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연장에선 하지 말라는 게 왜 많을까 [기타]

우리가 공연장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이유!
글 입력 2018.12.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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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세종문화회관 전경.png
 

어제로 일년 가까이 해온 하우스 어셔의 근무가 모두 종료되었다.

'하우스 어셔'라고 하면 흔히 공연장 입구에서 티켓을 끊어주고 객석 안에서 좌석안내를 도와주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모든 하우스 어셔들은 수표, 좌석안내 이외에도 공연 중 수시로 객석 내부를 확인하며 관객들의 불편사항이 없는지 확인하고 공연이 끝난 뒤 객석정리를 하는 등 관객이 보지 못하는 일들도 하게된다. 그리고 만약 그 모든 일의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불편한 점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공연예술이란 출연자들이 내 눈앞에 직접 등장 한다는 점에서 '현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공연장에 올라오는 많은 공연의 티켓가격은 어떤 공연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문화예술장르를 접하는 것에 비해 비싼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겐 관람을 방해받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공연장에 있는 모든 하우스 어셔는 관람객의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도 '공연장 관람예절'을 설명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한 번이라도 관람한 적이 있다면 안내원들이 공연 시작 전 객석을 돌아다니며 공연장 에티켓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객석 내에서뿐만이 아니라 티켓을 끊는 과정에서도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하면 안 된다는 안내를 받고 공연 시작 전 방송으로도 관람 중 지켜줘야 할 사항을 다시 한번 설명할 정도로 공연장 내에서 관람 예절은 무척 강조된다.



[크기변환]어셔 제지.jpg
 


에티켓 관련 안내 멘트를 듣다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이 많다. 핸드폰 전원 종료부터, 좌석 이동, 공연을 보는 자세까지 만약 영화관을 생각하고 공연장을 방문한 관객이라면 전부 기억 못 할 정도이다. 그리고 만약 공연장 에티켓 지키지 않았을 경우 어셔의 제지를 받게 된다. 이처럼 공연장에서는 보다 엄격한 관람 에티켓이 요구된다. 어셔 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공연장 에티켓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에티켓 멘트를 듣고 있다 보면 '저렇게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뭔데?'라는 괜한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사실 공연장을 돌아다니는 안내원의 멘트에서도 공연장 안내방송에서도 단순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나열할 뿐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다. 물론 어셔로서 11개월을 보낸 지금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관람 예절을 설명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그 이유가 생략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오피니언은 공연장 관람 예절 설명 과정에서 생략된 내용을 11개월 동안 어셔로 일하면서 느꼈던 것을 통해 채워보고자 한다.




1. 핸드폰 전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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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안내 멘트를 꼽으라면 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핸드폰 전원 종료'를 선택할 것이다. 핸드폰 전원을 종료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핸드폰 전원을 종료하라는 안내는 공연장 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나올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공공예절 중 하나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공공장소에서 핸드폰 전원을 종료해달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핸드폰 전원 종료가 아닌 무음모드 또는 진동모드로 전환한다. 아마 공연 중에 핸드폰에서 소리가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핸드폰 전원을 종료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핸드폰에서 벨 소리나 알람이 울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공연 전 핸드폰 전원을 꺼야 하는 이유는 '핸드폰 불빛'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수백 개의 SNS 알림을 받게 되고 공연을 보는 시간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의 핸드폰은 커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게 된다. 문제는 공연이 시작하면 객석은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매우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잠깐 카카오톡 알림을 확인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관객들 특히 뒤에 앉은 관객의 경우에는 어두운 객석에 대비된 핸드폰 불빛이 관람에 있어 엄청난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한 공연 중 핸드폰 사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대 위 출연자들의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를 위해 뮤지컬을 예로 들어보자. 영화관과 달리 뮤지컬은 무대 위에 출연자가 실제로 등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크린 속 배우들과 달리 무대 위의 배우들은 때론 객석을 보며 노래하거나 연기한다. 그리고 만약 배우들이 뮤지컬 속 캐릭터와 상황에 완전히 몰입해있는 상태라면 어두운 객석에서 보이는 한줄기 빛은 그 몰입을 깨트리는 원인이 될 것이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배우뿐만 아니라 최고의 공연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 역시 무척 찜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에서는 주변 관객들을 위해 그리고 최고의 무대를 위해 핸드폰은 진동이나 무음모드가 아닌 전원 종료가 필요한 것이다.




2. 지연입장



[크기변환]지연입장.jpg
 


대부분의 공연은 불가피하게 공연에 늦는 사람들을 위해 큐시트에 지연 입장이 가능한 시간을 명시해 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 늦거나 공연 도중 객석 밖으로 나온 관객은 게이트 입구에서 어셔에게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게 된다. 하지만 비싼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은 객석으로 바로 입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야박하게 느껴진다. 엄청 늦은 것도 아니고 1,2분 정도 늦었는데 입장은 한참 뒤에 할 수 있다니 무척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하우스 어셔로 근무하면서 이런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봤다. 공연장에서는 왜 영화관과 다르게 바로 입장할 수 없을까?


앞서 말했듯이 공연 시작 후 객석 내부는 매우 어둡다. 그렇기 때문에 지연 입장 시에는 랜턴으로 빛을 비추어줄 수 있는 안내원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객석 내에서 길을 잃을 수도 발을 헛딛을 수도 있다. 특히 객석 내 단차가 심한 2,3층의 경우엔 말이다. 또한 대부분 객석의 열과 열사이는 매우 좁기 때문에 자신의 좌석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암묵적으로 주변 관객이 불편함으로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마다 다르겠지만 지연 입장은 러닝타임 중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이 아닌 보통 막이 전환되거나 시끄러운 장면에 하게 된다. 지연 입장에 따른 기존 관람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물론 자신의 좌석이 입장 게이트와 매우 가까운 경우 안내원 동반 없이 그리고 다른 관객을 방해하지 않고 자기 좌석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게이트에는 좌석과 게이트가 먼 다른 관객 역시 지연 입장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다. 만약 한 사람의 입장을 도와준다면 기다리고 있는 다른 관객들 역시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장 게이트와 가까운 좌석이라도 자신만 지연 입장이 아닌 시간에 객석으로 입장할 수 없는 것이다.




3. 좌석이동



[크기변환]객석내부.jpg
 

공연 시작 전 그리고 인터미션이 끝나기 직전 지금 내 좌석보다 좋은 좌석인데 비어있는 좌석을 보면 누구나 그 자리고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정좌석으로 운영되는 모든 공연장은 예외 없이 자신의 좌석이 아닌 다른 좌석으로의 이동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야박하고 융통성 없다고 생각하는 관람 예절이다. 만약 그 좌석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비어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좋은 좌석으로 가는 게 더 바람직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공연장에서 지정된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이유는 한 사람만 더 좋은 좌석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앞쪽 좌석이 하나가 남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한 명만 좌석 이동을 시켜주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똑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온 공연인데 누구는 되고 나는 안되는 상황은 다른 관객들에게 불쾌감만 주게 될 것이다.


공연장에서 좌석 이동이 금지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만약 한 사람이 공연 시작 전 비어있는 좌석으로 좌석을 옮겼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만약 그 좌석이 지연 입장으로 늦게 오는 관객의 좌석이었다면 지연 입장 시 엄청난 혼선을 일으키게 된다. 지연 입장을 한 손님이 어쩔 수 없이 예매한 좌석과 다른 좌석에 앉게 될 수도 있고 이동한 관객을 다시 원래 자리로 옮겨주는 과정에서 다른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공연시간에 늦은 사람이 잘못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연 입장은 각 공연마다 정해진 하나의 룰이자 티켓값에 포함되어있는 관객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좌석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공연에 늦은 관객이 예매한 좌석에 착석할 수 있는 권리와 객석 내 다른 관객의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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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는 세 가지 관람 예절을 다루었지만 실제 공연장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요구된다. 나 역시도 관람 예절을 왜 지켜야 하는지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았을 때 이런 에티켓들을 모두 지키는 것은 무척 피곤하고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11개월 동안 어셔로 일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한 사람으로 인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공연장을 떠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사람 역시 얼굴을 찌푸리며 공연장을 떠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일부는 흔히 말하는 '관크'(다른 관람객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함)로 인해 기대하던 관람을 완전히 망친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관람 예절이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셔의 제재를 받고 찜찜한 기분으로 공연을 보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셔 역시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꽤 많다. 아무리 배우들이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다 해도 그 공연은 모두에게 최악의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따라서 공연장에서 이러한 관람 예절들이 우선적으로 지켜졌을 때 모든 관객들은 처음 공연장을 찾은 그 표정을 가지고 객석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관객으로서 공연장을 찾게 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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