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부턴 나도 퇴근길에 카프카를 읽을래 [도서]

이 책과 함께라면 이제 세계문학이 어렵지 않아!
글 입력 2018.12.1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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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눈치챌 수 없는 여행"



세계문학 전집. 누군가는 이 단어를 듣고선 숨이 턱 막힐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그 방대한 고전들을 하나, 둘 읽어나가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후자였다. 많은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전집을 출판하지만, 나의 경우 민음사의 책을 좋아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단순하다. 직관적이며 눈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표지. 그렇기에 같이 모아 책꽂이에 꽂아두면 더 예뻐 보여 소유욕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교적 원서에 가까운 번역을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나의 목표 중 하나엔 '세계문학 전집 다 읽기'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현재, 많지는 않지만 몇 개의 고전을 읽는데 성공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의욕 가득한 얼굴로 호기롭게 빌렸지만 다 읽지 못한 채 반납해버린 책이 수두룩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고전 작품들은 술술 읽히지 않는 번역체인데다가, 페이지의 분량 또한 어마 무시하다. 때로는 철학적인 주제와 사유로 머리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모두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전문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페이지는 쉽사리 넘어가지 않아도 책장을 덮었을 때 남은 여운은 고전문학을 따라올 게 없었다. 이런 고전을 더 쉽고 재밌게 읽어볼 방법은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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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전을 맛있게 음미하게 만들어줄 한 권의 에피타이저

세계문학. 우리에게 건네는 진리와 메시지는 너무도 값지지만 쉽게 다가가기엔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런 와중 아주 괜찮은 책을 발견했다. 바로 <퇴근길은 카프카를>이라는 제목의 만화책이다. 좋아하는 작가 '카프카'가 제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웹툰 작가 '의외의 사실'이 근 1년간 민음사 블로그에서 「의외의 사실의 세계 문학 읽기」를 모아 편찬한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고전들을 읽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포기하기도 하는 내게 좋은 소개서가 될 것 같았다.

작가는 총 13편의 세계문학에 대해 소개한다. 그중엔 우리에게 친숙한 제목들이 많다. <위대한 개츠비>부터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와 2017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까지. 익숙한 작가와 작품이 많이 보이지만 정작 읽어본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위대한 개츠비, 노르웨이의 숲, 페스트, 변신·시골의사가 다였고 <픽션들>은 읽다가 너무 어려워 포기한 책이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은 책을 빌리기 전 몇 페이지를 읽어보았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이번 만화로 포기했던 고전을 다시 읽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단순하고도 따뜻한 그림체로 펼쳐나가지는 세계문학 이야기. 작가는 이 만화를 위해 연재하던 1년 동안 책을 읽고, 메모하고, 다시 정리하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작가는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그려내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얘기한다. 작가와 주변 인물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한다. 작가가 꼽은 장면들과 느낀 감정에 공감하기도 했고, 때로는 다르게 생각하기도 했으며 읽어보지 않은 책에 대해선 더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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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불안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했던 카프카.
그가 느꼈을 불안을 떠올리기만 해도 목이 멨다.


나 또한 작가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정작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제대로 아는 건 별로 없었다. <오이디푸스 왕>도 그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적인 신화로만 알고 있었지, 그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었다. 500년이 넘는, 혹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전해져 올라오는 얘기들. 그것은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우리에게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작년 여름에 읽었던 <노르웨이 숲>의 아련한 잔상을 떠올리기도 했고, 몰아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던 <페스트>의 문장들을 생각했다.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겪는 체호프 소설의 주인공들을 볼 땐 마음이 아려왔다. 난해해서 읽다 포기한 소설 <픽션들>이 이토록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인 줄 몰랐었고, 무엇보다 엄청난 두께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던 <죄와 벌>을 하루빨리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한 만약 내가 이 작가였다면 수많은 세계문학 중 어떤 책을 골라 만화로 그렸을까,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작가가 풀어내는 <위대한 개츠비> 와 카프카의 이야기를 읽을 땐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몇 년 전 영화로 처음 접하고, 영화의 화려한 색감과 연출에 매료되었었다. 비극적인 결말마저 아름다운 영화였다. 하지만 나는 달랑 영화만 보고선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이 되어서야 제대로 읽어보았던 <위대한 개츠비>.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때론 내 맘대로 자유롭게 상상해보면서, 인물들의 감정과 과거를 좇아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제야 느껴지는 이 작품의 진가. 솔직히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영화'를 좋아했지, 피츠제럴드와 소설 자체에 대해선 조금은 회의적이었다. 사람들의 찬사에 비해 과 평가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원작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런 교만한 생각을 했었다니. 이제야 피츠제럴드가 전하고 싶었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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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기에 그 내용조차 가벼울 것이라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작가의 만화를 읽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이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해진다.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어진다. 책장을 덮고선 결심을 했다. 읽다가 포기했던 고전들을 다시 읽어보리라고.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진리를 마음껏 흡수해 버려야겠다고. 고전이 왜 고전이겠는가.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고 우리를 일깨워 주니까. 고전, 세계문학을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우리에게 아주 훌륭한 소개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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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 소개된 세계문학 *

『체호프 단편선 , 안톤 체호프 | “불균질한 세상을 이루는 불균질한 마음들”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이상한 감각”
『오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 “사랑이 시작되는 곳, 의심이 시작되는 곳”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범죄의 경험”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 “부패하지 않는 꿈과 꿈을 좇는 헛된 마음”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시간과 공간, 존재를 채우는 여러 겹의 층위들”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 “삶은 여기에? 혹은 저기에”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 “젊은 시절을 불러일으키는 구체적인 단어들”
『페스트』, 알베르 카뮈 | “재앙이 삶을 덮칠 때”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 “이야기의 아주 오래된 기원”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 “도시, 사랑하는 나의 도시”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 “불안이 내 안에 뿌리를 내려”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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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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