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과 현실, 당신의 선택은?! [기타]

글 입력 2018.12.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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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이상과 현실, 당신의 선택은?!"


다소 발랄한(?) 문장으로 시작하였다. 때는 바야흐로 유튜브를 돌아다니며 하염없이 폰을 만지던 늦은 오후, 나는 한가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설명 보다 영상을 먼저 가져오겠다.



출처 : YouTube 온스타일 채널



얼마 전부터 재밌게 보던 온스타일 유투브 채널의 ‘일방적 소개팅’이란 코너인데, 소개팅에 참여한 두 남녀가 제작진이 준비한 질문에 대한 두 가지 선택지 중 한 가지를 택하며 대화하는 형식이다. 질문들은 친구들끼리도 보통 대화 주제로 삼지 않는 생소하고 민감할 수 있는 가치관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어쩌면 앞으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도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독특한 소개팅은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선택하고 관련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 코너가 흥미로운 이유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상대의 가치관을 대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강경하게, 어떤 사람은 소극적으로, 어떤 사람은 열린 태도로, 각자의 가치관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의 가치관을 겪는다. 여태까지 여러 에피소드 중 다양한 사람들이 나왔지만 여태껏 모든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상이 바로 이번 에피소드였다.


이번 에피소드가 나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영상 속 여성분의 태도 때문이었다. 가치관의 관련된 질문이 등장할 때 두 사람의 대답이 엇갈렸는데, 그때마다 여성분의 설명은 솔직하고 확고하되, 막혀있지 않았다. 인상 깊었던 대답 중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Q. 한국의 미의 기준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있다 vs 없다’

(남자는 외국인이다.)


"그게 완전히 저에게 달렸다면 그리고 제가 그럴 힘이 있다면 전 ‘그렇다’고 말할 거예요, 다양성이 많은 게 더 좋죠. (생략) 하지만 한국인 아닌 사람이 나타나서 ‘한국의 미의 기준’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그쪽도 그걸 ‘잘못됐다’고 지적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와”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보다 옳은 것의 가치에 대한 고집이 있었던 나는 저 질문에 당연히 ‘있다.’를 택했었다. (영상 속 남성도 ‘있다’라는 답을 택했었다.) 나는 순간 일말의 의심 없이 ‘있다’가 ‘정답’이라 생각하며 택했었지만, 여성의 대답 속에서는 이상뿐만 아니라 현실이 들어있었다. 그 대답에 호소력이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다양성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현실 속 우리의 상황도 정확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상대와의 가치관과 자신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상대에게 아주 명확히 설명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더 훈훈했던 것은 여자의 말에 대한 남자의 대답이었다.



“I respect them”



다른 질문도 가져와보겠다. 여기서도 그녀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Q. 일반 카페 알바의 외모를 보고 뽑는 것은 ‘괜찮다 vs 안 괜찮다’
(둘 다 ‘안 괜찮다.’를 택했었다./대화생략)


"그게 현실이고, 심지어 통계죠. 외모가 준수한 사람이 돈을 더 잘 번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올바른 게 될 수는 없죠."






사실 나는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현실’이라는 이름의 포장지에 너무 많은 것들이 함축되고 가려지기 때문에, ‘현실’이란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보다 옳은 것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그리고 그것의 가치와 기준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머리가 어지럽다.


나와 다른 가치관의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에선 상관이 없는데, 내가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회와 관련된 가치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나의 가치관을 말하면 상대의 가치관을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될까 숨겼고, 그렇다고 상대의 가치관을 완전하게 인정하기에는 내 생각에 옳지 않았다. 가치관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는데,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영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했던 점이 바로 이 이상과 현실 둘 다의 중요성을 보다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었을 수도.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처럼, 혼자서 골머리를 앓는 것보다 나의 밖에서 새로운 생각의 틈을 직접 발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영상 속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졌음에도 한 번의 감정싸움 없이 진솔한 대화가 가능했다는 점과 이상과 현실 둘 다를 짚어주는 여성의 말속에서 나는 ‘이상’과 ‘현실’ 그리고 ‘관계에서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전히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설명될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 다르고 수많은 가치들이 다르다. 비슷해 보여도 미묘하게 다른 것을 설명하는 가치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예외가 많다. 옳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무조건’이라는 말이 붙는 순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독단의 말이 되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이상’과 ‘현실’은 두 개의 선택지가 아니라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이야기한다 해서 이상을 외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을 얘기한다 해서 현실을 외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둘 다 모호하고, 둘 다 진실이다. 현실을 제대로 인지한 채 이상을 향해 노력하고 나아갈 때 그 둘은 비로소 우리에게 더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영상 속 여성분이 자신의 가치관을 아주 뚜렷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면서도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상대방의 얘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듣고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솔직한 그녀의 말이 전혀 무례하거나 강압적이지 않게 느껴졌던 것은 때로는 상충될 때가 많은 이상과 현실 둘 다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위에서 말한 나의 경우처럼, 상대방과 분란을 피하기 위해, 혹은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보고선 확신이 생겼다. 이상과 현실의 대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둘 모두를 같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나와 상대의 다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보다도 태도의 문제였다.


대립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두 가지 선택지로 스스로를 내몰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대립이 아닌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그걸 오롯이 받아들였을 때 우리는 영상 속 그들처럼 진심을 다해 이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I respect them.”

“그것을 존중해요.”



_________

썸네일이미지는 해당영상의 캡쳐입니다.

YouTube 온스타일 채널 '일방적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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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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