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깊은 문학이 오래가는 이유 _ 책 <작은 곰>

작디 작은 곰
글 입력 2018.12.18 00: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작은곰_카드뉴스_02.jpg
 

확실히 요즘의 문적 트랜드는 힐링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필두로 벌써 몇년째 위로를 건네는 말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저명한 책들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힐링'의 위력은 아직도 대단하다. 사람들이 그런 말을 듣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큰 쓸모가 있을진 의문이다. 필자는 '반-HEALING'파다. 그래서 상처에 약도 드물게 바른다.


"약은 먹을수록 약해져"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체내에서 움직여 혼자 회생할 기회를 빼앗아 버리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치료하기'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말들도 그렇다. 그 말들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 약물은 당신을 도와주지 못할 것이다. 그건 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힐링은 일시적 효력을 지닐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힐링에 반대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다른 이유도 있다. 오랜 시간동안 문자로 된 작품물과 문학을 향유하면서 우리는 많은 문학의 변화를 겪었다. 때론 형식이 정해진 시를 향유하기도 했고, 띄어쓰기를 배제한 작품을 읽기도 했고, 또 산모양을 글자를 배치한 것을 읽기도 했다. 그 중엔 아주 이해가 간편한 문학도 있었다. 사랑에 대해 아주 간략하고, 서정적이게 적은 것이다. 이런 시는 이해도, 읽기도 간단해서 많은 보편성을 갖는다. 그래서 인기도 많다. 하지만 곧 사라진다. 여기엔 여러 이론이 있는데 필자가 가장 신뢰하는 것은 '그런 작품은 깊은 고뇌를 담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무엇이 예술일까. 정확히 답을 낼 수는 없지만 정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아마 오래도록 남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 남는 것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삶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겼다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윤동주의 <서시>는? 삶에 대해 굳이 깊은 고뇌를 담을 필요는 없지만, 얕은 고뇌를 담는 것도 금물이다. 삶은 그리 얕고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80년, 그 중 하기 싫은 일을 몇 번하는 지도 모르는데 그리 삶이 간단할리 없다. 인생에서 몇 번의 눈물을 흘릴는지도 모르는데, 그 모든 눈물을 의미가 그리 간단할 리 없다. 그래서 힘들때 읽게 될 혹은 찾을 것들은 간단하면 안된다.

이번 소개하게 될 <작은 곰>은 괜찮은 것 같다. 책의 표지부터 '다크'한데 이는 판화작품이기 때문이다. 여러번 경험한 결과 판화가 언제나 어두워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통은 그랬다.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리니 기막힌 조화다.

<작은 곰>은 어미곰이 죽고 싶은 작은 곰이 상처를 입고나서부터 시작이다. 그러니까 작은 곰의 인생은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나서 시작인거다. 삶에서 모두들은 무언가를 잃고, 부족해진다. 그 부족은 때론 그 사람의 인생의 전체에 영향을 미치곤 하는데 그게 바로 트라우마 혹은 한 인간의 약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보편적인 상황이다. 우화는 바로 이런 상황을 동물로 표현하는 장르다. 겉모습이 그 누구와도 다르니 보다 공감이 용이하다. 괜히 나의 겉과 비교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은곰_카드뉴스_07.jpg
 

어른을 위한 책은 이전에도 있었다. 생텍쥐페리 또한 <어린 왕자>의 서문에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어른들에게 바치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왜 근데 이 책이 어린이들의 권장도서에 올라있는 건 모를 일이다. 어쨌든 수많은 어른들을 위한 책에 비교해도 <작은 곰>은 다른 길을 간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라는 말을 전하던 책들에 비해 <작은 곰>의 대사들은 잔혹하고 어두컴컴하다. 인생은 사실 그 비슷하기 때문이다.

<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유명한 감상은 우울할 때 이 영화를 보면 너무 우울해서 왜 우울했었는지를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대처방법도 있는 것같다. 바닥일때 아주 바닥을 찍어버리는 것이다. 혹은 얼마나 그 감정과 부족에 닿아있는 사람이 많은지 알아보는 것이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도움이 된다. 또 알량한 '괜찮아, 다 괜찮아'보다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낫다. <작은 곰>은 귀엽다. 하지만 100페이지가 넘는 우화책에서 그의 모습과 내용 또한 귀여울진 모르겠다. 푸도 작은 곰이지만, 이 작은 곰은 조금 다르다. 아마 이 작은 곰의 여운도 오래 갈거다. 깊이 무언가를 파헤치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곰_카드뉴스_09.jpg
 

작은 곰

이희우


12000원


[손민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