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커피에게 바치는 한 잔의 글 [문화 전반]

나의 커피 이야기
글 입력 2018.12.12 22: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 커피여! 그대는 모든 근심을 쫓아 주고, 학자들은 그대를 탐하여 마지않는다. 그대는 신과 벗하는 이들의 음료이니.  -1511년 아라비아의 시 '커피찬미'



커피는 자타공인 마성의 음료다. 알코올과 니코틴이 국가에서 허락된 유일한 마약이라고들 하는데, 카페인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커피는 오래 전 중세시대부터 사교 모임의 중심이자 착취의 그늘이라는 명과 암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다방 문화를 넘어 카페 문화가 정착된 것만 보아도 커피가 사람들에게 내쳐질 날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커피를 사랑하는 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일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날이 부쩍 추워진 겨울이 다가오며 그 애정은 점점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 애정의 농도가 모든 커피에게 다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른바 초딩 입맛을 지녔던 학창시절 때까지만 해도 설탕과 시럽 등 기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를 찾는 요즘에 비해 엄청난 변화다.



[크기변환]KakaoTalk_20181212_223313042.jpg

(네이버 웹툰 <대학일기> 中)

 


그렇다보니 나와 커피의 첫 만남은 자연스럽게 믹스 커피로 이루어졌다. 명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식사 후 당연하게 믹스 커피를 타던 엄마를 따라 마셨던 게 시초인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커피를 마시는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고, 또 카페인에 대한 약간의 무서움이 있기도 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심장이 막 두근대고 잠을 잘 수가 없다는 노래가사처럼 내 몸이 카페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핫식스, 스누피 등의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고도 잘만 자는 나 자신을 알게 된 후에는 전혀 거부감 없이 즐기고 있다.

 

커피에 눈을 뜬 이후 아이스초코로 고정되어 있던 카페 메뉴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는데, 백종원이 커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카페모카는 일반 커피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과감하게 아이스초코를 카페모카로 바꾸어 보았다. 결과는 훌륭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와 믹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많은 커피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셈이다.



PS17030800232.jpg

(살찐다는 걸 알면서도 휘핑 여부를 묻는 말에는 거부를 못한다.)

 


슬프게도 모카와 믹스 커피에서 다른 것을 시도하기까지는 근 3년이 걸렸다. 학창시절에는 커피를 즐긴다기보다는 깨어있기 위한 목적으로 마시곤 했으니 말이다(물론 난 카페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효과는 미미했다.). 특히 수능을 약 한 달쯤 남겼을 때 아침 조회 후 기숙사에 돌아가지 않고 등교한 후 곧바로 믹스 커피를 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 식사 전 커피였던 셈으로, 대략 네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커피 팸’이었다. 매일 똑같은 것만 마시다보니 어느새 지겨워졌던 건지, 대학 진학 후에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마셔보기 시작했다.

 

달다구리한 바닐라 라떼와 씁쓸한 맛이 매력인 기본 라떼, 나의 최애인 카페모카와 더불어 각 카페별 대표 메뉴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 올해 가을 드디어 아메리카노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계기는 다른 커피와 달리 호기심이 아닌 다이어트였다. 살은 빼고 싶은데 커피는 먹고 싶고, 그 절충안이 아메리카노였던 것이다. 지금껏 아메리카노를 왜 돈 주고 사먹는지 몰랐던 나의 장족의 발전이었다.

 

결과를 말하자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메리카노를 옆에 끼고 있는 모습으로 설명이 된다. 시작은 다이어트였지만 꾸준히 접해보니 아메리카노만큼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도 없는 듯하다. 물론 모카나 라떼가 싫어졌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아메리카노를 즐기면서도 일주일에 세 번은 가는 교내 카페의 토피넛 라떼, 프라푸치노 등을 즐기고 있으며 아직도 도전할 음료가 많이 남아있다.



아메리카노_3.jpg

(직장인들에게 아메리카노는 HP 포션이라는데, 살짝 이해하는 중이다.)

 


날이 부쩍 추워져서 그런지, 이상하게 요즘 따라 점점 더 커피가 좋아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커피는 식전경도 괜찮은 것 같다. 아직은 학생의 신분이라 돈이 없어 불가능하지만 훗날 직장을 가지게 된다면 좋은 커피 머신과 커피 잔을 마련해서 직접 커피를 내려 티타임을 즐기는 것이 소소한 바람 중 하나이다. 입맛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 이상 커피 사랑은 아마 쭉 지속될 것 같다. 올 겨울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보내야겠다.




아트인사이트 태그.jpg
 

[주혜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