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누가 불량을 규정하는가, 재생불량소년 [공연]

왜 불량이라고 하며, 또 왜 재생시키려 하는가
글 입력 2018.12.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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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불량인가?


불량(不良)
1. 사회 규범에 벗어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자주 하는 상태에 있는 것.
2. 질이나 수준에서 낮거나 좋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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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이라는 말 어릴 때 식품과 같이 많이 썼다. 불량식품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정문 앞 구멍가게에서 팔던 100원, 200원짜리 과자들을 말하곤 했다. 마트에서 파는 브랜드 과자들에는 불량 식품이라고 하지 않았는데 왜 그 싼 과자들에는 불량 식품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사실 과자들은 대부분 밀가루, 설탕, 기타 화학조미료, 부패하지 않도록 식품첨가물을 왕창 때려 붓고 인공적인 맛을 낸다는 점에서는 모두 불량 식품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런 과자들은 불량 식품이라고 해놓고 기름에 튀겨낸 오란다나, 뻥튀기 같은 과자는 불량이라고 하지 않았다. 엄마도 그런 과자들은 불량이라고 하면서도 초코파이는 불량 식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당충전이라고 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는 그래서 불량 식품은 먹지 않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과자만 먹었다. 나는 그런 과자들이 불량 식품이라고 믿고만 있었고.

요즘은 그런 불량 식품들을 세계 과자 할인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그 시절과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질소가 80%를 차지하는 과자들보다는 확실히 저렴하다. 원래도 과자를 잘 먹지는 않지만, 그 과자들은 더더욱 먹기가 힘들었다. 불량이라는 이름이 내 머릿속에 아주 깊숙이 박혀서 음식도 아닌 것을 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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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동생은 길거리 불량 식품을 잘 먹었다. 빨대처럼 생겨서 안에 잔뜩 뭔가 달달한 것이 들어있어서 이로 잘근잘근 깨물어서 먹거나, 손튭으로 쭈욱 눌러서 아래에서 위까지 끌어당겨 달달한 것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먹는 아폴로가 기억난다. 소다맛도 있고, 과일맛도 있어서 아주 다양한 맛을 내었는데 어느 날 동생이 맛있게 먹고 있어서 하나 줘보라고 했더니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았다. 그게 왜 맛있다고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문득 궁금해져 아폴로를 검색해보니, 포도당, 덱스트린, 설탕, 구연산, 합성착향료, 젤라틴, 식용색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름만 들으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몸에 해로워보이지만, 실제로 먹어도 되는 식품 첨가물이라고 하며, 불량식품이 아니며 브랜드만 없을 뿐이고, 아폴로의 구성 성분들은 대형 제과업체에도 모두 포함되어있다고 하는 해명글을 읽을 수 있었다.

불량 식품이라는 것의 진짜 의미는 식품 위생 안전에 관한 법률을 무시하고 불법으로 제조 및 유통하는 제품이며,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곰팡이가 설어있는 제품, 이물질이 들어있는 것. 산화방지제, 보존료, 타르색소 등을 포함하며, 각종 식중독균을 포함하고 있는 식품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브랜드가 없거나 인지도가 낮으면 그 식품이 얼마나 깨끗한 공정 과정을 거쳤는가에 관계없이 불량식품으로 취급하거나 저질의 제품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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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을 사람에게 가져다 쓴다면?

어린 시절에 또 '불량 학생'이라는 단어도 많이 들었다. 불량한 청소년들, 주로 어른들이 보기에 학업에 충실하지 않고 교복을 단정하게 입지 않는 등 학생의 본분에 어긋나 보이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불량 학생이라고들 하였다.

그런 말을 듣고 자라다 보니, 누군가 '쟤는 불량 학생이다'고 하지 않아도 혼자서 불량 학생들과 모범생들을 구분하는 습관이 생겼고, 불량 학생은 불량 학생들끼리, 모범생은 모범생들끼리 어울려 다녔다. 그들과 다른 부류의 집단들은 나누는 대화도 달랐다. 우리는 '선생님이 어디서 기말고사 문제를 낸다'더라, '그 선생님은 어떻더라', '그 친구는 어떻더라'. '그 드라마는 재밌었다. 이야기를 했고, 그들은 화장품이나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 친한 언니에게 특별한 기념일을 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아무도 바라지도 않는데 그 학생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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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마냥 착한 줄만 알았던 친구가 한 말에 놀란 적이 있다. 학교에서 반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어떤 애가 있었는데 그 애와 좀 다툼이 있었다. 친구는 그 애 이야기를 하며, "나중에 내 차 세차해 줄 애"인데 이렇게 화낼 필요는 없다, 고 말을 했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그렇게까지, '우리'와 '그들'을 나눌 필요가 있었던 걸까. 그들이 그렇게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단지 비슷한 또래보다 조금 일찍 자신들을 꾸미고, 이성 교제를 시작했다는 것뿐, 그게 그렇게 사회 질서에 혼란을 주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까지 배척을 했었을까. 마치 시험 성적이 나쁘다거나, 남자친구가 있다는 그것이 아주 큰 잘못이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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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불량이 재생 불가능은 아니야!

사실 이 문장만 보고, <재생불량소년> 뮤지컬의 문화초대에 응했지만, 과연 불량한 사람은 있는 걸까 의문이 들기는 한다. 그리고 재생 불량이라는 것은 평범한 삶에 다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결국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불량한' 소년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금 비판적인 시각을 들게 한다.

그 과정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외친다는 것은, 재생 불량한 소년을 사회에 순응하게 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이 이야기를 단순히 소년의 성장기로 바라볼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다.


'바람직한 청소년'은 뭔데?
어른이 시키는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자기계발도 열심히 해서 준비된 어른이 되는 사람들?

그렇다면 '바람직한' 어른은 뭔데?
누군가가 사람에게 과연 바람직하다, 불량하다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 걸까? 그 이름을 붙여주는 사람은 누구고, 그 사람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얼굴도 모를 누군가에게 바람직하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 그런 바람직한 청소년 시기를 지나온 건가?


하는 '때늦은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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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담은 이야기는 조금 모자란 주인공이 하루하루 사건을 겪으며 성숙해지고, 앞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어,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주곤 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사람마다 다르게 만들어가는 것이고, 정답이 없다면 왜 그렇게 하루를 보람차게 살아야 하며, 왜 그렇게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가? 왜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태해지는 자신을 부여잡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그것은 누가 내린 인생관이란 것인가.

불량 식품이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은 불량식품이 아니었다. 그것이 불량 식품이라면, 당신이 먹고 있는 다른 과자들이 더욱 심한 불량 식품일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불량 식품이라고 여기고 피하는 것처럼, 너무나 쉽게 불량과 대단함을 판단하고, 누군가 심어놓은 선입견과 고정 관념에 치여서 '불량'하지 않게 살아가려고 한다.

불량을 왜 재생시키려고 새롭게 만드려고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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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소년
-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


일자 : 2018.12.23(일) ~ 2019.01.20(일)

시간
평일 20시
토 15시/19시
일, 공휴일 14시/18시

*
월, 1/1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웃스포큰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아웃스포큰

2016년 설립된 "노골적으로 말하다"라는 'OUTSPOKEN'의 원 뜻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연제작사'이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말처럼 시대의 불합리, 비합리성에 철저히 맞서되 작품 스스로가 빛나고, 관객 입장에서 즐거운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놓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욕심 많은 회사이다.

연극,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을 시작으로 도발적이고,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을 회사 이름 그대로 노골적으로 만들 예정이다. 연극,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에 이어 연극, 뮤지컬 <재생불량소년>, 연극 <여기, 소년이 있다> 까지 '소년 3부작'을 통해 이 시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무대에 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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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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