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녀는 왜 칵테일을 마실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12.0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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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칵테일에 꽂혔을 때가 있었습니다. 한 잔에 기본 8,000원이 넘는 비싼 술이지만 한 달 내내 칵테일만 마셨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지갑 사정을 보면 부르주아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정말 의문이지만, 어쨌든 한때 그랬었죠. 달달한 맛과 푹 잠기는 듯한 취기, 오롯이 나에게 빠져있을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20대는 왜 칵테일바에 갈까요?




“나 오늘 한 장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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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여자들에게 물어보니, 맛보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습니다. 하긴 달달한 술을 먹고 싶으면 편의점에서 이슬톡톡, 호로요이 같은 저도주 캔 하나를 사가면 되겠네요. 그녀들은 특별한 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고 싶을 때, 뭔가 있어 보이게 놀고 싶을 때, 어른스럽게 차려입고 왔을 때 등 여러 친구들과 함께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칵테일바를 간다고 말했습니다.


SNS에서 유명한 라운지바를 가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기본, 잘하면 카톡 프사로도 쓸 수 있는 인생샷까지 건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녀들에게 칵테일은 자기만족을 위한 음료인 듯 합니다. 어두운 내부에 분위기 있는 조명, 몽환적인 듯 신나는 재즈, 무엇보다 열심히 멋낸 지금의 나를 완성시키는 것이 달콤하게 홀짝일 수 있는 칵테일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수백 장의 사진을 찍죠. 칵테일이 작업주라는 말은 옛말인 듯 합니다. 이제 칵테일은 인스타그램 사진 작가를 위한 ‘작가주’ 아닐까요?

 



“여자친구랑 갔다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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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변 남자들에게 물어보니 칵테일은 정말 작업주였습니다. 여자친구나 썸녀, 여사친과 함께가 아니라면 절대 안 가는 곳이 바로 칵테일바라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칵테일바는 애프터, 삼프터, 혹은 기념일에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이라고 했죠.


사실 남자끼리 칵테일 바에 와서 칵테일을 마시는 것도 분위기 있어 보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남자끼리 미쳤다고 칵테일 바를 가냐”며 치를 떤 그는 갓 제대한 친구와 단 둘이 칵테일 바를 갔다가 온 몸이 간지러운 느낌에 한 시간도 안되어 바를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게 왜 피치크러쉬를 시켰던 걸까요. 하지만 30대나 직장생활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져있던 남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의외로(?) 칵테일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많다며 요즘은 남자끼리도 칵테일바를 많이 가는 추세라고 했죠.

 



그녀는 왜 그와 칵테일을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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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자가 남자에게 칵테일바를 가자고 했을 때, 왜 그녀는 그와 칵테일을 마시고 싶어하는 걸까요? 그의 앞에서 분위기 있어 보이고 싶어서? 그와의 기념일이라서? 그와는 상관없이 나의 인생샷을 위해서? 가장 많은 여자들이 말한 이유는 놀랍게도 “그냥 칵테일이 마시고 싶어서”였습니다. 남자친구와 가든, 썸남과 가든, 남사친과 가든, 남자와 칵테일바를 갈 때는 그냥 칵테일이 생각나서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예쁘게 꾸민 나를 위한 자기만족도 아니고, 굳이 작업을 걸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당시 칵테일이 땡겨서라고 합니다.


사실 20대 그녀들은 그와 술을 마실 일이 생기면 맥주나 소주를 많이 마시지 칵테일바를 가는 일은 드물다고 했습니다. ”여자가 칵테일바를 가자는 건 백퍼 그린라이트야”라고 말하던 A군의 생각과 조금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칵테일을 즐기는 요즘 사람



요즘 20대는 칵테일을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즐깁니다. 가벼운 핑거푸드와 함께 조금씩 음미하던 칵테일이 아니라 향기로운(!) 후카와 함께 마시는 칵테일이 된 것이죠. 홍대, 건대, 이태원 등에 유명한 후카바가 특히 많습니다. 감성 터지는 인테리어, 비눗방울 후카 등 신박한 컨셉의 후카바가 많이 생겨나고 있죠. 후카는 다양한 향과 쉬운 음용방식으로 특히 여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후카바를 찾는 이들의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그냥 정말 후카를 즐기며 칵테일을 곁들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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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은 정말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술입니다. 달콤한 맛과 적당한 도수(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로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커플끼리도, 친구끼리도 정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술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칵테일은 작업주’, ‘칵테일은 여자나 마시는 술’ 등의 고정관념이 강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칵테일은 자기만족을 위해서, 상대를 배려해주기 위해서, 그냥 땡겨서 등 모든 이유로 마실 수 있는 술입니다. 마치 소주나 맥주가 그렇듯이요.





[김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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