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캐나다] 아플 때 어쩌지?

글 입력 2018.12.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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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라가 아니고, 내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누구나 생각해보았을 걱정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세한 의료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 리 없었다. 그리고 종종 잔병치레 하는 나는 조금 걱정이 더 크기도 했다.

내가 아는 것은 두 가지 정보였다. 드럭스토어가 많다. 그리고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캘거리에서 병원은 약값만 내면 된다. 관광비자만 아니라면, 복지국가 캐나다에서는 병원 이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쉽고, 보험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래도 모르니, 한국에서 비상약을 가득 챙겨서 갔고, 결론적으로 한국에 다시 들고 왔다.

캐나다의 날씨 중 최고라는 7월에 갔다. 캐나다의 여름은 선선하고 햇빛도 좋고, 해도 10시에 지기 때문에 모두가 여름만 기다린다. 한국처럼 덥지 않은 여름 때문일까,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독감에 걸렸다. 특히 첫 몇 달간 홈스테이했던 하우스는 내게 너무 추워 긴 팔을 집에서도 입고 있었다. 캐네디언이었던 홈 맘은 그런 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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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흔히 아는 애드빌, 타이레놀로 버텼다. 그러나 잔병치레와 덜렁거리는 성격이 하나가 되어 몸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나는 고통 속에서 배웠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다.

 

나는 날카로운 나무 테이블의 모서리에 긁혀 손바닥이 찢어졌고, 칼에 손가락에 베었으며 달궈진 기름이 얼굴 전체를 뒤집기도 했다. 그리고 제일 아팠던 편도염은 새벽에 병원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캐나다에서는 병원, 은행은 예약 하고 가야 하는데, 예약하지 않아도 바로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말하는 워크인(walk-in) 클리닉도 있고, 24시간 종합병원도 있다. 캘거리에서는 헬스케어 카드를 개인마다 발급받고 이것으로 접수를 한다. 그렇게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든 채 병원을 그냥 나오는 느낌은 아주 이상했다. 당연히 그곳에선 진료비를 내지 않고 약값만 내면 되는데, 병원을 그냥 나오는 기분은 마치 도둑이 된 느낌이었다.

다른 서양국가들에 비하여 의료가 잘 되어있다고 해도 가장 흔한 워크인 병원은 점심 전에 가도 한 시간, 두 시간을 대기해야 할 때도 있다. 새벽에 열이 나고, 침도 삼킬 수 없어 숨 쉬는 것도 힘들었던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워크인 병원에 오픈 하자마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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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팠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흔히 말하는 외로움이 아니라 ‘영어’였다.

복통, 두통 이런 단어가 아닌 나에게 지금 느껴지는 고통을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아픈지 설명을 하는 영어를 배웠었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이 때 한국식 영어와 아픈 순간에 영어사전을 찾고 있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 순간을 극복해나가며 배운다는 것을 알았다. 마트처럼 큰 드럭스토어에서 수많은 약 앞에 서서 하나씩 찾아보는 것 보다 약사에게 설명하고 약을 추천 받는 것이 가장 빨리 나을 수 있는 방법이고, 꽤나 효과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현지 방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의료복지가 되어있는 캐나다여서 가능했던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겪었던 아픔, 경험을 통해서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누군가 해외로 오랫동안 간다면 아플 때 써야 하는 다양한 표현들은 꼭 배워서 가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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