 사는 집안 아이들은 이전의 경험들을 통해 기다리면 분명 보상이 따라오더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하던, 비교적 덜 유복한 가정의 아이들은 미래의 더 큰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이는 당장의 눈앞에 있는 확실한 행복마저 잃지 않으려는 몸짓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나의 개인적인 의문 역시 존재한다. ‘더욱 성공적인 삶’이라고 평가하기 위해 사용된 학교 성적, 인간관계, 직장 등의 기준들은 대체 어떻게 우열을 매길 수 있을까. 그 기준들의 기준은 무엇일까. 학교 성적이야 수치화할 수 있다 쳐도 누가 더 좋은 인간관계를 가졌으며 누가 더 좋은 직장을 가졌는지는 대체 어떻게 순위를 매긴단 말인가. 또한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내심을 가진 어린아이들이 유복한 집안 출신일 경우가 많다면, 그 아이들의 미래의 성공은 '단지' 인내심 덕분일까? 경제적 풍요로움에서 나오는 정신적 여유와 더욱 많은 교육/경험의 기회가 미친 영향을 배제할 수 있을까? 결국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마시멜로 실험’은 너무 과대평가 되었다.



기다림은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최근 정말 좋은 기회를 얻었다. 모 콘텐츠 제작사에 기획단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일 뿐 아니라 미래가 기대되는 성장하는 회사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돈을 준다. 이야기꾼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후 매번 내 돈 내고 경험을 했었다. 그러다가 이제야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따지자면 실질적인 걸음이랄까. 정말 신났고, 많이 기대됐다. 그리고 바로 어제, 처음으로 회사에 다녀왔다.

모임이 끝난 후 집에 돌아오면서 가장 강하게 들었던 감정은 설렘, 즐거움이 아니었다. 걱정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다들 짱짱한 스펙을 가지고 계시던데, 내가 그 사람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나 말도 잘 못하는데, 주눅 들어서 어버버하면 어떡하지?' 오래 기다린 만큼 간만에 얻은 값진 수확에 스스로 더욱 많은 기대와 부담을 쏟고 있었던 것 같다. 기다림이 마냥 아름다운 결과만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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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경험 없으신가. 무언가를 정말 기대하고 바라왔는데 정작 눈앞에 닥치니 두려워서 그저 도망가고 싶었던 경험 말이다. 난 많다. 정말 기대하던 여행이었는데 막상 떠날 날이 되니 만사 귀찮아졌다는 식의 사소한 것부터, 몰래 좋아하던 누군가와 우여곡절 끝에 맥주나 한 잔 해서 일주일 전부터 팩하고 잤는데 막상 당일 아침이 되니 겁이 나 약속이 파토나기를 바랐던 것까지 정말 다양하다.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프랑스 소설 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보물찾기를 하다가 잠긴 상자 틈으로
금화의 번쩍이는 빛이 언뜻 비치면
감격에 사로잡혀 뚜껑을 열 엄두조차 못 내지 않는가.
막상 보물을 손에 넣기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토록 오랫동안 이 꿈을 품어왔건만!

- 소설 <심장의 시계장치> -


기다림은 다가온 행복을 더욱 크게 느끼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기다림은 종종 다가온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 여행 갔다가 접했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책에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했다.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과거와 미래를 잊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란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그대로 행하기가 참 힘들다.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후회하고 걱정하느라 순간의 아름다움과 감사한 일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을 살 수 있다면. 냉동고처럼 추운 날씨를 피해 따듯한 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평온함에 집중할 수 있다면. 창밖의 화창한 햇빛을 온전히 볼 수 있다면. 점심 메뉴에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가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 돈가스가 4000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분 좋아할 수 있다면. 작은 일상의 것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그럼 좀 더 웃으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을 텐데.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힘 당하며 기다림과 인내를 통해 미래를 그리는 것에만 익숙했던 나는 ‘지금’을 사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 놈의 마시멜로. 성인이 된 나는 이제야 외친다. 메롱-이다. 난 마시멜로 ‘지금’ 먹을 거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의 것을 위해 눈앞의 마시멜로를 놓치는 짓 따위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쥐고 있는 지금 이 마시멜로를 온전히 느끼고, 온전히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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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어제 저녁, 책상 앞에 이 문구를 써 붙여 놨다. 기획단으로서 앞으로의 활동이 걱정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분명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맞은 만큼 지금을 온전히 느끼며 즐겁게 임하기로 했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당당하게 보일 수 있기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논다’는 식의 설렘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간절함은 설렘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니까. 다 잘 될 거다.

즐겁게 하자, 진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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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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