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웃음을 참기 힘든 블랙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공연예술]

글 입력 2018.12.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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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티드(기간을 정해 공연함)로 진행되는 뮤지컬 중에서 코미디 장르는 많지 않다. 100분에서 많으면 180분까지의 긴 러닝타임을 웃음 하나로 끌고 가기에는 힘들며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3년 동안 본 뮤지컬은 대개 진지하거나 주인공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끝없이 떨어지는 우울한 작품들이었다. 빵빵 터지는 힐링이 필요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은 끊임없이 웃을 수 있는, 남녀노소가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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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공식포스터



<시놉시스>


지렁이도 두 발로 직립 보행하는 날이 오고야 말리라!


1909년 영국 런던. 낮은 신분으로 돈 한 푼, 직장도 없이 살아가던 ‘몬티’는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기쁜 소식을 사랑하는 ‘시벨라’에게 털어놓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 “네가 후계자가 되려면 네 앞의 8명이 죽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 ... 뭐 그래, 언젠간 지렁이도 직립 보행하는 날이 올 거야. 두 발로.”

 

가문에게도 사랑하는 여자에게도 팽당한 ‘몬티’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선택하는데...

 

‘몬티’ 앞에 나타난 닮은 듯 다른(?) 여덟 명의 다이스퀴스 가문 후계자들! 꼬여만 가는 상황들 가운데 ‘몬티’는 과연 무사히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될 수 있을까?



    


흑(黑)으로 채워진 블랙코미디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가난하게 살던 몬티 나바로에게 미스 슁글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슁글은 몬티가 대부호 다이스퀴스 백작 가문의 일원인 ‘몬태규 다이스퀴스 나바로’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현 백작의 상속을 받기 위해서는 몬티의 앞에 있는 8명의 상속자들을 제쳐야 한다고 말한다. 변변찮은 그의 삶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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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슁글로 인해 어머니의 정체를 안 몬티, 플레이디비
 


다이스퀴스 가문의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까지 몬티는 순진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청년이다. 그러나 가문의 사람들은 만나면서 그는 자신과 어머니를 이렇게 만든 다이스퀴스 사람들에게 복수를 결심하며 타락한다. 극에서 제일, 혹은 유일하게 입체적인 인물은 몬티라고 할 수 있다. 허영과 욕망에 가득 찬 사람들 속으로 뛰어든 그는 ‘정의로운 승리’가 아니라 ‘보복’을 택한다. 가진 것이 없는 청년에게 다이스퀴스 가문은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즉, 몬티는 무리한 이상을 꿈꾸기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현실을 추구한 것이다. 진흙탕으로 들어간 그는 상속자들을 차례로 제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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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의 제거 대상인 애들버트 다이스퀴스 백작.
다이스퀴스 사람답게 범상치 않다, 플레이디비

 


이 이야기에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없다. 모두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으며 범죄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또한, 모든 대상을 풍자한다. 인종, 빈부격차, 남녀, 성소수자 등 극 중 시대상으로는 자연스러운 차별 대상일지 몰라도 현대에 이런 요소들은 민감한 사항이다. 관객에 따라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극에서 옹호하거나 비꼬기 강도를 약하게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될 만한 점들이 희석된다.




풍성한 배우와 기발한 무대연출



<젠클맨스 가이드>는 배우와 무대장치가 매우 화려하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인물이 몬티라면 전개를 위해 몬티가 격파해야 할 방해 요소는 다이스퀴스 8명이다. 다이스퀴스 8명은 모두 한 명의 배우가 맡는다. 직업, 외향, 성별이 매우 다양해 다이스퀴스 역의 배우는 또 다른 다이스퀴스가 되기 위해 약 10초의 시간 동안 분장을 교체해야 한다. 배우의 역량을 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이다.


그 외에도 허영심 많은 시벨라, 몬티를 사랑하는 피비 등도 매력적이다. 공연을 보며 놀랐던 점 중의 하나가 앙상블이다. 7명의 앙상블은 대극장 공연치고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런데도 칼 같은 호흡과 실력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재관람을 한다면 아마 배우들 때문에 예매할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무대공연 특성상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하는 데 제약이 많이 따른다. 건물에 불을 지르는 장면의 경우 진짜 건물을 불에 태울 수는 없으니 바닥의 작은 장치로 약하게 불을 점화하거나 영상을 활용한다.

 

이 작품은 배경을 영상을 최대한 사용하는데, 여기에 배우의 시너지가 더해져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다. 자칫 잘못하면 연출이 난잡해 보일 수 있으나 2차원의 공간에 3차원의 물질을 조합한 결과 유쾌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오케스트라의 위치도 눈에 띈다. 대개 대규모 오케스트라는 무대 지하에서 연주한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고 공연이 연주가 아닌 연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연주자는 보이지 않고 지휘자만 객석에서 보인다. 그러나 <젠틀맨스 가이드>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2층에 있어 매우 눈에 잘 보인다. 심지어 지휘자도 무대 한쪽에 있으며 오히려 연주자가 더 잘 보인다. 오케스트라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흥겹게 리듬을 타며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니 유쾌함이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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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사히 백작이 될 수 있을까?, 플레이디비

 


객석에 계속 앉아있어야 하는 관객은 극이 지루해지면 덩달아 지루해지기도 한다. 반면 이 공연은 ‘사랑과 살인’이라는 부제에 충실하면서도 쉼 없이 관객을 웃긴다. 조용히 관람하는 사람들조차 웃음을 참지 못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뮤지컬, 연말을 맞아 가족이나 친구끼리 극장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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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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