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오이치엔의 개인전,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시각예술]

글 입력 2018.12.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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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링허우(八零後) 세대의 작가인 자오이치엔의 개인전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이 갤러리수에서 열렸다.

바링허우(八零後)란, 등소평의 산아제한정책 이후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다. 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비록 중국식 자본주의이긴 하지만, 시장경제체제와 일부 비슷한 경제체제 아래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본주의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작가 자오이치엔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성장한 인물이며, 이는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언론매체와의 한 인터뷰에서 ‘회화를 통해 본질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인터뷰에서는 작품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자 하는 그의 창작의도가 잘 드러난다.

자오이치엔은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에서 다양한 회화 작품을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를 드러냈다. 물질적인 것들이 마치 하나의 종교처럼, 절대적으로 신봉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작품에 두 가지 특별한 요소를 삽입했다. 본고에서는 그 두 요소가 사용된 그림 세 작품을 간단히 소개하며, 필자의 감상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옐로우볼.jpg
자오이치엔, Yellow Ball
 

자오이치엔이 사용한 첫 번째 특별한 요소는 ‘스마일 마크’다. 스마일 마크는 과거 고대 사회나 르네상스 사회에서 사용된 이미지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 와서 왕성하게 쓰이기 시작한 이미지다. 따라서, 자오이치엔의 작품에서 이 마크는 그가 과거 사회의 모습보다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스마일 마크가 SNS에서 널리 쓰이는 ‘좋아요’ 표시를 의미하거나, 특정 이미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소비하는 현대인의 모습, 또는 무언가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이모지(Emoji)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 곳곳에 스마일 마크를 그려 넣음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행태 등을 드러내고자 했다.

‘Yellow Ball’은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한 여성이 속옷을 연상케 하는 옷을 걸친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여성이 입고 있는 옷의 가슴 부분을 스마일 마크로 대신했다. 노란색 스마일 마크는 보라색 수술과 대비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문자 언어의 의미를 그대로 담아내며, 경제적인 것을 매우 중시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자주 쓰이는 흔한 마크다. 이 그림이 여성의 가슴 부분에 등장한 것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성의 모습을 통해 사회주의 이후 노동단위가 해체되며 점술이나 매춘과 같이 이전에는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역사적 맥락 역시 살펴볼 수 있다.


언타이틀.jpg
자오이치엔, Untitled
 
뷰티.jpg
자오이치엔, Beauty


자오이치엔이 현대 사회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하여 작품에 삽입한 두 번째 요소는 3D 안경이다. 3D 안경은 과학 기술의 진보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는 진보된 과학 기술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기술의 지나친 발전에 따라 본질적인 가치를 읽는 법과 타인과 교류하는 법을 잊은 현대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오이치엔의 작품에서 3D 안경이 의미하는 바는 후자에 더 가깝다.

그의 작품 ‘Untitled’는 3D 안경을 쓴 사람들이 화려한 색감의 수영복을 입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3D 안경을 착용한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어낼 수 없다. 자오이치엔의 그림에서 3D 안경이 현대인으로 하여금 본질을 읽어내지 못하게 하는 물건이라면, 그것을 착용한 채로 화면에 묘사된 인물은 ‘본질적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을 의미하게 된다. 그의 다른 작품 ‘BEAUTY’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발견된다. 미용실로 보이는 이 장소에서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3D 안경이 씌워져 있다. 이는 획일화된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에서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는 데 있어 무지몽매한 자들을 모두 여성의 이미지로 화면에 등장시킨 점이 그것이다. 작가는 현대 사회 ‘전체’에 만연한, 지나친 과학 기술 발전의 폐해를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 그 대상은 모두 여성으로 한정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작품들을 감상하며,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나 그가 여성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비록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 역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그렇기에 이들은 작가가 자본주의 및 현 사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일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스마일 마크와 3D 안경 등 특별하고 상징적인 소재를 활용한 것은 매우 탁월한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모두가 의미를 아는 사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넣어 작품 곳곳에 이미지를 삽입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자오이치엔의 이번 전시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은 작가가 관람객과 그림을 통해 상호 소통 하려 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매우 흥미로운 전시였다.

*

본 전시가 열렸던 종로구의 ‘갤러리 수’에서는 지속적으로 중국 동시대 예술에 대한 차별화된 전시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 경향에 흥미가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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