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내가 알던 팝 아트가 아니라고?, SUPER POP UNIVERSE

글 입력 2018.12.1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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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롯데뮤지엄도 처음, 케니 샤프도 처음이었다. 그래도 평소 접하는 분야인 팝 아트라니, 오랜 친구를 새로운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니 샤프는 처음 들어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그 팝 아트가 주제인 만큼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시리즈 정도를 상상하고 기대하며 전시장을 찾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전시장을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런 것도 팝아트였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학기의 막바지에 지쳐가는 요즘 새로운 충격을 주었던 전시장을 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문득 그의 그림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꼭 한 번 다녀오라고 추천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전시다.

 

 


전시 소개



롯데뮤지엄은 1960년대부터 급속도로 발전한 미국의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공상과학만화의 캐릭터와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시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친 팝아트의 황제, 케니 샤프의 전시를 개최한다. 세계 최초로 그의 작품을 총 망라하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드로잉, 비디오, 사진 자료 등 1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앤디 워홀을 필두로 장 미쉘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과 함께 팝아트의 전성기를 이룩한 케니 샤프의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이후 시작된 우리 시대의 시각 예술을 재조명하고 삶과 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예술의 시작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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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e, my universe



케니 샤프, 그는 독특하다. 예술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자신만의 creativity는 이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자 갖추기 힘든 이점이다. 나만의 무엇, 개성을 분명하게 표현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갖추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개성조차도 노력과 깊고 오랜 공부에서 나온다지만 그 부분은 사람마다 다른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케니 샤프의 경우는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에서 많이 얻었다고 한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그래픽적인 요소나 스토리가 어렸던 케니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겠으나 그가 처한 사회적 상황도 차후 그의 독창적인 예술적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클럽 57장 미쉘 바스키아, 키스 해링과 같은 동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과 같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을 함께 했던 이들을 앗아간 AIDS, 마약, 핵 전쟁과 환경 문제. 이런 사회적 이슈들로 혼란스러웠던 그의 젊은 시절은 갈증과 표출의 연속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그래피티를 그리고, 클럽에서 온갖 재밌는 것들을 하겠다며 행위 예술을 하며 파티를 열었다. 그가 얼마나 그것들에 열광했고 재미있어했는지는 전시장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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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것, 사회에 반항하는 메시지들이 가득한 그의 예술행위들은 통상적인 하위문화 그 자체였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걱정하는 철모르는 어린 예술가들의 반항?같은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상자를 깔고 앉고 알 수 없는 방언을 읊조리는 영상을 찍고 괴상한 노래를 부르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옷을 입거나, 입지 않거나. 그러나 이 무수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현과 직설적인 말들은 훗날 그가 자신만의 우주를 그려내는 데에 좋은 기반이 되었다.


 


GOOD, BETTER, SUPER!



사실 전시의 제목을 보고 수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문득 머리에 스치며 왜 SUPER라는 타이틀을 케니 샤프의 전시에 쓰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었다. Better, Great 등의 좋은 의미를 담은 말들도 많은데 앤디 워홀도 제치고 super라는 단어를 쓴다니? super는 대단하다, 좋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무언가를 넘어선다는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확실히 super한 아티스트로서 걸맞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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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트는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미술의 경향으로, 신문의 만화, 상업디자인, 영화의 스틸 등 매스 미디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주제로 선택하는 예술의 한 분야이다. 하위문화나 대중문화를 주제로 하여 이전과는 다른 예술 경향에 큰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하위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가 많이 흐려져 사라지는 요즘, 팝 아트는 말 그대로 ‘대중예술’로서 색면 추상, 추상표현주의가 주류이던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팝 아트는 갖고 있는 사회비판이라는 메시지에 비해 이미지 중심으로만 소비되고 회자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과 같은 경우 늘어나는 상품화에 대해 늘어나는 무관심, 마릴린 먼로 시리즈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천박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도 대중은 눈에 잘 들어오는 구상 중심으로 작품을 인지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SUPER POP!



그러한 소비나 향유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적으로도 팝 아트가 주목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케니 샤프의 작품은 그랬다. 이미지는 정말 1960년대 미국의 애니메이션이 주는 느낌을 그답게 풀어내면서도 모든 작품마다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는 상징적 요소들을 포함시켰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툭, 대중에게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왜 그의 pop art가 super pop이 되었는지는 그런 작품의 성격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심오한 우주의 섭리, 핵 전쟁의 위험성과 경고를 전달하고 싶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행성과 외계인, 캐릭터. 우주선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사람들, 탈주하는 주인공, 알 수 없지만 너무나 귀여운 외계생명체가 화려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색채로 다가와 눈에 한번 새겨지고 머릿속에 새겨졌다. 각자의 의무를 띠고서 작품에 그려져 관객의 시선과 발길을 매어두는 힘을 가진 다양한 요소들은 끊임없이 말을 건다. 표현 그대로 기존의 팝 아트를 뛰어넘어 자꾸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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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쟁이 곧 일어날지도 모른다는데? 혹은 정글의 삼림 파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와 같은 중요하고 초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여과없이 묻는가 하면, ‘오늘 너는 기분이 어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하는 시시콜콜한 주제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케니 샤프 본인도 말했듯이 사안의 경중에 걸맞을 법한 표현방법들은 아무 소용없이, 예술에 대한 반항 정신과 재밌는 것을 향한 열정으로 흥미로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재밌어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난 나름대로 지금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렇지만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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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경고는 초현실주의 팝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도 만들어냈다. 우주를 상징하는 도넛을 그린 도넛시리즈를 시작으로, 자본주의의 다양한 생산품들이 하나의 거대한 소비우주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재미있으면서도 신비롭다. 소비와 우주를 연결시키는 독특한 발상과 이토록 화려한 표헌이라니,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다행히도 그가 살아있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나는 그가 오래오래 좋은 작품을 남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번의 붓칠로 그림이 슥슥 완성되고 스프레이를 슬슬 뿌려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케니 샤프를 지금껏 몰랐다니, 내가 알고 있던 팝 아트는 아주 작은 일부였다. POP ART를 뛰어넘고 자신이 그린 작은 우주도 함께 넘어서고 있는 그의 예술 활동을 마음 깊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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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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